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한화오션(042660)이 지난주
HD현대중공업(329180)을 꺾고 방위사업청(방사청)의 울산급 배치3(Batch-Ⅲ) 5~6번함 건조 사업의 우선협상자로 꼽혔습니다. 양사는 자존심을 걸고 치열한 경쟁을 벌였지만 0.14점이란 근소한 점수 차이로 승패가 갈렸습니다.
다만, 이번 수주 대결은 내년에 시작될 한국형 차세대 구축함(KDDX) 수주전의 전초전일 뿐이란 관측입니다. 이번 배치3 호위함 2척의 사업 규모의 경우 8300억원인 반면, KDDX 사업은 7조8000억원 수준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승부에서 고배를 마신 HD현대가 분위기를 뒤집을 수 있을 지 '대우' 간판을 뗀 한화오션이 연승을 이어갈 지, 내년 예정된 본격적인 '수상함 명가' 타이틀전에 조선업계 관심이 쏠립니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방사청은 지난 14일 해군 차기 호위함으로 불리는 울산급 배치3 5·6번함 건조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한화오션을 선정했습니다. 한화오션은 이번 수주전에서 최종점수 91.8855점을 받아 HD현대중을 눌렀습니다. HD현대중은 91.9735점을 받아 총점에서 한화오션보다 앞섰습니다. 그러나 불공정 행위 이력에 따른 1.8점 감점에 발목이 잡혀 0.1422점 차이로 아쉽게 패배했습니다.
HD현대중은 총 100점 중 80점을 차지하는 기술능력평가에서 0.97점 앞섰습니다. 또 중소, 중견기업과 함께 사업을 수행하는지 여부를 따지는 '중소, 중견기업 참여 가점' 분야에서도 0.68점 높았습니다. 하지만 결국 패널티로 결과가 뒤집힌 겁니다. 본계약은 오는 9월 안으로 체결될 예정입니다.
우선 협상자로 선정된 한화오션 측은 "회사가 보유한 최고의 기술경쟁력을 기반으로 이번 울산급 호위함 건조에 최선을 다해 대한민국 해양 자주 국방에 기여하겠다"고 답했습니다.
'2023 부산국제조선해양대제전'이 개막한 지난달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제1전시장 내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 부스를 찾은 내외빈들이 한국형 차기 구축함 모형을 둘러보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KDDX 사업 수주전, 업계 판도 변화 가능성…양사, 본격적인 '타이틀 매치'
하지만 내년에 있을 KDDX 사업 수주전이 수상함 명가 타이틀을 가를 본경기란 분석입니다. 지난 5년간 수상함 분야 시장 점유율은 HD현대중공업이 52.4%로 압도적인 1위로 나타났습니다. 한화오션은 25.4%으로 크게 뒤지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올해
한화(000880)그룹 품에 안기며 호기롭게 새출발한 한화오션이 그룹 내 계열사들의 전폭적인 지원에 따라 판도를 뒤집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울산급 배치3 호위함 2척 사업에 이어 KDDX 사업 건조 수주까지 따낼 수 있다면, 상황이 크게 뒤바뀔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그래서 HD현대중도 시장 점유율 1위와 수상함 명가 브랜드를 지키기 위해 피할 수 없는 승부입니다.
문제는 내년에 예정된 맞대결에도 HD현대중은 불공정 행위 이력에 따른 감점(1.8점)을 안고 싸워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번 대결에서도 HD현대중은 기술 능력에서 한화오션보다 앞섰지만 감점이 승패에 결정적으로 작용했습니다. 더군다나
HD현대(267250)그룹 입장에선 김동관 한화 부회장과 정기선 HD현대 사장의 대결 구도까지 연결될 수 있어 더 큰 부담을 느낄 수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0.1422라는 아주 근소한 차이로 승자가 결정됐는데 기술점수에서는 오히려 HD현대중공업이 더 높은 점수를 받았다"며 "1.8점의 감점의 벽을 결국 넘지 못한 것이라 HD현대중공업 입장에서는 무척이나 아쉬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HD현대중은 한화오션보다 높게 인정받은 기술 경쟁력에 집중해 KDDX 사업을 준비할 계획입니다. HD현대중 관계자는 "수상함 분야에서 최고의 기술력을 인정받은 만큼, 향후 성능 고도화, 미래함정 개발 등 기술개발에 더욱 매진할 것"이라며 "기술로 최강의 대한민국 해군을 만드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HD현대중공업이 건조할 예정인 울산급 Batch-III 조감도. (사진= HD현대)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