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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식의 K-국방)미중 대립, 우려하는 나라 많다
양국에 화해·소통하라고 열심히 촉구…어느 한쪽에 가담하겠단 나라는 소수
입력 : 2023-07-04 오전 6:00:00
지난해 6월10일(현지시간) 당시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왼쪽 가운데)과 웨이펑허 중국 국방부장(오른쪽 맨앞)이 싱가포르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회담하고 있는 모습이다. (오스틴 장관 트위터 제공, 뉴시스 사진)
 
국방안보를 위해 국제협력이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북한 위협 대비는 물론이고 방산 수출이나 나라의 대외과제를 국방이 지원하려면 안보이슈 국제 흐름을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마침 지난 5~6월 동남아시아를 기반으로 뉴스가 쏟아졌습니다. 5월23일 말레이시아가 한국산 경공격기 FA-50 18대를 도입하는 계약을 한국항공우주(KAI)와 맺었습니다. 6월2~4일 싱가포르에서 샹그릴라 대화가 열렸습니다. 6월22~24일 윤석열 대통령이 베트남을 방문했습니다.
 
샹그릴라 대화를 살펴보죠. 이것은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가 싱가포르 정부와 협력해 해마다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에서 여는 국제회의입니다. 주요 나라 국방장관이 연설하고 전문가와 질의응답을 합니다. 주최 쪽은 '아시아 최고 디펜스 서밋(안보 정상회의)'이라고 자부하는데요. 안보 이슈 흐름을 읽기에 아주 좋습니다. 한국 언론은 샹그릴라 대화 자체를 취재하지 않고 샹그릴라 대화에 모인 한미, 한일, 한중 국방장관 회담을 보도하는 데 그칩니다. 안타깝죠. 언론 보도 시야가 좁으면 국방안보 종사자 시야도 좁아지기 쉽거든요. 저는 2022년 국방홍보원장으로 일할 때 행사 현장에 갔고, 올해 행사는 온라인으로 모니터했습니다.
 
행사 구성을 보면 7개 정규 세션 가운데 미국과 중국 장관이 각각 한 세션을 차지해 45분쯤 연설합니다. 다른 장관들은 3명씩 한 세션에 들어가 각각 15분 연설합니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의 비전'을 주제로 연설했습니다. 이 틀에서 여러 나라가 한 해 동안 한 일을 죽 평가했습니다. 첫째는 일본이 주요 7개국(G7) 의장국으로서 적극적인 역할을 했으며 기후 인프라 구축에 75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약속했다고 소개했습니다. 둘째와 셋째로 인도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의장국으로 활동했고 인도와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이 해상훈련을 한 점을 꼽았습니다. 한국이 한국형 인도·태평양전략을 발표한 사실도 소개했는데 순서는 네 번째였습니다. 미국이 생각하는 중요성 순위라고 하겠죠.
 
오스틴 장관은 미국이 참여한 연합훈련을 나열했습니다. 필리핀에서 실시한 발리카탄 훈련과 오스트레일리아 말카바 훈련, 탈리스만 세이버 훈련, 인도네시아 가루다 훈련 등을 소개했습니다. 키 리졸브 훈련도 언급했죠. 오스틴 장관은 "일본과 한국이 더욱 긴밀히 협력하기 위해 취한 대담한 조치에 경의를 표한다"고 했습니다. 한일 안보협력 강화를 두고 하는 말이죠. 여기서도 오스틴 장관은 "일본과 한국", "도쿄와 서울" 순서로 줄곧 표현합니다. "한국과 일본" "일본과 한국"을 번갈아 호명해주면 좋을 텐데요. 미국한테 으뜸가는 인도·태평양 전략 파트너는 일본이라고 학자들은 이야기합니다. 연설에서도 그런 분위기를 일부 짐작할 수 있죠.
 
