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휴일의 국회 전경. (사진=뉴시스)
얼마 전 국민의힘 보좌진협의회(국보협) 신임 회장에 김병욱 의원실의 김민정 보좌관이 당선됐습니다. 국보협 역사상 첫 여성 회장의 당선이라고 합니다.
국보협 유권자가 676명인데 총 534명이 투표해, 투표율 78.9%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33번째 국보협 회장 선거 중 가장 높은 투표율입니다. 국회 보좌진들이 이번 국보협 투표에 그만큼 관심이 많았다는 증거겠죠.
첫 여성 회장의 당선과 역대급 투표율이라는 기대는 김 보좌관이 내건 공약에서 온 것으로 보입니다. 그가 국보협 회장으로 내건 주요 공약은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입니다. 연가 제도의 현실화, 휴식시간 카톡 업무 지시 금지 캠페인, 보좌진위원회 신설, 갑질신고센터 운영인데요.
한가지 공약이 더 있습니다. 바로 '국회 퇴근송'입니다. 국민의힘 보좌진들을 만나보면 칼퇴근을 장려하는 국회 퇴근송에 대한 기대감이 높습니다. 금요일에는 '지오디-프라이데이 나이트', 비오는 날에는 '에픽하이-우산', 당선 인사로는 '가호-시작'이 울릴 수 있다고 합니다. 또 국회의원 임기 4년 동안 매주 한 번씩 국회의원 1명씩 돌아가며 퇴근 방송을 녹음하거나 국회의장이 직접 방송하는 방법 등도 아이디어 차원에서 이야기됩니다.
퇴근송은 일부 지자체와 정부 부처에서 이미 시행 중이기도 합니다. 보도를 보면 기획재정부는 매주 수요일을 '가정의 날'로 지정하고 오후 6시 퇴근을 독려하는 안내방송을 합니다. 부산시청은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을 '가족 사랑의 날'로 지정해 퇴근을 독려하고 있습니다.
언뜻보면 단순 '퇴근송'이 칼퇴근에 도움이 되겠느냐는 지적을 할 수 있겠지만 실제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퇴근 안내 방송이 장소를 불문하고 나오게 되면 '환기 효과'가 있기때문에 만족감이 높다는 겁니다.
국회에 퇴근송이 필요한 한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일반 직장에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불문하고 이미 52시간 제도가 정착돼 있다고 볼 수 있는데요. 정작 그 법을 만드는 국회는, 적어도 보좌진들은 그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선거가 없는 기간에도 이른 출근과 늦은 퇴근으로 주 52시간을 넘기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총선과 지방선거가 다가오면 주말조차 사라지고 의원의 당선을 위해 주 69시간도 넘겨서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퇴근을 하지 못하고 야전침대를 준비하는 경우도 봤습니다.)
물론 대한민국에 국회의 역할과 보좌진의 역할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들의 워라밸을 위해 일주일에 하루 정도 '퇴근송'이 울리는 건 어떨까요. 아직 국회 사무처와의 협의가 남아있다고 하지만 공약이 성사되길 바랍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