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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폐 추진 루트로닉 주식 5% 사들인 신한은행·증권
차익거래? 알박기?…최장 9월 돼야 확인 가능
입력 : 2023-07-19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신대성 기자]신한투자증권이 공개매수를 추진 중인 루트로닉(085370) 지분 5%를 확보해 시장의 관심이 쏠립니다. 공개매수 후 자진 상장폐지를 앞둔 종목을 대상으로 한 기관의 차익거래인지 다른 노림수가 있는 것인지 아직은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일부 투자자들은 신한금융그룹이 이른바 '알박기'를 한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습니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사모펀드 한앤컴퍼니는 루트로닉 상장폐지를 위한 공개매수를 진행한 결과, 전체 발행 주식 2691만8408주 중 2318만2935주(전환우선주 포함)를 확보했다고 공시했습니다. 이는 루트로닉 지분의 83.12%로 상장폐지를 위해선 7%포인트 이상의 주식을 추가로 확보해야 합니다. 한앤컴퍼니는 지난 17일부터 다음달 8일까지 2차 공개매수에 돌입했습니다. 
 
지난달 황해령 회장의 보유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루트로닉 인수를 발표한 한앤컴퍼니측은 루트로닉을 100% 자회사로 만들기 위해 상장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코스닥 기업의 자진 상폐 지분 규정은 따로 없지만 통상 95%에 근접할 경우 자진 상폐 요건을 충족한 것으로 여겨집니다. 이에 따라 지난 6월9일부터 7월14일까지 1차 공개매수를 진행했습니다. 매수가격은 주당 3만6700원입니다.  
 
공개매수 공시 직전 3만1800원이었던 주가는 3만6000원대로 급등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신한투자증권과 신한은행이 루트로닉 주식을 매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신한은행이 공시 직후인 9일 3만6148원에 33만3000주(1.26%), 신한투자증권은 7월12일 101만4175주(3.84%)를 주당 3만6198원에 각각 장내매수했다고 공시했습니다. 두 금융기관의 매입가는 공개매수가와 크게 차이나지 않는 가격입니다. 이와 관련 신한투자증권은 자사 운용부서에서 단순투자 목적으로 지분을 매입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사모펀드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신한은행이 지분을 보유한지 모르는 상태에서 신한투자증권이 주식을 매수한 것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기관들은 보유주식이 공개되는 것을 꺼려해 5% 미만의 주식을 매수하는 경우가 일반적인데 신한은행이 루트로닉 주식을 매수한 사실을 신한투자증권이 인지하지 못하고 매수했다가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5% 지분 공시 의무에 걸렸다는 의견입니다. 
 
이유야 어쨌든 시장에서는 두 기관 모두 공개매수가와 1~2% 차액을 노리는 전형적인 기관들의 차익거래로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신한투자증권이 공개매수를 신청한 자사 고객들의 업무를 대행한 것이 아니겠냐는 일부의 의견도 있지만 '장내매수'와 매수가격을 명시한 것을 보면 가능성은 낮아보입니다.
 
1차 공개매수가 끝난지 사흘이 지난 19일 현재 신한투자증권은 지분변동 공시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이번 공개매수에 불참한 것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습니다.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주주가 주식을 추가 매수하거나 매도할 경우엔 발생일로부터 5영업일 이내에 지분변동 공시를 해야할 의무가 있습니다. 단, 이번처럼 공개매수로 인한 지분 변경일 경우엔 공개매수가 끝나고 그 결과를 공시한 날부터 5영업일로 계산됩니다. 또한 이번 신한투자증권처럼 단순투자목적이라고 밝힌 경우엔 보고기한 특례가 적용돼 보고의무 발생일이 속하는 다음달 10일까지 보고하면 됩니다. 
 
이에 따라 신한투자증권이 14일에 끝난 1차 공개매수에 응했는지 여부는 다음달 10일이 돼야 확인이 가능합니다. 거꾸로 그때까지 공시가 나오지 않는다면 공개매수에 응하지 않았다는 뜻이 됩니다. 2차 공개매수 참여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신한투자증권이 미리 공시하지 않는 한 최종 확인은 9월10일이 지나야 알 수 있습니다.  
 
상폐를 위해 공개매수를 진행한 기업들의 과거 사례에 비춰보면 공개매수가 실패할 경우 가격 상향조정을 기대하고 이에 응하지 않는 투자자들이 많았습니다. 때로는 기관투자자가 이에 동참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흔히 '알박기'라고 불리는 이런 시도는 때론 성공했지만 실패하는 경우도 적지않습니다. 신한투자증권이 여기에 해당하는지는 조금 더 기다려봐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드물지만 특정주주의 보유지분으로 인해 공개매수에 차질을 빚는 경우 해당 지분을 장외에서 더 높은 가격에 사줄 가능성도 있습니다. 다만 이런 알박기가 성공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습니다. 특히 한앤컴퍼니의 경우는 공개매수가격을 올려주지 않는 사모펀드로도 유명합니다. 과거 쌍용C&E의 우선주를 공개매수할 당시 공개매수가 상향조정을 기대한 투자자들을 유상감자로 무너뜨린 전력이 있습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가 대주주인 경우 비상장으로 만들어 더 높은 값에 지분을 매각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예를 들어 미국 증시에 루트로닉을 상장시킬 수 있다면 더 큰 딜도 가능하다"고 설명했습니다. 
 
한앤컴퍼니는 현재 2차 공개매수를 진행하는 중인데요. 1차 공개매수에 참여하지 않은 보통주 373만5471주(잠재발행주식총수의 13.88%)와 전환우선주식 7만4782주(0.28%)를 사들일 예정입니다. 2차공개매수가도 1차와 같은 3만6700원(전환우선주 5만2428원)입니다. 만약 신한투자증권이 1차 공개매수에 참여하지 않았다면 이중 약 36%에 해당하는 주식을 신한은행과 함께 가지고 있는 겁니다. 
 
공개매수를 진행했던 대다수 종목에서 벌어진 것 처럼 이번 경우에도 공개매수가 상승을 기대하는 일부 주주들은 막판까지 버틸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앤컴퍼니측이 추가로 확보해야할 주식이 적지 않아 당분간 이들과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신대성 기자 ston9477@etomato.com
신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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