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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얼마나 위험한가?
입력 : 2023-06-23 오전 6:00:00
소금 구하기가 어렵다. 일본이 조만간 후쿠시마 오염수를 ALPS장비로 처리한 후 해양 희석 방류를 한다고 뉴스를 듣고 소금을 빨라 사 놓아야 한다는 사람들 때문이다. 오염수로 배출되는 방사능 물질로 인해 바닷물이 오염되면, 바닷물을 증발시켜서 만드는 천일염까지 오염될 거라는 걱정 때문이라고 한다. 필자는 후쿠시마 오염수에 대한 복잡한 핵물리 공학과 해양 오염과 정화에 대한 상세한 지식이 없어 깊이 다룰수는 없지만, 한 가지 의문이 든다. 후쿠시마 오염수는 우리에게 얼마나 위험한가?
 
위험이란 객관적이면서 동시에 주관적인 특징이 있다. 피해 정도와 일어날 확률을 곱해야 위험이 계산되는데, 특히 확률에 대해서는 체감도 어렵고, 가정에 가정을 더해야만 도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후쿠시마 오염수로 인해 생각할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인 피해는 암일 것이다. 기준치 이상의 강한 방사능에 노출되면 갑상선암이나 백혈병 등 다양한 암에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방사능으로 DNA가 변형되어 암세포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만약 오염수에 포함된 방사능 물질이 이러저러한 경로를 통해 내 몸에 들어오고, 그 방사능 물질로 인해 암에 걸렸다면, 이는 후쿠시마 오염수로 인해 증가된 위험이다. 다시 말해 후쿠시마 오염수는 1급 발암물질을 함유하고 있고, 그걸 바다에 그냥 버리면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소금을 열심히 사는 듯하다.
 
그런데, 방사능 물질만이 1급 발암물질은 아니다. 담배와 술도 1급 발암물질이고, 햄과 소시지 등 가공육도 세계보건기구는 2015년 10월에 1급 발암물질로 분류했다. 가공육을 먹으면서, 발암물질을 돈내고 산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고, 술과 담배를 하면서 너무 과하지 않다면 이정도는 괜찮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어떤 사람이 일주일에 소주 2병을 마시고 하루에 담배 1갑을 피우고, 햄버거를 두 번씩 먹는다면, 이 사람에게 후쿠시마 오염수의 해양 방류로 인해 증가하는 암의 발병 가능성은 얼마나 높아지는 것일까? 처리된 오염수를 마실 수 있다고 호언장담하는 과학자에게는 차이가 전혀 없을 것이고, 소금을 부지런히 사모으는 사람에게는 상당한 차이가 있을 것이다. 즉, 동일한 사안에 대해 인지하는 위험이 다르기 때문에 서로 다른 결정을 하는데, 문제는 하나의 집단으로서 의견을 통일해야 하는 지점에서 발생한다. 개개인으로서 소금을 사모으던, 처리된 오염수를 마시던 자유이나, 공공 보건 정책을 결정한다면 과학적 기준과 정량적 평가, 증가되는 위험 대비 투입해야 하는 비용과 노력을 비교해야 한다.
 
한 쪽에서는 과학적으로 별 문제가 없고, 전문가들이 평가했으며, 국제 기구에서 동의한 사안이니 괴담을 유포하지 말라고 하고, 다른 한 쪽에서는 오염수가 방류되면 우리 연안은 오염되고, 어민들의 생업은 무너지며, 아이들에게 수산물도 먹이지 못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술, 담배, 가공육 등 각종 1급 발암 물질을 끼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입장에서 후쿠시마 오염수의 방류가 얼마나 공중보건 측면의 위험을 증가시키는지 차분하고 진지하게 따지지 않는 것은 유감이다. 사실 차분하고 진지하게 위험을 평가하고 분석하기 보다는 유불리를 따져서 목소리를 높이는 현상은 후쿠시마 오염수 이슈 이외에도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태양광 패널에서 전자파가 많이 나오니 민가에서 멀리 떨어뜨려야 한다고 조례를 제정하면서, 정부 보조금으로 지붕 태양광을 열심히 설치하는 지자체도 많고, 연료 전지 발전소는 ‘수소폭탄’이므로 절대 우리 동네 설치하면 안된다고 하면서 수소 충전소가 부족해서 불편하다고 가까운 곳에 수소 충전소를 새로 지어달라고 민원을 넣는 사람들도 많다. 
 
조금만 생각해 보면 전혀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이거나 과학적/정량적 분석 없이 막무가내로 목소리를 높이거나 전문가들이 오랜 연구를 통해 정립한 기준을 한두사람의 주장에만 근거해서 무시해버리고 이래서 위험하고 저래서 불안하니 절대 안된다는 말과 글이 카톡방과 유튜브에 넘쳐난다. 그 과정에서 꼭 해야 할 일이 늦어지고, 어렵게 결단을 내리고 진행한 일도 정권이 바뀌어서 심판의 대상이 되어 수사의 대상이 되면서 결국 목소리를 높이고 행동은 하지 않는게 가장 안전한, 위험하지 않는 비결로, 우리 사회의 필승 전략으로 굳어진게 아닐까? 위험을 자세히 따지지 않고, 기준을 존중하지 않고, 사실과 과학보다는 감정과 두려움을 우선하는 태도는 우리에게 얼마나 위험한가? 따져 묻지 않을 수 없다.
 
권효재 COR 페북그룹 대표
 
권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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