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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보다 무서운 미국 굴기
입력 : 2023-06-27 오후 3:25:42
DB하이텍 반도체 공장 전경. 사진=DB하이텍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산업과 동맹을 강조하고 있지만 순수하게 받아들이기 힘듭니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산업 흐름이 한국 반도체에 불리한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반도체 제조업 부활을 위해 칩스법과 IRA 등 사실상 보호주의 무역 법안을 도입했습니다. 국내 반도체 기업도 미국 내 투자하면 보조금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것처럼 묘사됐지만 추가 시설투자금이 소요되고 대중국 투자가 제한받는 등 제약이 많습니다.
 
본래 반도체 종주국은 미국입니다. 그리고 한국과 유럽, 일본이 경쟁했었습니다. 한 때 일본이 우리를 앞서가고 있을 때 미국이 집중 견제했습니다. 그 덕분에 한국은 일본을 제치고 반도체 최강국 반열에 들어서게 됐습니다. 미국의 대일본 압박이 한국에 유리하게 작용했습니다. 한국이 메모리 분야 세계 1위에 오른 것은 1992년입니다. 그 전 미국과 일본은 반도체 협정을 맺었고 일본 제조업이 위축됐습니다.
 
이제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는 듯 보여도 자국의 반도체 제조업 부활 전략에서 앞을 가로막고 있는 것은 중국이 아닙니다. 중국 후발주자의 추격을 따돌리면서도 선두에 있는 한국을 제치는 게 아마도 목표일 듯 보입니다. 그러니 미국의 제조업 육성 정책들이 때론 한국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것도 우연이 아닐 것입니다. 미국 기업들이 삼성전자보다 TSMC를 더 선호하는 데도 비슷한 경쟁 논리가 작용합니다.
 
중국이 반도체 굴기를 외치다 미국의 집중 견제를 받게 됐는데 이제는 미국이 굴기에 나선 형국입니다. 과거 일본을 억누른 미국의 저력은 중국의 추격에 비할 게 못됩니다.미국은 왕좌 탈환에 나선 원년 종주국입니다. 그래서 우리 반도체가 성장해왔던 과거 수십년보다 앞으로의 수년이 더욱 험난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미국은 반도체 설계가 강하지만 제조가 취약합니다. 우리는 그 반대입니다. 미국이 제조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적 시도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의 카드는 무엇인지 다시 점검해야 합니다.
 
흔히 제조는 대기업에 유리하고 설계는 규모가 작은 혁신 기업에 유리하다고 합니다. 미국의 기업들이 정부 정책 기조 아래 뭉친다면 제조 역량을 높일 과정은 단축될 것입니다. 반면 한국은 대기업이 하기 어려운 혁신적 역량을 어떻게 확보해야 할지 고민입니다. 벤처기업이 성공하기 쉬운 산업 생태계가 조성돼야 혁신이 이뤄지기 쉽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산업 생태계를 바꾸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동안 한국의 눈부신 성장을 이끌어온 대기업의 성공 방정식에만 의존해선 답이 없다는 위기의식부터 필요합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이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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