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크게 작게 작게 메일
페이스북 트윗터
(토마토칼럼)용두사미 된 '은행권 과점 깨기'
입력 : 2023-07-04 오전 6:00:00
윤석열 대통령의 '이자 장사' 발언에서 촉발된 금융위원회의 '은행권 경영·영업관행·제도 개선 TF(은행권 제도 개선 TF)' 결과물이 이번 주 나올 예정입니다. 지난 2월 출범한 TF는 △은행권 경쟁촉진 △가계부채 질적 구조개선 및 금리체계 개선 △보수체계 개선 △손실흡수능력 제고방안△금융회사의 비이자이익 비중 높이는 방안 △사회공헌 활성화 등 6개 과제를 설정했습니다.
 
금융위는 당초 지난달 말까지 결론을 내려 했으나 검토와 의견수렴 절차가 추가로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발표 일정을 미뤘습니다. TF의 핵심은 5대 시중은행의 과점 체제를 깨는 것인데요. 현재까지 진행상황을 보면 은행권 '빅뱅'을 불러일으킬 만한 결과물이 나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기존 플레이어가 장악한 과점 체제를 깨려면 신규 플레이어를 투입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당국도 그간 인가 세분화(스몰 라이선스), 소규모 특화은행(챌린저은행) 도입, 인터넷전문은행·시중은행의 추가 인가, 저축은행의 지방은행 전환,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등의 방안을 논의해왔습니다.
 
그런데 당국이 스몰 라이선스와 특화은행의 롤모델로 꼽았던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이 갑작스럽게 파산을 맞으며 소비자 편익 증진보다는 금융 안정성 강화가 더 부각됐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파산은행인 미국의 시그니처은행도 상업용 부동산과 디지털자산에 특화한 은행인데요. 은행권에 '메기'를 투입하겠다는 당국의 정책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인터넷전문은행 추가 인가와 관련해서는 인가의 문을 열어둔다는 내용이 담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당장 제4의 인터넷은행 인가를 추진하는 것은 아니지만, 수요가 있으면 언제든지 인가 심사를 진행하겠다는 겁니다. 하지만 기존 인터넷전문은행들도 기대만큼 '메기' 역할을 못 하고 있는데 추가로 사업자가 늘어나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냐는 말도 금융권에서 나오지요.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가능성도 최종 개혁안에 포함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이마저도 시중은행과 자본 규모, 브랜드 인지도 등을 놓고 봤을 때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이 은행권 과점체제 해소라는 목표에 얼마큼 가 닿을지는 미지수라는 평가가 우세합니다.
 
보험사나 카드사 같은 비은행권에 지급결제 업무 허용하는 것도 한국은행이 지급결제시스템을 운영하는 주체로서 사실상 반대의사를 고수하면서 도입이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비이자이익 확대 차원에서 은행권에 투자일임업을 허용하는 방안도 금융투자업계 반발로 녹록지 않습니다.
 
은행권 개선 TF의 결과물이 이 수준에 그친다면 '빈수레가 요란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어보입니다. 사실 TF 시작부터 예상됐던 결과이기는 합니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이 은행권 개선 TF를 주재해왔는데요. 차관급이 주도하는 정책 TF에서 전반적인 정책의 틀을 바꾸는 것은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습니다.
 
신규 플레이어를 진입시키기 위해서는 파격적인 수준의 규제 완화를 동반해야 하는데, 은행권 제도 개선 TF에서 규제 완화 논의가 전무했습니다. '이자장사'로 편하게 배를 불리는 은행을 개혁하겠다는 명분으로 시작했기 때문에 규제 완화는 애초 논의 방향이 아니겠지요. 엉뚱한 명분에서 출발해 빈손으로 끝날 상황이지만, 금융권 과점체제를 깨기 위한 논의는 분명 필요합니다. 기존 체제를 흔들기 위해서는 낡은 규제부터 손봐야 한다는 현장의 목소리에 보다 귀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이종용 기자
SNS 계정 : 메일 페이스북


- 경제전문 멀티미디어 뉴스통신 뉴스토마토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