[뉴스토마토 김한결 기자] IPO(기업공개)를 진행한 지 넉달만에 상장 당시 공모 규모의 두배가 넘는 자금 조달을 발표한
꿈비(407400)에 대한 실망 매물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꿈비의 주주 게시판에는 주주를 배려하지 않는 꿈비의 행태에 대한 성토글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꿈비 측은 신규 투자 명목의 자금 조달이라고 발표했는데요. 여기에 유상증자와 무상증자를 동시에 진행하면서 주주 가치까지 고려했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성난 민심은 주가 하락이란 결과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꿈비, 상장 공모 규모, 유상증자 공모 규모 비교 (그래픽=뉴스토마토, 자료=금융감독원)
'따상'에 '따따상'까지…꿈비, 공모가 대비 상승률 '2위'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아가구·유아매트·스킨케어 등 유아용 제품을 제공하는 유아용품 전문기업 꿈비는 올해 2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습니다. 상장 전부터 투자자들은 꿈비에 큰 관심을 보였습니다. 기관 수요예측에서부터 희망공모가 밴드인 4000~4500원보다 높은 5000원에 공모가가 확정됐기 때문인데요. 80억원 정도 조달에서 공모가가 높아지면서 100억원까지 모집 총액이 늘어났죠.
상장 당일에도 시초가가 공모가 2배에 형성되고 상한가까지 오르는 '따상'에 성공하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꿈비는 상장 첫날 시초가 1만원에 장을 시작한 후 가격제한폭(30%)까지 오른 1만3000원에 장을 마쳤습니다. 상장 다음날인 2월 10일에도 상한가를 기록하며 1만6900원까지 올랐죠. 이른바 '따상상'에도 성공했습니다. 올해 따상을 기록한 종목은 꿈비를 제외하고
미래반도체(254490),
스튜디오미르(408900),
오브젠(417860),
이노진(344860) 등이 있습니다.
상장 초기 상승 흐름은 꾸준히 이어졌습니다. 지난 3월말에는 3만5000원대까지 오르며 엄청난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3월초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유아용품 시장 성장 속에 사업다각화를 통한 안정적인 실적 성장 지속이 전망된다"며 "브랜드 채널 다각화와 해외 수출 전략 추진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한 바 있죠. 여기에 정부의 저출산 종합 대책 기대감으로 테마성 수급이 더해지면서 상승 탄력이 더욱 강해졌습니다. 지난 25일 1만8550원으로 장을 마친 꿈비는 공모가 대비 상승률 271%를 기록하며 올해 코스닥 상장사 중 미래반도체(386.7%)에 이어 2위를 차지했습니다.
대규모 유증 발표…"스마트팩토리 규모 증가"
상장 후 좋은 흐름을 보이던 꿈비였지만 25일 장 마감 이후 200억원 규모의 일반대상 유상증자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가는 급반전했습니다. 꿈비는 일반공모증자 방식의 유상증자를 통해 보통주 150만주를 1만3460원에 발행해 202억원을 조달키로 발표했습니다. 유증 주관사는
유진투자증권(001200)이고, 청약 예정일은 다음달 19~20일이고 납입일은 22일입니다. 신주는 7월 6일에 코스닥에 상장될 예정입니다. 꿈비 측은 시설자금에 132억원, 운영자금에 68억원을 사용할 계획입니다. 시설자금의 세부적인 내용은 스마트팩토리 공장 건설자금입니다.
올해 IPO 과정에서 공시한 투자설명서에는 약 157억원을 투자해 경기도 용인시 남사읍 북리 토지를 매입해 스마트팩토리 신설을 계획 중이라고 기재돼 있었는데요. 이번 증권신고서에서는 "추가적인 사업 중 신설 예정인 스마트팩토리의 규모가 기존보다 증가했다"며 "또한 기존 매입 예정이었던 토지의 가격이 최초 계획시보다 크게 상승해 최종적으로 경기도 안성시에 위치한 토지를 매입할 것으로 사업계획을 변경했다"고 밝혔습니다. IPO 과정에서 계획했던 시설 투자 내용이 확대 변경돼 이번 유증으로 조달한 자금으로 충당하겠단 것으로 해석됩니다.
