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장성환 기자] 학교 급식 현장에서 일하다 폐암에 걸리게 된 노동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나섭니다.
"정부·교육당국, 학교 급식 노동자들 죽어가는 동안 법적 근거와 예산만 운운"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학비노조)은 28일 서울 중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교육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 학교 급식 노동자들은 폐암 발생의 가능성과 위험을 알고도 예방 조치를 취하지 않은 국가에 분노한다"면서 "우리를 폐암으로 내몰아 삶을 앗아간 국가가 폐암 산재 피해자에게 손해를 배상하라"고 촉구했습니다.
교육부는 지난 3월 14개 시·도교육청 학교 급식 종사자 2만4065명의 건강검진을 진행한 결과 폐암이 의심되는 사례가 139명(0.58%)으로 이 가운데 31명(0.13%)이 폐암 확진을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서 받은 학교 급식실 종사자 건강검진 결과에 따르면 4만2077명 중 32.4%인 1만3653명이 폐 CT에서 '이상 소견'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김정희 학비노조 광주지부 사무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수년간 폐암의 위험에 대해 처절하게 알리고 대책 마련을 요구했으나 정부와 교육당국은 학교 급식 노동자들이 죽어가는 동안 법적 근거와 예산만 운운하면서 차일피일 미뤘다"며 "언제까지 동료가 쓰러진 급식 조리실에서 매캐한 연기와 조리흄 속에 갇혀 일해야 하나"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조리흄은 음식을 조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농도 미세먼지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 국제암연구소는 지난 2015년 조리흄을 1급 발암물질로 지정했습니다.
학교 급식 현장에서 일하다 폐암에 걸리게 된 노동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나섭니다. 사진은 학교 급식 노동자들이 28일 서울 중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교육원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사진 = 장성환 기자)
"정부에게 물어야 할 책임 있어…의미 있는 판결 받아낼 수 있도록 최선"
학비노조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학교 급식 노동자의 폐암 산재 신청 건수는 총 97건으로 이 가운데 62건이 산재 승인을 받았습니다. 지난해 산재 승인을 받은 피해자 중 일차적으로 6명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합니다. 이들은 최소 14년에서 최대 26년 동안 학교 급식실에서 일했습니다. 폐암으로 산재를 인정받은 학교 급식 노동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번 소송을 맡은 법률사무소 지담의 임자운 변호사는 "이 소송은 학교 급식 노동자 폐암 발병의 올바른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 수립을 위해 필요하다"면서 "산재 보상 보험의 경우 무과실 책임주의를 따르고 있어 사업주의 잘못을 묻지 않는다. 그래서 산재 인정 사례가 계속 이어져도 사업주인 국가는 그것을 자신의 책임 인정 근거로 삼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이어 "하지만 이 사태에 대해 정부에게 물어야 할 책임이 분명히 있다"며 "직업병 피해를 입은 노동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은 법률적으로 어려운 일이나 의미 있는 판결을 받아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김수정 학비노조 수석부위원장은 "고용노동부가 산업안전보건법 시행 규칙과 고시만 바꿔도 조리흄을 구제 유해 물질로 지정하고 법적 의무를 마련할 수 있다. 교육부도 전국 학교 급식실 적정 배치 기준과 안전 보건 종합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각 시·도교육청 교육감들 역시 환기 시설 개선 예산을 신속히 집행하고, 실질적 대체 인력 제도를 마련하라"고 요구했습니다.
학교 급식 현장에서 일하다 폐암에 걸리게 된 노동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나섭니다. 사진은 학교 급식 노동자들이 28일 서울 중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교육원에서 기자회견을 마치고 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사진 = 장성환 기자)
장성환 기자 newsman9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