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지난 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과 관련해 2차 자진출석을 거부당한 후 1인 시위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윤혜원 기자]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송 전 대표가 2020년 전당대회 준비에 나섰을 때 당대표 경선 컨설팅 비용을 그의 외곽 조직인 '평화와 먹고 사는 문제연구소(먹사연)'가 대납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검찰은 이를 확인하기 위해 A컨설팅 업체를 전격 압수수색했습니다.
먹사연, 송영길 컨설팅비용 A업체에 대납 의혹
13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송 전 대표는 2020년 4월 총선이 끝난 후 당시 이해찬 대표의 후임 대표를 선출하기 위한 전당대회 준비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전당대회에 출마하겠다는 의사를 드러내면서 송 전 대표는 출마 결심을 접어야만 했습니다. 이 전 총리는 송 전 대표의 광주 북성중학교 선배로, 두 사람이 '호남' 출신이란 공통점이 있어 이 전 총리로 교통정리가 된 겁니다.
다만 이 전 총리가 2020년 7월 초 당대표 출마를 선언하기 전까지 송 전 대표는 전당대회 준비를 진행했습니다. 이를 위해 송 전 대표는 경선 컨설팅을 받았는데, '먹사연'이 컨설팅 비용을 A업체에 대납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A업체는 지난해 6·1 지방선거 당시 민주당의 광역단체장 후보 컨설팅을 도맡기도 했습니다. 송 전 대표의 서울시장 선거에도 관여하는 등 민주당과 인연이 깊습니다.
전날 검찰의 압수수색은 A업체뿐만 아니라 B여론조사업체도 함께 진행됐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통상 경선 컨설팅을 하기 위해선 여론조사(경쟁력)도 병행해야 되는데, B업체는 A업체로부터 여론조사 진행 비용으로 수천만원을 받았다고 합니다. 검찰은 압수물품에 대한 포렌식 결과 컨설팅 당시 자료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송영길'이라는 이름이 적히 문건입니다. 특히 이 과정에서 '먹사연' 앞으로 컨설팅 비용 계산서가 발행된 것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검찰은 압수수색 이전에 계좌 거래 내역을 확보했고, 이 과정에서 A업체의 경선 컨설팅 비용을 '먹사연'이 대납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통일·복지·경제 정책을 연구하는 법인인 '먹사연'이 사업 목적과 맞지 않는 경선 컨설팅 비용을 대납한 것과 관련해 검찰은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판단했습니다. 압수수색에서 이를 재확인한 검찰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송 전 대표를 기소할 것이 확실해 보입니다.
사진은 지난 4월29일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평화와 먹고 사는 문제 연구소' 사무실로 검찰 관계자가 들어서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뉴시스)
제3자의 컨설팅비용 처리…법조계 "정치자금법 위반"
법조계에서도 송 전 대표의 경선 컨설팅 비용 대납 문제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바라봤습니다. 현행법에 따르면 신고된 예금계좌를 통하지 않고 정치자금을 수입·지출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4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돼 있습니다. 즉 사전에 정해진 후원회 계좌를 통해서만 수입·지출이 가능하다는 뜻입니다.
김규현 법무법인 평안 변호사는 본지와 통화에서 "송 전 대표가 당시 국회의원 신분이라 정해진 후원회 계좌로만 돈을 받고 컨설팅 비용을 처리해야 되는데, 그렇게 안 하고 제3자가 컨설팅 회사에 쏴준 것"이라며 "정치자금법 위반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조주태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는 "(비용과 관련한) 영수증을 처리하고 선관위에 신고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이런 절차가 안 갖춰져 있으면 정치자금법 위반이 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송 전 대표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먹사연'이 A업체에 지불한 금액의 규모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김 변호사는 "금액이 미미하면 구속을 안 할 수도 있지만 수천만원 단위로 가면 구속영장이 청구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A업체가 B업체에 수천만원대의 여론조사 비용을 지불한 것을 감안하면 구속영장을 청구할 만한 금액 규모는 충족할 것으로 보입니다.
박주용·윤혜원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