주주들 '황당'…일반공모 방식 '성토'
사업을 추진하는 회사 입장에서 언제든지 변동 사항은 발생할 수 있습니다만, 이번 유증에 대한 기존 투자자의 실망은 납득이 됩니다. 우선 조달 규모가 공모 규모의 2배이며, 주주 대상이 아닌 일반공모의 형태이기 때문입니다.
실망감은 주가에 투영되고 있습니다. 유증 이후 첫 거래일인 26일부터 이날까지 이틀 사이 꿈비 주가는 12.40% 하락했습니다. 인터넷 종토방에서도 주주들의 분노가 느껴집니다. "진짜 회사 양아치다", "대한민국에 주식 시장이 열리고 코스닥 상장 위한 일반공모 4개월 만에 일반공모(유증)는 최초다"라는 등 회사에 대한 불만이 쏟아졌습니다.
회사 측은 이런 점을 예상했던 만큼 200억원대 유증과 동시에 무상증자(주당 0.3주 배정)도 발표했는데요. 꿈비 관계자는 "회사 경영진에 의해서 결정된 유증이며, 실질적으로 상장한지 얼마되지 않았지만 유증을 하면서 무증도 같이 진행해 주주들에게 혜택을 드리려고 한다"고 말했습니다.
일반 공모 형태로 자금을 조달하는 점도 도마에 올랐습니다. 상장 이후 첫 자금 조달에 대한 정당성과 명분을 부여하기 위해서는 최대주주 역시 책임경영을 하는 모습을 보였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입니다. 업계에선 꿈비 대주주 측의 지분율이 이미 높은 상황이며, 이번 자금 조달 이후에도 50% 이상의 지배력으로 공고한 만큼 주주 배정 증자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꿈비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최대주주인 박영건 대표이사 및 특수관계인은 이번 유무증 이후 지분이 64.14%에서 54.60%로 9.54%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대주주 지분 자체가 50% 이상이면 경영권에는 문제가 없기 때문에 꿈비의 경우 최대주주 지분율이 희석되도 50%가 넘으니 큰 문제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상장 후 4개월여 만에 결정한 유증에 대해 "일반적이진 않다"며 "상장하고 나서 돈이 필요해 바로 자금을 조달하는 기업은 거의 없고 주주들 입장에서는 주주 가치를 희석하는 증자 자체를 달가워하지 않는데 일반 공모 유증은 이례적이다"고 전했습니다.
꿈비 관계자는 일반공모 유증을 결정한 것에 대해 "더 많은 투자자 모집을 위해서 결정했다"며 "또한 일반공모 유증의 경우 더 빨리 진행되기 때문에 기간을 단축할 수 있는 부분도 고려했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공모자금이 들어오면 추후에는 원가 절감, 유통비 절감 등을 통해서 결과론적으론 영업이익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지난 1분기 꿈비의 실적은 적자로 발표됐습니다. 상장 전 우상향하던 실적의 모습과는 반대인데요. 꿈비는 지난 1분기 매출 68억6100만원에 영업적자 11억9900만원을 기록했습니다. 상장을 진행한 첫 분기에 적자를 시현한 셈입니다. 꿈비 관계자는 "1분기 적자는 상장을 하면서 상장 수수료가 5~6억 정도 일시적으로 반영이 됐다"며 "또한 전 분기 대비 인원이 많이 늘어서 인건비 증가도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습니다. 꿈비는 지난 2월 상장 과정에서 발행제 비용으로 5억3000만원이 사용됐습니다. 발행제비용엔 인수수수료, 상장심사수수료, 신규상장수수료 등이 포함됩니다. 또한 올해 1분기 9억원에 가까운 급여 지출이 있었습니다. 전분기 약 6억원 수준이었던 것에 비해 3억원 가량이 증가했습니다.
꿈비 박영건 대표이사 (사진=꿈비)
김한결 기자 always@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