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주혜린 기자] 한국전력공사의 전력구매가격(SMP)이 전기요금보다 낮아지면서 실적 개선에 무게가 실리고 있지만 경영정상화까지 아직 여러 난제가 남아있습니다.
한전의 3분기 영업이익이 크지 않거나 경우에 따라 여전히 적자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더구나 정부 방침에 따라 한전채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에 제약도 커졌습니다. 법적 공방 등 조직 내부도 혼란스러운 분위기입니다.
10일 한국전력거래소의 '6월 전력시장 운영실적'에 따르면 지난달 평균 전력시장 도매가격은 ㎾h당 147.13원(잠정치)입니다. 지난 5월 ㎾h당 144원을 기록한 이후 두 달째 140원대를 유지 중입니다. 전년 같은 기간 ㎾h당 140원(5월), 130원(6월)을 기록했는데, 비슷한 수준까지 내려왔습니다.
전력 도매가격은 지난해 8월 ㎾h당 198원을 기록한 이후 꾸준히 치솟으며 지난해 12월 ㎾h당 268원으로 정점을 찍었습니다. 이후 전력 도매가격은 지난 1월 ㎾h당 241원, 2월 254원, 3월 216원으로 하락세를 지속하다 4월 164원으로 200원대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SMP 하락은 에너지 가격이 떨어진 영향으로 관측됩니다. SMP 하락은 전기요금 상승과 맞물려 한전의 역마진 구조 해소를 이끌었습니다. 전기요금은 지난 4월 kWh당 146.6원에서 지난달 154.6원으로 올랐습니다. 전기를 판매할수록 kWh당 18.3원 손해를 보다가 11.0원씩 이득을 챙기게 됐습니다.
국제 연료가격 하락과 전기요금 인상 등으로 역마진이 해소됨에 따라 증권가를 중심으로 한전이 3분기에는 흑자 전환이 가능할 거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습니다. 다만 에너지 업계는 신중한 분위기입니다.
실제 한전 3분기 영업이익은 크지 않거나 경우에 따라 적자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입니다. 지난 분기 기준 분기별 판매비와 관리비(인건비 포함) 항목이 지난 1분기 기준 4450억원에 달하고 이자 등 금융원가 역시 8570억원 등으로 필수 지출 항목만 1조3020억원 달합니다.
당초 산업부는 올해 필요한 전기료 인상 폭을 ㎾h당 51.6원으로 산정했습니다. 하지만 1·2분기를 합친 인상분은 21.1원에 그쳤습니다. 3분기는 이미 동결됐고, 겨울을 앞둔 4분기도 조정 가능성이 높지 않아 목표했던 인상 폭을 채우는 건 사실상 불가능해졌습니다.
한국전력공사의 전력구매가격(SMP)이 전기요금보다 낮아지면서 실적 개선에 무게가 실리고 있지만 경영정상화까지 아직 여러 난제가 남아있습니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건물의 전력량계. (사진=뉴시스)
막대한 규모의 영업손실이 이어지면서 한전은 운영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고 한전채 발행을 통해 재정난을 해결해 왔습니다.
기획재정부 측은 '2023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국고채(국채)는 상반기 대비 30조원가량, 한전채는 1/3 이하로 줄인다"고 밝혔습니다.
1분기 ㎾h(킬로와트시)당 13.1원의 전기요금 인상 이후 2분기 전기요금 조정이 지연되면서 한전채는 전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발행됐습니다. 올해 상반기 한전채의 발행 물량이 11조4300억 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기재부는 올해 하반기 한전채의 발행량이 4조 원을 넘지 않도록 조절할 전망입니다.
지난해 하반기 17조원대 한전채를 발행한 것과 비교하면 1/4 토막이 되는 셈입니다. 결국 한전채 발행이 축소되면 한전은 일정 수준 이상의 영업이익을 창출해야만 합니다. 여름철이 시작되는 3분기 늘어나는 전력 수요에 비해 전기요금 인상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적자 누적으로 한전채 신규 발행은 또다시 늘어날 가능성도 있습니다.
한광열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 이후 한전의 채권 발행액이 감소했지만, CP 발행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며 "전기요금 인상과 연료비 가격 하락으로 한전의 수익성이 다소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유동성 확보를 위한 자금 조달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습니다.
강도 높은 적자 해소에 속도를 내야 하는 상황이지만 한전 내부도 뒤숭숭합니다. 경영평가에서 처음으로 ‘미흡(D)’ 등급을 받아 임직원 연봉 인상분 반납 논의까지 나온 상황입니다. 올해 6월까지 퇴사자가 과거 평균치 이상인 100명을 넘어서는 등 조직 내부도 혼란스러운 분위기입니다.
최근 한전은 섬 지역 전력 공급 업무를 위탁한 JBC 하청 직원을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판결을 받기도 했습니다. 한전은 섬 지역의 자가발전 시설 인수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1996~2021년 동안 매년 수의계약으로 하청업체 JBC와 용역 계약을 맺었습니다.
지난 정부 당시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이루어지지 않자 하청 직원 145명이 한전에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만일 법원이 하청 직원들의 손을 들어줄 경우 한전은 수십, 수백억원대의 임금을 지불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한전KDN 직원들도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2017년 한전KDN이 기타 공공기관에서 준시장형 공기업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성과급을 마련하지 않았다는 것을 한전KDN 직원들이 지적 중입니다.
한편 최근 한전 사장 공모와 관련해 사실상 정치인 출신 인사가 내정됐다는 하마평이 나옵니다. 위기 극복 상황에서 한전 사장에 비전문가를 임명하는 데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전력공사의 전력구매가격(SMP)이 전기요금보다 낮아지면서 실적 개선에 무게가 실리고 있지만 경영정상화까지 아직 여러 난제가 남아있습니다. 사진은 한국전력공사 서울본부. (사진=뉴시스)
세종=주혜린 기자 joojoosk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