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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엔비디아와 행렬
입력 : 2023-06-16 오전 6:00:00
최근 엔비디아의 주가가 빠른 속도로 상승하며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다. 1분기 실적이 기대치를 크게 넘어선 것으로 드러나자, 5월 말에는 하루 만에 주가가 25%가량 상승하기도 하였다. 엔비디아는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구글), 아마존에 이어 미국에서 다섯 번째로 시가 총액 1조 달러를 돌파한 기업이 되었다. 주가 상승의 주요 배경에는 챗GPT와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의 인기가 자리잡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의 데이터 센터와 서버에 필요한 그래픽 처리 장치(GPU)의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엔비디아는 GPU 시장에서 독보적인 세계 1위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GPU는 원래 컴퓨터 그래픽을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개발되었다. 예를 들어, 게임이나 고화질 비디오와 같은 작업에서는 수백만 개의 픽셀을 동시에 빠르게 처리해야 한다. 각 픽셀에 대한 계산은 단순할지라도, 컴퓨터의 CPU가 이를 모두 처리하려면 상당한 시간적인 지연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많은 간단한 계산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장치로서의 GPU가 등장하게 된 것이다. GPU의 이런 병렬 처리 능력은 본래의 목적인 그래픽에 국한되지 않고, 암호화폐 채굴이나 인공지능과 같은 다른 영역에서도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이러한 다양한 분야에서의 GPU 활용이 엔비디아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

세상의 이런 빠른 변화 장면을 조금 느긋하게 바라보는 데 도움을 주는 수학적 개념은 ‘행렬’이라고 할 수 있다. 행렬은 숫자를 직사각형 형태로 배열한 것이다. 일상에서 매일 주고받고 있는 그림 파일도 행렬로 이해할 수 있다. 파일을 열면 눈에는 연속적인 이미지가 보이지만, 실은 픽셀이라 불리는 유한개의 점이 직사각형 꼴로 빼곡하게 배열된 것이다. 그리고 각 픽셀에는 색상을 나타내는 숫자가 주어진다. 각 위치의 픽셀마다 숫자가 놓인 셈인데, 이는 숫자를 직사각형 형태로 배열한 것이라는 행렬의 묘사와 일치한다. 행렬은 오늘날 다양한 현실의 문제를 수학적으로 표현하고 다루는 데 필수적인 도구로 활용된다.

그래픽에서는 객체를 다른 위치로 옮기거나 회전시키는 등의 작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객체의 각 점의 좌표를 새로운 위치로 변환해야 한다. 이런 작업은 행렬 연산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다. 빛의 반사나 그림자와 같은 효과를 다루거나, 3차원 객체를 2차원 화면에 표현하는 데도 행렬이 필요하다.

행렬은 인공 신경망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인공 신경망은 입력을 받아 중간 단계에서 여러 변환 과정을 거친 후에 출력을 내놓는다. 여기서 중간의 변환 과정은 큰 행렬들이 담당한다. 입력 데이터가 벡터라 불리는 간단한 꼴의 행렬로 바뀌면 이것이 신경망의 행렬과 곱해지고, 이 결과가 다음 행렬로 전달되어 곱해지는 식의 계산이 반복적으로 수행되어 최종적인 출력이 얻어진다. 사람이 챗GPT와 대화를 할 때도, 배후에서는 수많은 행렬의 곱셈이 일어난다. 인공지능을 학습시킨다는 것은 인공 신경망의 행렬을 구성하고 있는 숫자를 찾는 과정인데, 역시 수많은 행렬 곱셈이 필요하다.

행렬의 연산은 각 행과 열의 요소들을 독립적으로 계산할 수 있어 병렬화가 용이하다는 특징이 있다. 바로 GPU가 잘하는 것이다. 인공지능, 가상현실, 자율주행 자동차와 같은 기술의 부상은 공통적으로 빠른 행렬 연산에 대한 수요를 증가시킨다. 이는 GPU와 같은 장치에 대한 수요 증가로 이어진다. 엔비디아의 부상 이면에는 행렬 계산에 대한 세상의 요청이 존재한다.
 
이철희 고등과학원 수학난제연구센터 연구원
 
권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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