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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국회의원 정수 축소가 정치개혁인가
입력 : 2023-06-21 오전 6:00:00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국회 연설에서 국회의원 정수 10% 축소를 개혁과제로 제시했습니다. 국회의원 숫자를 줄이는 것이 개혁이라는 이상한(?) 개혁이 가끔 등장합니다. 2010년 안철수 의원이 정치를 처음 시작할 때, 정치개혁의 과제로 국회의원 수를 줄이겠다는 공약을 제시했습니다. 일시적으로 언론은 환호했지만, 대통령 후보로서 기본 소양을 의심하게 되는 실마리를 제공했습니다. 그 후에 안철수의 진심캠프는 정치권에서 확장성을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런데도 국회의원 수를 줄이자는 구호가 대결정치가 극단화될 때마다 정치혐오를 명분으로 반복적으로 등장합니다.
 
지금까지 헌정사에서 보면 국회의원 숫자는 계속해서 늘여왔습니다. 딱 두 번 국회의원 수가 줄어들었습니다. 한 번은 1963년 박정희 군부 쿠데타 이후 첫 선거였고, 두 번은 1997년 IMF 외환위기 직후인 2000년 총선이었습니다. 1948년 5월 제1대 선거에서 200명으로 시작하여 제5대 233명이었다가 박정희 군부 쿠데타에 의한 제3공화국 첫 선거에서 175명으로 감축을 했습니다. 그러다가 유신헌법 1973년 첫 총선은 국회의원 임기를 6년, 한 선거구 2명 선출 중선거구제 219명으로 늘였습니다. 지금처럼 300명(299명에 세종시 1명 추가)을 선출하는 의원정수는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탄생한 제6공화국 헌법에서 시행한 1988년 첫 선거인 제13대 총선부터입니다. 두 번째 국회의원 정수 축소는 97년 IMF 외환위기 때입니다. 외환위기 직후, 국난 극복이라는 구호에 정치인이 앞장선다는 상징이 필요했던 것이었습니다. 개혁의 구호가 “고비용-저효율 타파”였기에 정치도 피해 갈 수 없었습니다. 당시는 과잉투자로 인한 한국경제의 위기가 왔다고 보고, 정치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했습니다. 2000년 제16대 총선에서 273명으로 줄였습니다. 약 10% 감축을 한 것입니다. 그때도 지역구가 아니라 비례대표 수를 줄이는 편법으로 타협한 결과였습니다. 정변이나 위기라는 비정상적 상황에서만 감축이 이루어졌는데, 오늘날 여당의 대표가 10% 감축을 제시하다니 역사는 반복되는 걸까요?
 
제헌 당시부터 국회의원은 200명 이상을 선출해 왔습니다. 군부독재정권이 등장할 때는 잠시 줄였지만, 계속 늘어왔습니다. 헌법 제41조에 국회의원의 수는 법률로 정하되, 200인 이상으로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상한선을 두지 않고, 오히려 하한선만 두었습니다. 헌법기관으로 견제와 감시를 하려면 최소한의 숫자가 필요합니다. 삼권분립의 측면에서 볼 때, 소수의 국회의원으로는 행정부 수장과 국가원수라는 이중의 권력을 가진 대통령을 견제하기 어렵다고 본 것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기득권을 가진 전문직은 계속해서 숫자를 늘리는 방향을 개혁이라고 합니다. 대표적인 직업이 변호사죠. 여러 이유로 반대하는 근거가 있지만, 사법시험이 폐지되고 로스쿨 변호사 제도가 정착되면서 변호사 숫자는 많아졌고, 법률 시장의 문턱은 낮아지고, 소비자의 이익은 커졌습니다. 그런데도 국회의원은 계속 숫자를 줄여야 할까요?
 
민생은 외면하면서, 당리당략을 쫓아서 정쟁으로 밤낮을 지새우는 여야 정치인들의 꼴도 보기 싫은 마음은 이해합니다. 이것은 거대 양당제에 기반한 다수제 민주주의를 다당제 합의제 민주주의로 바꾸면 해결됩니다. 극단적 대결정치는 양당제의 결과이지 국회의원 숫자가 많아서 생긴 싸움의 원인이 아닙니다. 본말을 전도해서 개혁이라고 포장할 문제가 아닙니다. 김기현 대표에게 정중히 묻습니다. 과연 10% 국회의원 숫자를 줄이면, 지금의 극단적인 대결정치가 사라질까요? 
 
김두수 시대정신연구소 대표
 
권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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