중국과 베트남, 필리핀 등은 남중국해 일부 섬을 놓고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중국은 일부 섬에 군사시설을 만들고 영유권 굳히기를 꾀합니다. 미국은 굳히기를 막는다고 군함과 군용기를 이 일대에 수시로 배치하죠. 국제 공역을 합법적으로 비행하는 미국과 동맹국 항공기를 중국이 요격하거나 위협 비행을 한다고 오스틴 장관은 비판했습니다.
 
리샹푸 중국 국방부장은 중국이 추진하는 글로벌안보이니셔티브(GSI) 성과를 소개했습니다. 중국은 얼마 전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국교 정상화를 중재했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서도 중국 특사가 활동하고 있고요. 미국은 인도태평양 비전을 제시하고 중국은 GSI로 맞서며 성과를 다투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지난달 4일(현지시간) 리상푸 중국 국무위원 겸 국방부장이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에서 열린 제 20차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중국의 신안보 이니셔티브'를 주제로 연설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리 부장은 미국이 주장하는 '규칙에 기반을 둔 국제질서'에 이의를 제기했습니다. 규칙을 누가 만들었나? 규칙은 무엇인가? 등이 모호하다고 하면서 일부 국가가 만든 규칙보다는 유엔 헌장이 중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가운데 가장 많은 숫자인 5만명을, 중국이 유엔 평화유지군에 파병했다고 리 부장은 강조했습니다. 해외에서 중국 해군 함정이 중국과 다른 나라 상선을 해적한테서 보호한 실적도 언급했죠.
 
남중국해 갈등과 관련해 리 부장은 역내 국가들이 대화로 해결하면 되며, '역외 국가(미국)'가 항행의 자유라는 명목으로 패권을 행사(군함과 군용기 투입)하는 게 잘못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민간 상선은 이 해역을 자유롭게 항행하고 있다고 리 부장은 말했습니다.
 
연설 내용을 뜯어보면,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려고 아시아 나라들과 군사협력을 강화하는 데 방점을 둡니다. 자유와 개방이라는 가치를 내세웁니다. 중국은 상호 존중, 평화, 다자주의 어휘를 많이 씁니다. 중국은 유엔 깃발을 부각하면서 평화국가 이미지로 미국 견제를 넘어서려고 합니다.
 
미중 대립 속에서 어느 한 편으로 줄 서지 않으면 큰일 날 듯이 호들갑 떠는 논객이 우리나라에 많습니다. 다른 나라는 다릅니다. 아세안에서 가장 큰 나라인 인도네시아 국방장관은 미중 갈등이 아시아 평화를 해친다면서 "중국과 미국 지도자들이 타협해 갈등을 평화롭게 해결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샹그릴라 대화를 주관한 싱가포르 장관도 "(아세안) 회원국들은 미중 관계 악화를 심각하게 우려한다"며 "두 나라가 소통 채널을 시급히 복원하기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독일 국방장관도 "일방주의보다는 다자주의, 양극성보다는 다극성, 대결보다는 협력적 안보가 오늘날 세계에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아시아 여러 나라는 미중 대결 상황에 우려를 표시합니다. 지역 안정을 해칠 수 있으니 두 나라가 화해하고 소통하라고 열심히 촉구합니다. 미중 어느 한쪽으로 가담하겠다는 나라는 소수지요. 한국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타이, 베트남, 싱가포르, 필리핀, 인도, 아랍에미리트, 사우디아라비아 등 아시아 여러 나라와 방산 수출을 비롯한 협력 이슈를 갖고 있습니다. 안보 분야 국제협력을 위해 국방 종사자들이 국제 흐름을 세밀하게 읽어야 합니다.
 
■필자 소개 / 박창식 / 언론인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동국대, 광운대에서 언론학 석사와 박사를 했다. 한겨레신문 문화부장 정치부장 논설위원을 지내고 국방부 국방홍보원장으로 일했다. 국방 커뮤니케이션, 위기관리와 소통, 말과 글로 행복해지는 기술 등을 주제로 글을 쓰고 강의하고 있다.
박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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