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신한투자증권이 기존 강점으로 꼽히던 리테일과 자산관리(WM) 부문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신한투자증권의 올해 주력 목표인 투자은행(IB) 경쟁력 확보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단독대표 후 첫 성적표를 받은 김상태 대표의 고심도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업계에선 ‘IB통’인 김 대표가 기존 이영창 전 대표가 담당하던 비즈니스의 공백을 메우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신한증권, 기존 강점도 '삐걱'…WM 순익도 급감
1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신한투자증권의 수수료 수익은 1528억원으로 전년 동기(2224억원) 대비 31.31% 감소했습니다. 수수료 수익 감소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곳은 기업공개(IPO)와 M&A자문, 채권발행, 증자, 부동산PF 등 전통 IB업무 영역을 담당하는 GIB그룹입니다.
신한투자증권 GIB그룹은 작년 1분기 순이익 691억원를 기록하며 부문별 순이익 비중 65%를 기록했는데요. 올해 초 GIB그룹의 순이익 342억원으로 50.51% 급감했습니다. 지난해
LG에너지솔루션(373220) 등 대형 IPO 딜을 따냈지만 올해 들어 대형 IPO가 사라지면서 자문수수료가 급감한 탓입니다.
신한투자증권 수수료손익은 IB뿐 아니라 대부분 영역에서 감소했습니다. 신한투자증권은 그간 은행권의 신인도와 계열사간 영업연계, 광범위한 영업망을 바탕으로 리테일부문 경쟁력를 확보해 왔는데요. 라임과 독일 헤리티지 등 사모펀드 사태를 겪으며 리테일·WM 영역의 강점도 줄어들고 있는 모습입니다.
지난 1분기 신한투자증권의 자산관리부문 수수료손익은 770억원으로 전년동기(821억원) 대비 6.25% 줄었습니다. 수수료 손익 자체는 크게 줄지 않았지만, 법인세 비용 및 판관비 등 비용관리에는 실패한 모습입니다. 자산관리부문 순이익은 39억원으로 전년동기(155억원) 대비 74.61% 감소했죠. 전체 순이익 중 자산관리부문의 순이익 비중은 작년 1분기 14.85%에서 3.30%로 급감했습니다.
신한투자증권은 자산관리부문 손익 감소와 관련해 주식시장 거래대금 감소에 따른 것이라고 해명했는데요. 다만 수수료손익 대비 급격히 감소한 순이익은 자산관리 부문 경영 능력에 대한 우려를 키우는 요인입니다.
IB통 김상태, 이영창 공백에 고심
WM부문 실적이 감소하면서 올해 단독대표를 맡게 된 김상태 대표의 고심도 커졌습니다. 신한투자증권은 그동안 각자대표 체제를 유지해 오면서 관할 부분이 나뉘어 있었는데요. 이영창 전 대표는 전사경영관리와 리테일, 주식운용, WM, 홀세일 등 증권업 전반 주요 사업 분야를 담당했고 김 대표는 지난해 3월부터 신한투자증권의 IB부문을 이끌었죠.
이 전 대표와 김 대표는 모두 대우증권 출신인데요. 김 대표는 IB 업무만 30년 넘게 맡아온 정통 증권맨으로 이 전 대표가 IB 강화를 위해 조용병 전 회장을 설득해서 데려온 것으로 전해집니다.
시장에선 올해 첫 단독대표 체제에 돌입한 김상태 신한투자증권 대표가 리테일과 WM부문 등 아직 익숙하지 않은 업무에 적응을 못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익명의 업계 관계자는 “김 대표가 첫 단독대표 체제에 오를 당시 리테일 등의 전문성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있었다”며 “조용병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갑작스러운 용퇴로 1년만에 단독대표에 오른 김 대표는 그룹 내 입지를 위해선 IB뿐 아니라 이 전 대표의 공백을 메워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신한투자증권 관계자는 “WM역량 강화를 위해 자산관리 부문을 신설하고 3개의 자산관리 유관 그룹을 통합해 '고객 중심' 관점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WM 강화 나섰지만 사모펀드 망령 여전
리테일과 WM 부문에 대한 우려를 인식한 듯, 김 대표 역시 WM 강화에 대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습니다. 올해 초 WM 조직간 연계 강화를 위해 WM부서를 통합한데 이어 '리테일' 영역인 자산관리부문장은 별도 선임 없이 김 대표가 직접 조직을 맡고 있습니다.
다만 업계 일각에선 신한투자증권의 WM 강화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라임자산운용·헤리티지펀드 펀드 환매 중단 등 연이은 사모펀드 사태가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실제 신한투자증권은 지난해 하반기에 이어 올해 1분기에도 국내 10대 증권사 중 가장 많은 민원이 접수됐습니다. 2019년 환매가 중단된 독일 헤리티지 파생결합증권(DLS) 펀드와 관련한 민원이 올해까지도 지속되고 있어섭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신한증권에 접수된 민원은 1분기 총 44건으로 10대 증권사 평균치(22건)의 2배에 달합니다. 지난해 4분기(59건)에 이어 10대 증권사 중 가장 많은 민원이 제기됐죠.
업계 관계자는 “피해자 배상과 합의 조병용 회장의 용퇴 등으로 수습될 것으로 보였던 사모펀드 사태들 관련 민원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자산관리 부문 강화를 위해선 라임 사태 여파를 빠르게 추스를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상태 신한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진=신한투자증권)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