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이 지난달 28일 서울 합정동 뉴스토마토 사옥에서 열린 <뉴스토마토 초청 명사특강>에서 말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뉴스토마토 박주용·장윤서 기자]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 원장은 최근 북일 간 회담 가능성이 나오는 데 대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3년간 코로나19로 인한 국경 봉쇄로 돈이 필요하고,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일본인 납북자 송환 문제가 중요하다"며 "북한과 일본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
박 전 원장은 4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되면 통일봉남(북한이 일본과의 대화로 통하고 남한과의 대화는 봉한다)하게 되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앞서 전날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북한과 일본이 지난달 제3국에서 수차례 실무접촉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본인 납북자 문제, 고위급 회담 개최 등을 놓고 직접 만나 입장 조율에 나선 것으로 보입니다.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 고위급 회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이와 관련해 박 전 원장은 현재 북한이 3년간의 코로나19로 인해 경제적 상황이 많이 어려워졌다고 진단했습니다. 이로 인해 북한이 일본에 경제적 지원을 요청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박 전 원장은 2008년 당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에게 100억달러를 요구했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에 대한 일본의 경제적 지원은 현실화되지 못했습니다. 박 전 원장은 "김정일 위원장이 (일본으로부터) 100억달러를 받으면 북한의 노동력과 한국의 기술력으로 농업 구조를 개선하고 통신, 철도, 항만을 (개발)하자고 이야기를 했는데 돈을 받지 못했다고 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2019년 당시 평양을 방문했을 땐 북한의 요구 금액이 300억달러로 올라갔다고 전했습니다.
박 전 원장은 현재 북한의 경제적 상황을 감안하면 기시다 총리의 제안을 김 위원장이 수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박 전 원장은 지난달 28일 서울 합정동 본지 사옥에서 열린 <명사특강>에서 "기시다 총리는 외무상 출신이라 외교의 귀재"라며 "최근에 보면 기시다 총리가 북한에 만나자고 하면 김 위원장이 (기시다 총리를) 못 만날리 없다"고 밝혔습니다.
박 전 원장은 "일본의 가장 큰 현안은 납북자 송환 문제"라며 "죽은 사람들의 유골 송환받는 것 (외교적 성과가) 굉장히 크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도 북한을 만나려고 하는데 윤석열 대통령이 문재인 전 대통령처럼 가교 역할을 안하니 미국이 기시다 총리를 통해 북한을 접촉하려는 것 아닌가 본다"고 진단했습니다.
박주용·장윤서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