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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장마 시작…위태로운 반지하
장마전선 북상…장마 본격 시작
입력 : 2023-06-26 오후 4:27:10
 
 
[뉴스토마토 박한솔 기자] "이사 간 집도 있긴 한데, 그래도 많이들 살죠. 작년에 그 난리가 났었으니까, 걱정이 항상 되죠."
 
26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 일대.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걱정이 큽니다. 지난해 이곳에선 일가족 3명이 불어난 빗물에 반지하에서 사망하는 비극적인 사고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당시 사고로 서울시는 반지하 정책을 내놓았고, 일부 시민들이 지상으로 집을 옮겼습니다. 그러나 일부일 뿐 대부분의 주민들이 여전히 반지하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건물 가장 아래, 지하에 위치해 있는 반지하들은 오늘도 위태롭기만 합니다.
 
관악구 주민들 역시 이날부터 시작된 장마에 우려가 큽니다.
 
일부 반지하와 상가에 설치된 차수판 등 침수방지시설이 눈에 띄기도 했지만, 극히 일부일 뿐 여전히 지난해와 비슷한 모습입니다.
 
이영순(가명·63)씨는 "작년에 비가 많이 왔으니까 올해는 좀 적당히 왔으면 좋겠는데 또 이게 우리가 정할 수는 없으니까"라며 "사고같은게 날까봐 무섭기도 하고, 나는 2층 사는데도 비 많이 온다고 하면 겁부터 난다"라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8월 폭우 피해를 입은 서울시 관악구 신림동 반지하 주택 (사진=박한솔 기자)
 
7월 내내 우기…반지하 대책은 '제자리 걸음'
 
제주도와 남해안을 타고 장마전선이 북상하면서 전국적으로 장마가 시작됐습니다. 이날을 기점으로 7월까지 잇따라 비가 내릴 것으로 전망되면서 반지하 주택의 비극이 재차 조명됩니다.
 
제주에선 이미 200mm가 넘는 비가 내렸고, 27일부터는 전국적으로 돌풍과 천둥, 번개를 동반한 강한 비가 예상되면서 행안부는 중대본 1단계를 가동했습니다. 위기 경보 수준은 '주의' 단계로 상향됐습니다.
 
지난해엔 역대급 폭우가 내렸습니다. 8월 하루 400mm 이상의 역대급 폭우가 내리면서 서울시 일대가 물에 잠겼고, 사망자까지 발생했습니다.
 
지난해 8월 8일 신림동 반지하에 거주하던 일가족 3명이 불어 넘친 물을 피하지 못하고 숨진채 발견됐습니다. 당시 이들은 지인에게 침수 신고를 해달라 요청했고, 소방 당국이 배수 작업에 착수했지만 이미 사망한 뒤였습니다.
 
일가족은 허벅지 높이까지 찬 물 때문에 현관문을 열지 못했고, 창문으로 빠져나가려 했지만 방범창이 있어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앞서 지난 2001년에도 신림동 인근 지하주택이 침수돼 거주자 3명이 숨지는 등 익사 사고가 발생한 바 있습니다.
 
이같은 비극에 전국에선 반지하 주택 문제를 해소할 대책들을 쏟아냈습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 당시 쏟아냈던 대책들이 뚜렷하게 눈에 보이지 않아 올해도 비슷한 비극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나옵니다.
 
서울시 관악구 신림동 반지하 주택 전경. (사진=박한솔)
 
지자체, 반지하 대책 앞다퉈 쏟아
 
서울시 반지하 대책은 현재 지지부진한 상태입니다. 지난해 반지하 사고 이후 서울시는 '반지하 없는 서울'을 외쳤지만 지상이전 달성률은 고작 10% 안팎입니다. 침수방지시설 역시 7780여가구밖에 도입하지 못했습니다.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서울이 진행하는 침수취약주택에 대한 침수방지시설 설치 사업의 진행률은 저조한 상태입니다. 서울시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침수우려가구는 총 1만5543여호로 이 중 7780여가구인 50%가 침수방지시설을 설치했습니다.
 
경기도는 지난해 폭우로 경기도엔 4005가구가 침수돼 80억원의 재산 피해와 1900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습니다. 이에 도는 재난관리기금 등 총 68억원을 투입해 침수방지시설 설치에 나섰습니다.
 
그러나 장마가 시작된 현재까지 아직 사업이 완료되지 못했습니다. 지하주차장 침수방지 시설 역시 한창 장마가 내리고 있는 7월 중에 완료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에 도는 사안이 급한 만큼 이달 말까지 반지하 주택, 공동주택 지하주차장에 침수 방지시설을 설치하고, 침수시설 설치를 희망하지 않거나 설치가 어려운 세대에는 이동식 물막이판·모래주머니·워터댐 등 장비를 제공할 방침입니다. 
 
정부 장마철 반지하 주택에 대한 점검에 나섰습니다. 반지하주택과 경사지 태양광 시설 등 안명피해 우려지역을 중심으로 예찰활동 강화를 각 지자체에 당부했고, 필요시 사전통제, 주민대피를 선제적으로 실시할 수 있도록 지시했습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23일 동작구 저지대 주택가를 찾아 제방과 물막이판 설치 등 수해 대비 시설을 점검하기도 했습니다. 한 총리는 "본격적인 우기 전까지 반지하주택 물막이판을 최대한 신속히 설치하고, 위험상황에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가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25일 오전 서울 동작구 한 다세대주택 반지하세대 창문에 수해 예방용 물막이판이 설치돼 있다. (사진=뉴시스)
 
박한솔 기자 hs6966@etomato.com
 
박한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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