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노동개혁특별위원회 제8차 회의 '실업급여 제도개선 공청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노동개혁의 속도를 올리고 있는 당정이 실업급여 하한액을 하향하거나 폐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문재인정부 시절 최저임금이 급격히 상승해 실업급여가 소득보다 금액이 커지는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인데, 실업급여에서까지 '문재인 색 지우기'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특히 당정이 실업급여 '특별점검'과 '기획조사'를 강화하기로 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마이웨이'식 노동개혁도 시작된 모습입니다.
"실업급여 상승, 최저임금 오른 탓"…또 '문재인정권 '소환
국민의힘 노동개혁특별위원회는 12일 국회에서 '실업급여 제도개선 민당정 공청회'를 열고 이 같은 결론을 내렸습니다.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실업급여는 생계 걱정 없이 실업 상태에 머물러도 된다는 것이 아니라 취업 촉진이 핵심 목적인데, 실업급여를 받는 것이 일해서 버는 돈보다 더 많아지는 사례가 생기며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현장에서는 실업급여를 타려고 퇴사와 재취업을 반복하는 일이 벌어지고, 사업주는 퇴사시켜달라는 직원을 달래느라 진땀을 뺀다고 한다"며 "땀 흘려 일하는 사람이 우대받고 재취업하려 노력하는 분들이 보호받는 공정한 노동시장은 반드시 이뤄내야 할 노동개혁의 핵심이다"라고 강조했습니다.
특위에 따르면 2022년도 최저임금 근로자의 세후 월 근로소득은 179만 9800원인데, 최저 월 실업급여는 184만 7040원입니다. 실업급여 지급 요건이 지나치게 관대하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현행법상 실업급여는 실직 전 18개월 중 180일만 일하면 받을 수 있는데, 이러한 요건이 수급자를 양산했다는 비판입니다. 2017년 120만명이던 실업급여 수급자는 2011년 178만명까지 급증했습니다.
노동개혁특위 위원장인 임이자 의원은 "5년간 3번 이상 실업급여를 받는 반복 수급은 최근 5년간 24.4% 증가하고, 실업급여 수급자의 수급 기간 내 재취업률도 상당히 낮다"면서 "(문재인정부 시절) 최저임금이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이와 연동된 실업급여가 빠르게 상승했고 높은 실업급여를 받는 불공정이 발생했다"고 꼬집었습니다.
'최저임금 상승률' 팩트체크 해보니…당정 주장 '거짓'
정부 측 참석자인 이성희 고용노동부 차관은 "외환위기 임시 조치로 크게 완화된 수급 여건이 지난 25년간 그대로 유지됐고 2017년 이후에는 최저임금과 연동된 하한액이 빠른 속도로 상승해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높은 하한액, 상대적으로 관대한 수급요건'이라는 독특한 특성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날 공청회 결과 당정은 실업급여 하한액 하향 또는 폐지를 포함한 근본적 제도 개선에 나서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또 부정수급 예방을 위해 실업급여 심사 시 면접 불참 등 허위·형식적 구직활동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고 사업주와 공모하거나 브로커가 개입한 형태의 수급에 대해 특별점검과 기획조사를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실업급여의 개선이 필요한 것은 맞지만 윤석열정부가 과도하게 '문재인 색 빼기'에 나섰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당정은 실업급여의 문제가 문재인정부 시절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발생했다고 보고 있는데요.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팩트체크만 해보더라도 문재인정부에서 최저임금 평균 인상률은 7.2%고 박근혜정부 평균 인상률은 7.4%로 박근혜정부가 더 높다"라고 반박했습니다.
이어 "다른 유럽 선진국들은 보장성을 높이기 위해 실업급여를 지급하고 있으며 최저임금이 아니라 직전 직장의 소득을 지급 기준으로 하고 있다"며 "하지만 당정이 발표한 대로 하한액을 하향하면 적어도 가구를 형성하고 있는 사람들이 생계를 유지하며 구직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보장성의 문제가 발생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