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남산을 명동역과 바로 잇는 곤돌라가 만들어집니다. 기존 남산 중턱에서 출발하던 케이블카가 독점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남산역 아래서 출발하는 곤돌라가 새로 생겨 경쟁 구도로 바뀔 전망입니다.
서울시는 남산의 생태·자연공간 회복을 위한 ‘지속가능한 남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400억을 투입해 2025년부터 남산에 친환경 곤돌라를 운행할 계획입니다.
남산은 연간 800만명이 찾을 정도로 대표적인 서울의 랜드마크이지만, 2021년 8월 관광버스 출입 제한 조치가 시행되면서 대당 48명, 시간당 500명에 불과한 기존 케이블카에 사람들이 몰려 불편을 겪어왔습니다.
서울시가 구상하는 곤돌라는 남산 정상부에서 남산 초입에 있는 예장공원까지 800m를 운행할 예정입니다.
모두 2대의 캐빈이 운행하는 케이블카와 달리 1대당 10명이 탈 수 있는 곤돌라가 모두 25대 운행하면서 시간당 2000명까지 이용 가능합니다.
예장공원은 명동역에서 100m 거리에 불과해 정류장까지 600m 이상 걸어 올라가야 했던 케이블카에 비해 접근성이 우수한데다 대형 주차장까지 갖췄습니다.
60년 넘게 독점으로 운영 중인 남산 케이블카. (사진=뉴시스)
60년 독점, 경쟁-견제로 압박
기존 남산 케이블카는 줄곧 독점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남산 케이블카는 5.16 쿠데타 직후인 1961년 8월 고 한석진 대한제분 사장이 국내 첫 삭도 사업허가를 받아 60년 넘게 한국삭도공업이 운영하고 있습니다.
사실상 무기한 영업이 가능하며, 연 1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데도 서울시의 관리감독으로부터 자유로워 설악산 권금성 케이블카와 함께 군부정권의 특혜로 꼽혀 왔습니다.
남산 케이블카를 견제하고자 곤돌라 도입이 2009년 오세훈 당시 시장의 ‘남산 르네상스’ 시절부터 추진됐지만 환경단체 반대에 부딪혀 표류하다 2016년 한양도성 유네스코 등재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이유로 백지화된 바 있습니다.
7년이 지난 현재는 한양도성의 유네스코 등재 추진 범위가 이전과 달라지면서 곤돌라와의 상관성이 줄어 재추진에 문제가 없다는 판단입니다.
게다가 남산 곤돌라를 운행하게 되면 친환경 이동수단만으로 관광객을 수용할 수 있어 순환버스나 시티투어 같은 경유버스를 전면 통제할 수 있습니다.
특히, 곤돌라 운행 이외에도 관리감독권한을 강화하고 운영기한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궤도운송법 개정을 건의해 독점 운영을 견제할 방침입니다.
서울시는 곤돌라 운영·건설 과정에서 환경 파괴를 최소화하는 것은 물론 환경단체, 환경전문가들과 협의회를 구성해 곤돌라 사업을 함께 추진합니다.
특히, 운영수익을 남산 생태환경관리 사업에 사용하도록 기금을 만들고 이를 조례로 제도화해 선순환 구조를 만들 계획입니다.
여장권 서울시 균형발전본부장은 “친환경 이동수단을 만들더라도 반대하지 않겠다라고 하는 입장을 표명한 적이 있기 때문에 케이블카 쪽에서 특별히 이견이 있을 것 같지는 않다”며 “수익이 분산되는 부분도 일정 부분 생각할 수 있는데 남산의 곤돌라가 새로 들어오고 각광을 받게 되면 오히려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60년 넘게 독점으로 운영 중인 남산 케이블카. (사진=뉴시스)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