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구직 희망자와 실업급여 수급 신청자들이 북적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12일 오전 국민의힘과 정부가 실업급여 제도 개선을 위한 공청회를 열었습니다. 이날 공청회에 참석해 발언자들의 이야기를 듣던 중 귀를 의심케 하는 이야기가 들렸습니다.
정부 측 참석자로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실업급여 담당자가 직접 참석했는데요. 마이크를 든 그의 입에선 '여자들이 실업급여로 샤넬 선글라스를 산다'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담당자의 당시 발언을 그대로 적어보겠습니다.
"(실직자들이)퇴사 전에 실업급여 신청하러 센터를 방문하는데, 웃으면서 방문한다. 어두운 얼굴로 오시는 분은 드물다. (어두운) 그런 분들은 장기간 근무하고 갑자기 실업을 당해서 저희 고용보험이 생긴 목적에 맞는 남자분들 같은 경우, 갑자기 실업을 당한 남자분들 경우 어두운 표정으로 온다. 여자분들, 계약기간 만료, 젊은 청년들은 이 기회에 쉬겠다고 온다. 실업급여 받는 도중 해외여행을 간다. 그리고 자기 돈으로 내가 일했을 때 살 수 없었던 샤넬 선글라스를 사든지, 옷을 사든지 이런 식으로 즐기고 있다. '이거는 아니지 않느냐'는 생각을 저희들이 한다"
마치 실업급여가 진짜로 필요한 사람은 장기 근속한 남자들이고, 청년과 여자들은 실업급여를 단순히 용돈처럼 쓰기 위해 받으러 온다는 지적으로 들립니다. 특히 여성과 청년들이 실업급여로 해외여행을 가고 본인들이 일할 때는 살 수 없던 샤넬 선글라스를 산다는 말을 굳이 공청회 자리, 당정이 모인 공식적인 자리에서 할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이 듭니다. 실업급여를 타러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어두운 표정으로 가야하는 걸까요. 실직 과정에서 그들이 겪은 아픔을 털어내고 재취업의 길을 걷기 위해 밝은 표정으로 가면 안 되는 걸까요.
당내에서도 해당 담당자의 발언을 놓고 '남성은 성실한 일꾼, 여성은 사치하는 된장녀 프레임'이냐고 비판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물론 실무를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실업급여를 수급하는 수많은 사람을 봤을 것이고 문제점들도 많이 목격했을 겁니다. 하지만 당정이 모인 자리에선 개인적 고충과 자신의 사견보다는, 실업급여 수급의 허점을 짚었어야 하지 않을까요.
실업급여 수급자들 중 일부가 수급 조건만 맞추기 위해 입사 지원서를 넣고 면접에 가지 않는다고 합니다. 또 취업과 퇴직을 반복하며 의도적으로 실업급여를 수급하기도 합니다. 실업급여의 허점이 분명하게 존재합니다. 그렇다면 실무 담당자로서 이러한 제도의 허점을 짚고 당과 정부에 개선안을 요구했어야 하지 않을까요.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