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신태현 기자] 조현상 효성그룹 부회장이 차명까지 동원해 수입차 사업의 몸집을 불렸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조 부회장이 수입차 딜러사 더클래스효성을 장악하는 과정에서 차명 주주를 내세웠다는 게 의혹의 골자입니다. 또 수입차 사업체 6~7곳 외에도 차명으로 몇 개의 수입차 사업체를 더 보유하고 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경제개혁연대에 따르면, 효성의 수입차 사업은 3세들을 주안점에 두고 시작됐습니다. 효성이 수입차 사업을 막 시작하던 지난 2003년 더클래스효성에 대한 효성가 3형제의 지분율은 각각 15%였습니다. 이후 2005년 초 ㈜효성은 유상증자와 감자 등을 통해 30억원을 들여 출자에 참여했고, 지분을 84.75% 확보합니다. 나머지 15.25%를 3형제가 동일하게 나눠가지면서 지분은 각각 5.08%가 됩니다.
㈜효성이 더클래스효성에 출자한 것에 대해선 당시에도 비판이 거셌습니다. 경제개혁연대에 따르면, 2004년 말 더클래스효성의 주당순자산은 1885원에 불과했고 이월결손금이 누적된 상태였습니다. 영업손실은 212억원, 당기순손실은 180억원에 달했습니다. 이런 상태에서 ㈜효성이 더클래스효성에 출자한 것을 두고 3세들을 위해 무리하게 회사 자금을 집어넣었다는 지적이 제기됐습니다.
그룹을 등에 업으면서 더클래스효성은 2006년 흑자로 전환됩니다. 동시에 ㈜효성이 지분의 다수를 보유한 구도는 점점 깨지고, 조 부회장이 이득을 얻는 흐름이 만들어집니다. 우선 2007년 12월 디베스트파트너스라는 업체가 더클래스효성 유상증자에 참여해 23억원으로 우선주 31.54%를 취득했습니다. ㈜효성의 지분은 58.02%로 줄어들고, 디베스트파트너스가 더클래스효성 2대 주주로 올라섰습니다. 특히 우선주에는 보통주 전환 조건이 붙어 있었습니다.
지난 6월30일 서울 마포구 효성 본사 정문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이후 조 부회장은 2015년 10월9일 ㈜효성이 보유한 더클래스효성 지분 58.02%을 전량 사들이면서 더클래스효성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게 됩니다. 비슷한 시기 2대 주주인 디베스트파트너스까지 인수했습니다. 2017년 디베스트파트너스는 ASC라는 이름의 자동차 수입 담당 지주사로 바뀌었습니다. 그해 5월 조 부회장은 ASC를 통해 신성자동차 지분 42.86%를 확보합니다. 결국 조 부회장은 자신이 100% 지분을 보유한 ASC를 통해 더클래스효성과 신성자동차를 지배합니다. 더클래스효성과 신성자동차가 수입차 시장 절대강자 벤츠 딜러사라는 점을 고려하면, 조 부회장으로서는 막대한 자금원을 쥐게 된 겁니다.
그런데 이 ASC에 차명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ASC가 디베스트파트너스 간판을 달고 있을 당시 대표는 김재훈씨였습니다. 김씨는 조 부회장 친구이며, 2007년 12월 김씨가 조 부회장을 대신해 더클래스효성 유상증자에 참여했다는 의혹입니다.
아울러 폭스바겐을 국내에 판매하는 마이스터모터스 지분도 차명 소유 의혹이 불거졌습니다. 2007년 2월 조 부회장이 차명 주주 2명을 마이스터모터스의 15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참여시키고 지분 51%를 매입했다는 겁니다. 언론 보도 등에선 당시 주식명의를 신탁할 때 신탁자로 동원된 사람이 안성훈씨이며, 그는 효성중공업 부사장으로 알려졌습니다. 안씨는 현재 ASC 대표를 맡고 있으며, 더클래스효성·더프리미엄효성·신성자동차·효성토요타·우전지앤에프·태안솔라팜 사내이사도 겸하고 있습니다. 조 부회장이 지배력을 행사하는 배터리 소재 기업 우전지앤에프 0.1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기도 합니다.
또 조 부회장은 2007년부터 벤츠 딜러사인 중앙모터스 주식의 100%를 차명 보유하고 있다는 의심과 함께 더클래스효성의 차량등록을 대행한 A사를 2015년 차명 설립했다는 의심도 사고 있습니다.
효성의 금융 계열사였던 효성캐피탈(매각 후 M캐피탈로 변경)도 조 부회장의 차명 의혹에 등장합니다. 효성캐피탈이 김재훈씨의 더클래스효성 지분 인수자금 23억원, 마이스터모터스 지분 매입액 15억원, 중앙모터스 주식 매입액 일부인 75억원 등을 대출해 줬다는 겁니다. 효성캐피탈은 조석래 명예회장과 아들 3형제에게 부당대출한 사건으로 2014년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기관경고를 받은 바 있습니다.
이 같은 의혹들이 사실일 경우, 차명 보유 딜러사들이 효성의 계열사라는 점을 규제당국에 신고해야 하는 의무를 다하지 않은 셈이 됩니다. 효성캐피탈의 대출이 적절했는지도 따져야 할 형편입니다. 회사 내부에서도 이를 문제 삼고 있습니다. 효성 본사 앞에서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시위 중인 더클래스효성 및 FMK 노동조합은 "금감원은 효성그룹 조현상 금융거래법 위반, 차명거래 철저하게 조사하라"는 문구를 내걸고 있습니다.
지난 6월30일 서울 마포구 효성 본사 앞에서 금속노조 수입자동차지회가 트럭시위를 통해 조현상 효성그룹 부회장을 비판하는 문구를 내걸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차명 소유의 목적이 계열분리든, '딴 주머니'든, 비자금이든 전부 다 본인 이익을 위한 것"이라며 "대기업이기 때문에 더더욱 '정도 경영'과 법과 원칙에 따라서 (운영)해야지, 본인의 이익만 추구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질타했습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도 "차명 소유가 사실일 경우 후계구도를 염두에 뒀을 가능성이 있다"며 "실제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사람들이 알도록 관련 공시를 투명하게 하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수사당국도 이를 눈여겨보고 있습니다.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관련 의혹에 대해 내사를 진행했으나 제보자가 잠적하면서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편 효성은 "디베스트파트너스가 유상증자를 하게 된 건 과거 더클래스효성의 재무상황이 좋지 않아서 유상증자의 필요성이 있었고, 효성 주주들은 추가 증자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어서 디베스트파트너스가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참여하게 된 것"이라며 "조 부회장이 디베스트파트너스를 인수하는 과정에서의 인수 대금은 변호사 및 회계사의 검토를 통해 적정 금액으로 결정됐다"고 해명했습니다.
최병호·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