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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정부는 없다
입력 : 2023-06-29 오전 6:00:00
정부가 연일 '공교육 정상화'를 강조하면서 '사교육 때리기'에 열중하고 있습니다. 교육부는 이른바 '사교육 이권 카르텔'을 근절하기 위해 '사교육 카르텔·부조리 신고센터'를 설치하고 허위·과장 광고 등에 대한 신고를 접수·처리하기로 했습니다. 대통령실도 '사교육 이권 카르텔'과 관련해 사법적 처리 가능성까지 언급하면서 날을 세우고 있는 상황입니다. '사교육과의 전쟁'을 선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하지만 지금껏 우리나라 정부가 '사교육과의 전쟁'을 벌여서 승리를 거둔 적은 없습니다. 그 시작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신군부 시절입니다. 전 전 대통령은 1980년 7월 30일에 '7·30 교육 개혁 조치'를 발표하고 '과외 전면 금지'를 선언했습니다. 모든 학생의 학교 외 수업이 금지됐고, 과외를 하는 교사나 학부모도 단속 대상이 됐습니다. 과외를 하다 적발될 경우 학생은 무기정학, 학부모는 직장 해고, 과외 교사는 형사 입건 등의 처벌을 받았습니다.
 
정책 시행 초기에는 과외 열풍을 잠재우는 듯 보였으나 이내 단속을 피해 불법 과외가 기승을 부렸습니다. 결국 1989년 방학 중 학원 수강이 허용된 데 이어 1991년 학기 중 수강도 허용됐습니다. 이후 '과외 금지'는 2000년 헌법재판소가 위헌이라고 판결하면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습니다.
 
이후에도 '사교육과의 전쟁'은 이어졌습니다. 이명박 정부는 대학에 자율권을 부여하겠다는 취지로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했으나 대학별 입학사정관 선발 기준에 맞추기 위해 '현장 스펙'을 쌓기 위한 사교육 부담만 늘어났습니다.
 
박근혜 정부 때는 이른바 '선행 학습 금지법'(공교육 정상화법)이 제정돼 학교에서의 선행 학습이 금지되고 학원의 선행 교육 광고도 금지됐습니다. 그러나 '선행'이라는 표현을 쓴 광고를 하지 못할 뿐이라 실제 학원에서는 얼마든지 선행 학습이 이뤄지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게다가 처벌 조항도 없어 그 실효성이 미미했습니다.
 
이렇게 역대 정부가 '사교육과의 전쟁'에서 패배한 이유는 대학 서열화 등 다른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사교육만 잡으려 했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한 가지 정책의 도입 또는 특정 행위의 금지와 같은 방법으로는 지금의 사교육 문제를 해소할 수 없습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킬러 문항'(고난이도 문항)을 배제해도 '준킬러 문항'이라는 새로운 요인으로 사교육은 줄어들지 않을 겁니다. 정부는 '사교육 때리기'가 아닌 진정한 '공교육 질 높이기와 경쟁력 강화'에 힘써야 합니다. 공교육이 바로 서게 되면 사교육은 저절로 힘을 잃을 것입니다.
 
역대 정부가 저마다 '사교육과의 전쟁'을 벌였으나 성공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습니다. 사진은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2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사교육비 경감 대책'을 발표하고 있는 모습.(사진 = 뉴시스)
 
장성환 기자 newsman90@etomato.com
 
장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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