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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거대 양당 대표'가 뭉개버린 선거제도 공론화
입력 : 2023-06-26 오전 6:00:00
지난 6월 20일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국회의원 정수 10% 감축에 나섭시다"라고 주장했다. "그 주권자인 국민들께서 (의원수가) 많다고 생각하시는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는 겁니다"라고 했지만, 김 대표는 국회가 지난 5월 주선해 만든 선거제도 공론조사 결과를 정면으로 거슬렀다. 그런가 하면 그 전날 연설에 나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어떤 정치개혁 방안도 언급하지 않았다. 이 대표가 지난 대선에서 내건 ‘다당제 정치개혁’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보다 먼저 방류된 것 같다. 
 
국회는 선거제도 개편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500인 회의’를 기획하고, 성별/연령/지역 비율을 반영해 시민참여단을 모집했다. 참여단이 단순히 설문에 응답하는 것이 아니라 토론을 거쳐 다시 투표함으로써 숙의의 결과가 무엇인지 보여줬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 평소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 다수가 다당제를 지지하면서도, 다당제를 뒷받침하는 중대선거구제나 비례대표 비중 확대에 대해서는 반대 여론이 높게 나타났었다. ‘앞뒤’를 맞추려면 숙의가 불가피하다. 
 
숙의 이후 투표 결과 시민참여단의 다수 의견은 다음과 같았다. 첫째, 중선거구제나 대선거구제보다는 소선거구제 또는 도농복합 선거구제(대도시는 중대선거구, 농어촌은 소선거구) 지지가 높았다. KBS가 생중계한 토론을 보면 소선거구제 지지 시민들은 ‘대표성이 확실한 대표자에게 확실히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데 이끌리고 있다(대선거구제론자인 필자는 그에 대한 반박 논리가 숙의 도중 제대로 거론되지 않은 게 아쉽지만, 단기간에 대선거구제로 전환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판단하며, 우선 소선거구제를 존치한 채로 선거제도를 개혁할 필요가 있음을 인정한다). 
 
둘째, 시민참여단 다수는 비례성 확대를 지지했다. 지지율과 의석수의 불일치가 큰 소선거구제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비례대표 의석 비중을 확대하고, 지지율 대비 지역구 의석수가 적은 정당에게 비례대표 의석을 우선 배분하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 혹은 강화하는 것이다. 숙의 전 비례대표 의석 비중 확대론은 소수 의견이었으나, 비례성을 올리고 정치다양성을 확립하자는 공감대가 이뤄지면서 많은 시민이 의견을 바꿨다. 다만 유념할 것이 있다. 다수 시민은 정당뿐 아니라 인물에도 투표할수 있는 ’개방형 비례제‘를 원했다. ’인물을 선택할 수 없다‘는 불만을 불식시키라는 요구다. 
 
셋째, 이번 토론에서 나온 가장 놀라운 결과인데, 숙의 전에는 국회 의원 정수 축소론이 65%로 나타났지만, 숙의 후에는 ‘축소’가 37%로 크게 줄면서 ‘확대’(33%), ‘유지’(29%)와 팽팽하게 겨루는 구도가 만들어졌다. 평균적 의견은 ‘의원 정수 유지’인 셈이다. 어차피 의원 축소론은 ‘소선거구제하에서 비례성 강화’라는 공론조사 결론에도 들어맞기 어렵다. 김기현 대표 말대로 의원정수를 축소할 경우 그 축소분의 대다수는 지역구 의석이어야 비례성을 확보할 수 있는데, 지역구 의석수 축소가 매우 어렵다는 것은 선거구 획정 때마다 입증되었던 것이다. 
 
공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회와 정당들이 해야 할 선거제도 개혁은 명확하다. 첫째, 의원 정수에 대한 논쟁을 뒷날로 미뤄야 한다. 둘째, 2020년 총선에서 준연동형 비례제를 무력화시킨 비례대표 전용 위성정당을 방지해야 한다. 셋째, 소선거구제의 이점이 정녕 ‘뚜렷한 대표성’에 있다면, 낮은 득표율이라도 1등만 하면 당선되던 단순다수제를 청산하고, 결선투표제나 선호투표제를 실시해서 대표성을 명백하게 확인하도록 해야 한다. 넷째, 비례대표 투표에서 인물도 선택할 수 있도록 기술적·실무적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김수민 정치평론가
 
권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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