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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문재인 전 대통령이 옳다 - 한국전쟁은 ‘국제전’이었다.
입력 : 2023-07-07 오전 6:00:00
얼마 전 6월 25일이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책 한 권을 추천했다. 제목은 <1950 미중전쟁>(책과함께 펴냄)이었다. KBS의 3부작 다큐멘터리를 책으로 출간한 것이다. 한국전쟁을 남과 북의 내전을 중심으로 보는게 아니라, ‘국제전’의 관점에서 분석한 책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책을 추천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1950 미중전쟁>은 한국전쟁이 국제전이었음을 보여줍니다.”
 
놀라운 일은 이후에 벌어졌다. 국민의힘 정치인들이 일제히 문재인 대통령의 책 추천을 비난하고 나섰다. “김일성의 기획된 전쟁도발을 ”국제관계 속의 산물“ 정도로 미화시켜주는 용어는 정치적 의미가 크고 위험”(국민의힘 이준석), “대한민국을 부정, 중국을 숭배, 김일성 면죄하는”(국민의힘 윤희숙), “전쟁의 책임을 모호하게 하는 메시지에 참전 유공자들이 분노”(박민식 국가보훈처장), “북한의 남침을 교묘히 희석해 호국영령을 모독하는 망발 (..) 종북적 망언”(국민의힘 정우택), “6.25가 북한의 침략전쟁이었음을 부인하는 듯한 행보를 보였다”(국민의힘 윤희석 대변인)
 
색안경을 낀, 국민의힘 정치인들의 부당한 비난들
 
이준석, 윤희숙, 박민식, 정우택, 윤희석의 표현은 모두 ‘막말’에 가까운 발언들이다. 이들은 마치 문재인 전 대통령이 김일성의 남침을 옹호하거나 부정하는 것처럼 공격했다. 세상 만사를 ‘색안경’을 끼는 사람만 가능한 사고방식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글 어디에서도 김일성의 남침을 옹호하는 글은 없었다.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빗대보자. 다음 2개의 문장이 있다고 생각해보자. ①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국제전’이다. ②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부당한 전쟁’이다. ①도 맞고, ②도 맞는 표현이다. 이 중에서 ①번 문장만 썼다고 해서, 러시아의 침략과 도발을 미화하거나 교묘하게 희석시키는 표현이라고 하면 정상적인 사고가 아닐 것이다. 
 
국민의힘에서 ‘젊은 보수’를 상징하는 이준석 역시 실망스럽긴 마찬가지였다. 아래 3개의 문장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①이준석은 남자다 ②이준석은 30대다. ③이준석은 서울 사람이다. ①도 맞고, ②도 맞고, ③도 맞는 표현이다. 이준석이 ①번 문장만 썼다고 해서, ②번과 ③번을 “교묘하게 부정하는” 표현인 것은 아니다. 시대착오적 색안경을 끼고 있거나, 마음속에 증오심이 가득한 사람만 이런 표현을 할 수 있다.
 
한국전쟁에 관한 최고 권위자 중 한 명은 연세대학교 박명림 교수다. 박명림 교수는 <한국전쟁의 발발과 기원>이라는 책을 1권, 2권으로 냈다. 2권 합계 약 1,500쪽 짜리 대작(大作)이다. 이 책을 요약해서 새로 발간한 책이 <한국 1950 전쟁과 평화>(박명림, 나남출판)다. 이 책도 약 860쪽 짜리 분량이다. 박명림 교수 책에 한국전쟁의 성격을 보여주는 단락을 소개한다. 
 
“김일성 대 이승만의 전쟁은, 분할선의 성격과 전쟁 준비에서의 소련-중국의 개입으로 인해 시작부터 <국제적 성격>을 띠고 있었다. 미군이 참전하자 전쟁은 겉으로도 명백히 <세계적 전쟁>이 되었고 동아시아에서 자본주의 진영과 사회주의 진영의 승패를 가르는 거대한 한판 싸움으로 변전되었다.” (<한국 1950 전쟁과 평화>, p.757, 강조는 인용자가. )
 
지금이라도, 이준석을 포함한 국민의힘 정치인들은 제발 ‘지정학’ 공부 좀 하기 바란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좋은 불평등 저자
 
외부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권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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