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장성환 기자] 정부가 '공교육 정상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공교육 교과과정 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문제 출제'를 강조한 데 이어 교육부도 '공교육 경쟁력 제고 방안'을 내놓는 등 '공교육 살리기'에 나서고 있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정부가 공교육 경쟁력 약화의 원인을 사교육 시장으로 돌리면서 지나친 '사교육 때리기'를 하고 있다는 비판도 적지 않습니다. 특히 사교육 시장에서 고액 연봉을 받는 이른바 '일타 강사'들이 집중 공격을 당하고 있어 본말이 전도된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공교육 살리기' 취지는 옳지만 사교육·일타 강사 공격에만 너무 몰두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2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공교육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중학교 1학년 '책임 교육 학년' 지정, 맞춤형 학업성취도 자율 평가 확대, 자사고·외고·국제고 존치, 고교학점제 보완 추진, 수업 잘하는 교사 다양한 인센티브 제공, 교육 활동 보호를 위한 법령 개정 추진, 교원 행정 업무 경감 및 처우 개선 등이 골자입니다.
해당 방안을 두고 그 내용의 세세한 부분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의견과 부정적인 의견이 교차하고 있지만 공교육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큰 방향성은 옳다는 견해가 주를 이룹니다.
조성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학생 기초학력 보장과 인성 교육을 강조하고, 교사가 수업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 방점을 둔 부분이 큰 의미를 가진다"며 "이러한 방안들이 발표에만 그치지 않고 교육 현장에서 체감될 수 있도록 실질적으로 이행해 달라"고 주문했습니다.
그러나 정부가 '공교육 살리기'에 나서면서 사교육 업체들을 너무 강하게 몰아붙인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은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부분을 수능 킬러 문항(고난이도 문항)으로 출제하는 건 '사교육 이권 카르텔'이라고 강하게 질타했습니다. 이에 발맞춰 교육부도 허위·과장 광고 등 학원 부조리에 대응하기 위해 2주간 집중 신고 기간을 운영한다고 밝혔습니다.
여당인 국민의힘도 지원 사격에 나섰습니다. 이들은 특히 수백억원의 연봉을 받는 '일타 강사'들을 정조준 해 쓴소리를 쏟아냈습니다. 일부 '일타 강사'들이 윤 대통령의 "학교 수업만 따라가면 수능 문제를 풀 수 있도록 출제하라"고 한 발언과 관련해 SNS에 비판적인 글들을 올리자 엄호하는 것입니다.
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지난 21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교육 시장 공급자인 일부 강사들 연 수입이 100억원, 200억원인 게 공정한 시장 가격이라고 볼 수는 없지 않나. 초과 이윤이 있을 때는 문제가 있는 것"이라면서 "불특정 다수에게 피해를 주고, 그 피해를 바탕으로 초과 이익을 취하는 것은 범죄이고 사회악"이라고 거친 언사로 비난했습니다.
국민의힘은 22일 '학교 교육 및 대학 입시 정상화 특별위원회'까지 구성했습니다.
정부가 사교육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21일 '공교육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하면서 허위·과장 광고 등 학원 부조리에 대응하기 위해 2주간 집중 신고 기간을 운영하겠다고 밝혔습니다.(사진 = 교육부)
"학생들의 사교육 의지는 공교육 바로 세우지 못한 정부 탓…공교육 경쟁력 강화 우선"
사교육 업체들은 정부가 수능 문제를 어렵게 출제해 학생들이 사교육을 받을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 놓고 이제 와서 그 책임을 사교육 시장으로 돌리는 건 맞지 않다고 주장합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수능에서 킬러 문항을 없애는 방향에는 동의하지만 그 원인이 사교육은 아니다. 선후가 바뀌었다"며 "수능에서 킬러 문항이 계속 나오니까 사교육 업체가 학생 수요에 맞춰 대응했을 뿐이다. 공교육만으로도 킬러 문항에 대한 대비가 잘 이뤄질 수 있었다면 학생들이 사교육으로 왔겠나"라고 꼬집었습니다.
또 다른 입시업체 관계자도 "사교육은 공교육에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역할인데 그럼에도 학생들이 공교육보다 사교육을 더 의지한다는 건 공교육에 문제가 있는 것이지 사교육 탓을 할 게 아니다"라면서 "정부가 공교육의 경쟁력을 강화하면 자연스레 사교육 시장이 위축될 텐데 그렇게 하지 못했기 때문에 현재 이런 상황이지 않나. 사교육 때리기에 몰두하지 말고 공교육을 바로 세우는 데 행정력을 집중하라"고 의견을 표했습니다.
전문가도 사교육 시장에 대한 공격보다는 '공교육 정상화'에 힘쓰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합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일타 강사'들이 국민의 일반적인 기준을 넘어선 이익을 거뒀다고 하는데 그렇다고 범법 행위를 한 것은 아니지 않나"라며 "결국 학생과 학부모의 다양한 수요를 만족시켜 주는 것이 '공교육 정상화'의 길"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구체적으로 "정부가 학령인구 감소를 이유로 교사 정원을 줄일 게 아니라 교사들이 학생 한 명 한 명을 진심으로 잘 돌볼 수 있도록 그 수를 늘려야 한다"면서 "또 공문 작성 등 교사의 행정 업무를 줄여 수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도 필요하다. 이렇게 공교육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게 먼저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정부가 지나친 사교육 때리기에 나서자 사교육 업체들이 불만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의 모습.(사진 = 뉴시스)
장성환 기자 newsman9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