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대장동 '50억 클럽'과 관련한 검찰 수사가 법원의 판단 앞에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법원은 핵심 피의자인 곽상도 전 의원에 대한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했고 박영수 전 특별검사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도 기각했는데요. 법원이 검찰 수사의 허점을 방증한 셈이니, 검찰은 이를 뒤집을만한 새로운 근거 찾기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반부패수사1부(엄희준 부장검사)는 박 전 특검에 대한 보강수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앞서 검찰은 구속영장 청구 전에 필요한 수사를 다 진행했다고 밝혔습니다. 검찰은 200억원을 약속이 대장동 개발 사업의 수익이 구체화된 시점에 정해진 것으로 보고 이를 구속영장 청구서에도 적시했습니다.
딸이 빌린 돈, '범죄사실'이라며 무슨 '성격'인지는?
박 전 특검은 대장동 민간업자들의 컨소시엄 구성 등을 돕는 대가로 200억원을 약속 받고 실제로 8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이 중 3억원은 박 전 특검이 2015년 대한변협회장 출마 당시 선거 자금 명목, 5억원은 부동산PF 대출을 위한 여신의향서 발급 대가입니다.
게다가 박 전 특검의 딸은 화천대유 직원으로 일하며 11억원을 빌리고 대장동 아파트를 분양 받아 8억원 가량의 시세차익을 거뒀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검찰은 딸이 받은 대여금과 대장동 아파트 자금을 모두 약속 실현 부분으로 보고 박 전 특검의 영장에 범죄사실로 기재했습니다.
그러나 구체적인 자금의 성격에 대해서는 추가 조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검찰은 딸을 통해 50억 약속을 실현한 범죄 사실은 맞지만, 그 성격에 따라 딸을 공범으로 볼지는 추후 결정한 문제라고 설명했습니다.
박영수 부녀·곽상도 부자, '닮은꼴' 결과 낳나
박 전 특검 부녀에 대한 의혹은 곽 전 의원 부자의 사건과 닮아있습니다. 아들 병채씨의 퇴직금 명목으로 화천대유로부터 50억원을 받은 혐의(뇌물 및 알선수재 혐의 등)로 재판을 받은 곽 전 의원은 지난 2월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습니다.
재판부는 병채씨가 받은 돈이 곽 전 의원에게 흘러간 사실이 입증되지 않았고, 독립적인 생계를 이루고 있다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이에 항소한 검찰은 국민건강보험공단 추가 압수수색 등을 통해 곽 부자의 '경제적 공동체 관계' 입증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박 전 특검 부녀 또한 딸에게서 박 전 특검으로 돈이 흘러간 정황과 부녀의 경제적 연결고리를 밝히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박 전 특검과 곽 전 부자는 같은 '50억 클럽'에 속해 있어 완전히 별개의 혐의라고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검찰은 딸이 받은 11억원이 50억원 약속 실현의 일부였다는 부분에 대해 일정 부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검찰 관계자는 "50억원을 주기로 약속했고 그 방편으로 계속 돈을 주기로했다"며 "증거관계 조사를 통해 확인된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대장동 민간 개발업자들을 돕는 대가로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을 받는 박영수 전 특별검사가 지난달 29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를 마친 후 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