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변소인 기자] 중소벤처기업부가 신산업을 가로막는 규제를 해소하기 위해 서포터와 전문가, 국민판정단까지 도입했습니다. 사업 당사자인 벤처·스타트업의 목소리만 듣는 것이 아니라 전문가의 의견, 그리고 소비자이기도 한 국민들의 반응을 적극 동원해 규제 개선 필요성을 부각시키겠다는 복안입니다.
중기부는 30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에 위치한 코리아 바이오파크에서 '바이오 벤처·스타트업 규제뽀개기' 행사를 개최했습니다. 이번에 처음으로 개최되는 '규제뽀개기'는 일반적인 간담회와 달리 규제애로가 있는 벤처·스타트업뿐만 아니라 해당 기업을 도와주는 서포터, 일반 국민의 시각에서 규제개선 필요성을 판단해줄 22명의 국민판정단, 객관적인 시각에서 논평을 해줄 전문가까지 대거 참석하는 토크콘서트로 구성됐습니다.
첫 번째 규제뽀개기 주제로는 바이오 분야가 선택됐습니다. 중기부는 바이오헬스 산업에서 혁신 스타트업들이 많이 배출되고 있고, 고용 창출효과가 큰 미래 성장동력이라고 판단해 주제를 선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왼쪽 다섯 번째)은 30일 경기도 판교 코리아 바이오파크에서 '바이오 벤처?스타트업 규제뽀개기' 참석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중기부)
이영 중기부 장관은 "새로운 도전이 이뤄지고 있지만 기업들이 규제 때문에 좌절을 겪고 있다. 관련 법령이 없는 것도, 많은 것도 규제"라면서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국민들의 눈높이에서 규제를 판정해 나간다면 새로운 국익, 새로운 미래를 여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조만간 보건복지부 장관을 만나볼 예정이다. 한 번에 안 되면 두 번, 두 번에 안 되면 세 번 도전하겠다. 결국 승리하는 자는 포기하지 않는 자"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날 세부적으로 웨어러블 의료기기, 디지털 치료기기, 화상투약기 등 총 7개 기업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습니다. 참여 기업은 △휴이노 △웰트 △아임메드 △오톰 △제이앤피메디 △메라키플레이스 △쓰리알코리아입니다. 이들 기업이 갖고 있는 규제 문제에 따라 '팥 없는 찐빵', '맨 땅에 헤딩', '그림의 떡' 3가지로 유형화했습니다.
웨어러블 의료기기를 개발한 휴이노의 이승아 부대표는 "부정맥이라는 질환은 빠르게 대응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질환이다. 현재 14일까지 모니터링이 가능하게 됐지만 그 이상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 것은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며 "원격의료와 원격모니터링은 차이가 있는데 우리나라는 원격이라는 프레임에 갇혀있어서 상용화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대해 서포터로 나선 오일영 분당서울대병원 교수는 "특정 부정맥은 급성 심장사와 관련이 있어 필연적으로 지속적인 감시가 필요하다"면서 "어떤 환자는 해외에서 감시장치를 체내에 넣고 오기도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이를 활용하지 못해 감시장치 모니터링 결과 문제가 발생하면 해외 병원에 보고가 돼 해외 병원에서 국내 병원으로 연락이 온다. 굉장히 불합리하다"고 의견을 보탰습니다.
전문가로 나선 우정훈 BW바이오메드 대표는 시작부터 글로벌을 타깃으로 하라고 조언했습니다. 우 대표는 "현 정부의 주요 이슈가 수출"이라며 "답을 드리기보다는 초기 벤처기업들도 처음 시작할 때부터 글로벌에 타깃을 두고 진출해야 기업 가치도 높아지고 공동연구 기회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휴대용 엑스레이 기기를 제조하는 오톰의 오준호 대표는 병원 밖 사용자 확대 필요성에 대해 주장했습니다. 오 대표는 "휴대용 엑스레이가 병원 밖으로 나오는 것까지는 됐으나 의사와 방사선사에 제한돼 있다"면서 "응급 상황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응급구조사까지 사용 범위가 확되면 좋겠다"고 건의했습니다.
정권호 제이앤피메디 대표는 비대면 임상시험 도입 필요성에 대해 주장했습니다. 정 대표는 "우리나라는 임상시험 글로벌 5위 국가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임상시험은 더 다양한 인종을 다국가에서 하길 원한다. 그래야 더 많은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라며 "우리나라가 빨리 관련 법령을 만들어 시행하지 않는다면 뒤처질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습니다.
규제를 뚫는 데 10년이 넘게 걸렸다는 박인술 쓰리알코리아 대표약사는 화상투약기 도입에 대해 주창했습니다. 박 대표약사는 "10년 전에 기기가 개발됐으나 약사협회 등 이해관계자 반대로 사업화가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며 "승인만 나면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는데 판매품목 제한, 근로형태 등 부가조건이 너무나 가혹하고 악의적"이라고 호소했습니다.
이날 국민판정단은 각 기업들의 규제 개선 의견에 대해 대부분 공감을 표했습니다. 일부 국민판정단은 주로 안전성 등에 대한 우려로 반대 의견을 표하기도 했습니다.
중기부는 매월 규제뽀개기를 이어가며 전문가와 국민들의 목소리를 반영해 규제 개선을 진행해 나간다는 방침입니다.
변소인 기자 bylin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