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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일을 잘하는 사람, 못하는 사람
입력 : 2023-07-03 오전 6:00:00
한때 유행했던 심리테스트 중 ‘우선순위 테스트’가 있습니다.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일의 처리 순서를 정하는 테스트인데요, 이를 통해 각자 삶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무엇인지를 알 수 있다고 합니다. 테스트 안에서 해결해야 하는 일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아기가 울기 시작했다. 2. 전화가 울렸다. 3. 초인종이 울렸다. 4. 가스불이 끓고 있다. 어떤가요? 무엇부터 할지 머릿속에 그려지시나요?
 
저는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그때그때 답변이 달라지거든요. 아마도 제가 삶에서 중요시하는 가치가 매번 달라지나 봅니다. 그렇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최우선으로 처리하는 일은 늘 변함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바로 가스불을 끄는 것. 테스트 결과지에 의하면 가스불부터 끄는 사람은 인생에서 돈을 가장 중요시한다더군요. 실제로 제가 그런 사람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어쨌거나 제게는 가스불을 가장 먼저 끄는 게 당연해 보입니다. 다른 세 문제와 다르게 가스불은 화재로 이어질 수 있고, 화재는 대형 사고의 불씨가 될 수 있으니까요. 돈을 떠나서 한번 발생하면 돌이킬 수 없는, 위험한 일부터 처리하는 것이 먼저이지 않나 싶습니다.
 
심리테스트라는 가벼운 이야기로 시작했습니다만, 사실 삶에서 이와 같은 우선순위를 설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인생에서는 훨씬 다양한 사건 사고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니까요. 우리의 몸은 하나뿐이며 체력과 정신력에도 한계가 있기에, 우선순위에 따라 중요한 것부터 해결해야 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사소하지만 당장 처리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 시간을 두어 차분히 해결할 일,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일, 꼭 해야 하지만 조금 늦어도 되는 일 등을 구분하고 순차적으로 처리하지요.
 
흔히 ‘일을 잘하는 사람’이란 바로 이와 같은 우선순위를 잘 판단하여 그에 맞추어 일을 해나가는 사람을 뜻합니다. 특히나 회사처럼 다양한 사람과 협업하며 일하는 곳에서는 더욱 그렇죠. 그럼 ‘일을 못하는 사람’이란 어떤 사람일까요? 당연히 ‘일을 잘하는 사람’과는 반대로 우선순위를 잘 파악하지 못하는 사람일 것입니다. 당장 해결해야 하는 일을 놔두고 나중에 끝내도 되는 작업부터 서두른다거나, 집중하고 신경 써야 하는 일은 하지 않고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벌인다거나요. 저 역시 회사에 다니던 시절 그와 같은 실수를 자주 하곤 했습니다. 괜히 의욕이 앞서 오래된 문서를 정리한답시고 설치다가 정작 중요한 마감은 지키지 못 한 적이 있지요.
 
최근 정부의 행태를 보면서 이와 같은 업무의 우선순위를 설정하는 일에 대해 다시금 생각이 많아집니다. 한 국가를 경영하는 것은 회사 생활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멀티태스킹이 필요한 일입니다. 시간도 자원도 인력도 세금도 한정적인 상황에서 수많은 안건을 해결해야 하지요. 그렇기에 일의 선후와 경중을 그만큼 엄격히 구분하여 처리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렇다면 우리 정부는 과연 일을 잘하는 정부일까요, 아니면 못하는 정부일까요? 15개월 연속 무역수지 적자, 장바구니 물가와 전기세 급등, 일본의 오염수 방류와 기후위기 등, 당장 떠오르는 시급한 문제만 하더라도 이처럼 줄줄인 가운데 대입 수능에서 킬러 문항이란 무엇인지 정의하는데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바로 그 정부 말입니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겠지만 제 눈에는 매우 명확해 보이네요.
 
한승혜 작가
 
권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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