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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젓이 영업하는 불법 도박 가짜 PC방 "규제 시급"
도박하는 가짜 PC방 3000곳 추산
입력 : 2023-06-29 오후 5:44:23
[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PC방' 하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e스포츠 열풍과 방과 후 놀이터, 점심 시간 '디아블로IV'를 즐기는 직장인 등이 생각날 겁니다. 하지만 불법 도박장이 PC방 간을 전면에 내걸면서 이 산업의 기둥을 좀먹고 있습니다.
 
PC방 업계와 게임 학계가 PC방 간판을 내걸고 불법 도박을 벌이는 '어플방' 등 변종 업체를 전수조사해 게임산업을 되살려야 한다고 29일 촉구했습니다.
 
어플방은 경마나 슬롯머신 등 사행성 모사 게임을 태블릿PC에 설치하고 더 큰 화면이나 게임기와 연결해 불법 환전과 도박·사행행위를 하는 곳입니다.
 
실체를 숨기기 위해 형식적으로 PC방으로 등록하거나 등록 없이 PC방 명칭을 쓰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플방은 PC방과 같이 '인터넷컴퓨터게임시설제공업'으로 분류돼 '게임장업'에 대한 관리 감독을 받지 않습니다. 얼마나 많은지, 얼마를 버는지도 집계되지 않았습니다. 이 때문에 건전한 게임 산업이 위협 받고 있다는 위기 의식이 업계에 팽배합니다.
 
김기홍 한국인터넷PC카페협동조합 이사장이 29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PC방을 가장한 도박장의 근절 방안 마련을 위한 국회 토론회'에서 불법 도박장 문제의 심각성을 말하고 있다. (사진=이범종 기자)
 
김기홍 한국인터넷PC카페협동조합 이사장은 이날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PC방을 가장한 도박장의 근절 방안 마련을 위한 국회 토론회'에서 사람으로 둔갑한 쥐 설화를 말하며 불법 도박장이 진짜 PC방 행세를 하도록 내버려줘선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이 설화에서 집주인이 버린 손톱을 먹은 쥐가 이 집 주인으로 둔갑하고 진짜 집주인은 쫓겨납니다. 이 주인은 다행히 도사의 도움으로 고양이를 얻어 집을 되찾습니다. 
 
김 이사장은 "이 설화가 꼭 우리 업계의 현실 같다"고 한숨을 쉬었습니다.
 
이어 "이른바 성인 PC방, 어플방 등을 통해 국민이 게임과 PC 카페가 불건전하다는 잘못된 생각을 가지게끔 만들어 또 다른 사회악으로 대두되고 있다"며 "코로나 3년이라는 전대미문의 재해로 인해 전국의 개체 수가 50% 가까이 궤멸되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또 "이런 와중에 가짜 집주인 쥐는 공들여 쌓아 온 게임산업의 이미지를 심각하게 훼손하며 우리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며 "이 가짜 집주인은 건전한 사회 문화를 위해 반드시 없어져야만 한다"고 말했습니다.
 
학계는 불법 아케이드 게임장 '바다이야기'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해서라도 정부가 정확한 실태 파악과 근절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정정원 대구가톨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PC방을 가장한 이른바 '어플방' 등의 불법 도박·사행행위 현황, 문제점 및 대응'을 발표했습니다.
 
어플방 문제는 10년 전부터 지적 받았습니다. 지금은 규모가 얼마나 될까요. 문화체육관광부의 '2022 대한민국 게임백서'를 보면 2021년 PC방은 9265개입니다. 정 교수는 PC방 전문 언론 보도를 인용해, 유명 게임사 가맹 사업체를 6030개로 추정했습니다. 정 교수는 두 숫자의 차이를 볼 때 약 3000곳이 어플방일 것으로 추정합니다.
 
정정원 대구가톨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가 28일 국회에서 'PC방을 가장한 이른바 '어플방' 등의 불법 도박·사행행위 현황, 문제점 및 대응'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범종 기자)
 
말하는 습관은 생각을 지배합니다. 정 교수는 우선 불법 도박장을 PC방으로 불러선 안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보통 이런 업장은 '성인 PC방', '사행성 PC방', '변종 PC방' 등으로 불립니다. 하지만 PC방은 적법한 게임을 공중에 제공하는 곳입니다. 게임은 사행성을 가질 수 없으므로 불법 도박과 사행행위를 하는 곳을 PC방으로 불러선 안 된다는 겁니다.
 
정 교수는 "현재까지 (어플방 등이) 사회적 문제로는 인식되고 있지 않는 것으로 여겨져, 접근의 용이 등으로 해당 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이 조속히 이뤄지지 않는 경우 향후 '제2의 바다이야기' 사태가 야기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수사기관, 문화체육관광부, 게임물관리위원회,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 유관기관 간 대응을 위한 유기적 공조체제 구축이 요원합니다.
 
정 교수는 "정부가 이런 어플방 이용이 불법이라고 적극 홍보해야 하고, 수사기관에 쉽게 신고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무엇보다 엄정한 법 집행이 필요합니다. 정 교수는 "형법, 사행행위 규제법, 게임산업법 등 혼재된 현행법을 통일된 형태로 재정비하거나 하나의 기관이 통일적으로 맡을 수 있게 수사기관이 담당하는 형태가 있겠다"고 제안했습니다.
 
이상현 게임물관리위원회 본부장은 행정안전부 자료를 기준으로 볼 때 PC방 규모가 5월 기준 1만8900개여서 사행행위 업장 수가 정 교수 추산보다 많을 것으로 본다고 했습니다. 이 본부장은 "올해부터 지방 사무소가 권역별로 생겼다"며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노동진 경찰청 범죄예방정책과 생활질서계장은 어플방 등이 불법임을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는 정 교수 지적에 공감하고 더 적극적으로 단속하겠다고 했습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이범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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