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중고차 업계 반발 속에
KG모빌리티(003620)의 중고차 시장 진출이 늦어지고 있습니다. 중고차 단체들이 KG모빌리티의 중고차 판매에 대한 사업조정을 신청했기 때문인데요. 담당 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는 이제 서야 본격적인 협의에 들어간 만큼 KG모빌리티의 당초 목표였던 하반기 진출은 사실상 힘들어졌습니다.
17일 중고차업계에 따르면 중기부는 이번주 안으로 KG모빌리티와 중고차업계 이해관계자들을 불러 실태조사를 포함해 양측 의견을 들을 예정입니다. 양측이 만나는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곽재선 KG모빌리티 회장.(사진=KG모빌리티)
이번 자리는 앞서 지난 5월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 등 중고차업계가 KG 모빌리티의 중고차 사업 진출에 대해 중소기업중앙회에 사업조정을 신청한 데 따른 것인데요.
사업조정은 대기업 등의 사업진출로 해당업종 상당수 중소기업의 경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경우, 정부가 대기업에게 일정기간 사업의 인수·개시·확장을 연기하거나 품목·시설·수량 등을 축소하도록 권고하는 제도입니다. 중기부는 중소기업중앙회를 통해 사업조정 신청을 받으면 대기업 등에 조정심의위원회 심의결과를 통지할 때까지 사업 진출을 일시 정지하도록 권고할 수 있습니다.
이에 중기부는 지난달 KG모빌리티의 중고차 판매업 사업개시에 대해 일시정지 권고를 내렸습니다. 중기부는 실태조사 후 심의위원회를 열어 앞서
현대차(005380)·
기아(000270) 사례와 같이 중고차 중소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할 계획입니다. 실태조사 이후 심의위원 구성과 심의위 개최를 통해 결론이 도출될 때가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현대차·기아의 인증 중고차 시장 진출과 관련해 심의위는 사업개시 시점을 1년 연기한 것은 물론 향후 중고차 판매대수를 2년간 제한하는 등의 조치를 내렸습니다. 이는 현대차·기아가 2020년 10월 중고차 시장 진출을 선언한 지 3년 만입니다. 현대차·기아는 오는 10월 중고차 사업에 본격 나섭니다.
현대차그룹도 중고차 업계의 사업조정 신청으로 사업이 대폭 지연된 만큼 업계는 KG모빌리티의 연내 중고차 시장 진출도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판매대수 제한 등의 조치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KG모빌리티 관계자는 "심의위에서 최종 결론이 나오기 전까지 중고차 사업은 올스톱된다"고 말했습니다.
렉스턴 스포츠 칸.(사진=KG모빌리티)
중고차 업계는 여전히 대기업의 시장 진출을 반대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 관계자는 "대기업이 중고차 소매시장까지 진출하는 것만큼은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업계에선 중고차 업계가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점유율이 낮은 KG모빌리티에 제동을 건데는 향후 르노코리아, 한국지엠 등 다른 국내 완성차업체들이 쉽게 중고차 시장에 진출하지 못하게 하려는 견제 목적이 큰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결국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중고차 시장 진출이 늦어지는 사이 피해는 소비자들이 보고 있습니다. 중고차는 전형적인 정보 비대칭 시장으로 소비자들의 신뢰도가 낮은 업종 중 하나입니다.
이에 소비자들도 대기업의 중고차 진출을 환영하는 분위기입니다. 실제 전국경제인연합회가 2020년 11월 실시한 '중고차 매매시장에 대한 소비자 인식조사' 결과 응답자의 80.5%는 우리나라 중고차 시장이 허위매물, 주행거리 조작 등으로 불투명하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또 63.4%가 완성차 제조 대기업의 중고차 매매시장 진입을 찬성했는데 이유는 '성능과 품질 향상', '허위 매물 등 문제 해결' 등이었습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대기업 진출로 중고차 신뢰성이 높아지면 지금의 규모보다 훨씬 커질 것"이라며 "기존 중고차 업체 입장에서는 위축될 것을 우려하지만 도리어 이게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