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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폭염…밥상 물가 또 비상
간신히 진정세 보였던 물가…역대급 집중 호우에 다시금 들썩
입력 : 2023-07-20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김충범·고은하 기자] 최근 집중 호우에 따른 작황 악화로 간신히 진정세를 보였던 밥상 물가에 다시금 비상등이 켜졌습니다. 전국에 걸친 역대급 장마에 농가 피해가 커지면서 채소·과일 등 농산물 가격 급등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농산물 물가 불안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입니다. 이번 장마가 지나간다 해도 본격적인 폭염이 기다리고 있고, 가을 태풍에 추석까지 물가 상방 요인이 줄줄이 이어져 밥상 물가가 좀처럼 잡히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옵니다.
 
여의도 면적 107배 피해…시금치·상추 등 가격 한 달 새 3배 급등
 
19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이달 10일부터 내린 집중 호우로 18일 오전 6시까지 농경지 3만1064.7헥타르(㏊)가 침수 또는 낙과, 유실·매몰됐습니다. 이는 서울 여의도 면적(290㏊)의 107배에 달합니다.
 
아울러 비닐하우스, 축사 등 35㏊ 규모의 농업 시설도 파손됐습니다. 이에 닭, 오리, 소, 돼지 등 69만3000마리에 달하는 가축이 폐사했습니다.
 
이 같은 수해로 농산물 도매가격은 이미 급등하는 추세입니다. 19일 기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시금치 도매가격은 4㎏에 5만4840원으로 1개월 전(1만7170원) 대비 무려 3배 이상 치솟았습니다.
 
또 도매가격으로 적상추는 4㎏에 5만9720원으로 1개월 전(1만9345원) 대비 3배 가까이 올랐고, 같은 기간 얼갈이배추 4㎏은 6105원에서 1만4260원으로 2배 이상 급등했습니다.
 
사실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가 어제오늘 일은 아닙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소비자 물가는 연중 6%대까지 치솟으며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까지 제기된 바 있는데요.
 
이후 물가는 석유류를 중심으로 꾸준히 안정세를 보이며 지난달 2.7%까지 기록, 21개월 만에 2%대로 내려앉아 한시름 놓았다는 평가가 나온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폭우 피해로 주요 농산물 도매가격이 줄줄이 치솟으면서 당장 이달 소비자 물가 흐름에도 변화가 일 전망입니다. 장마로 인한 도매가격 상승 파장이 소매가격에 전달되기까지의 기간도 매우 짧고, 이에 따라 가공식품 및 외식 등 밥상 물가 급등도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폭우 끝나도 문제…"수급 안정에 총력 기울여야"
 
업계는 이번 폭우가 끝난다 해도 물가 위협 요인이 너무 많다고 우려합니다. 내달부터 본격적인 폭염이 시작되고 여름 태풍, 추석 연휴가 줄줄이 기다리고 있는 까닭입니다.
 
폭염이 시작되면 농작물이 시들 확률도 그만큼 높아집니다. 아울러 태풍까지 동반될 경우 농작물 생육환경이 전반적으로 악화해 농민들이 수확 자체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데요.
 
특히 추석 연휴는 단기간 먹거리 수요가 폭증하는 시기입니다. 농작물 수확이 원활하게 이뤄진 해에도 추석 시기에는 단기적으로 밥상 물가가 상승하는 것이 보통인데, 올해와 같이 폭우·폭염이 동반되는 시기에는 수급 불균형까지 더해져 물가가 예년 대비 더 뛸 가능성이 높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대외 환경도 좋지 않다는 분석입니다. 우크라이나가 흑해를 통해 곡물을 수출할 수 있도록 한 '흑해곡물협정'이 종료돼 세계 곡물 가격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이달 18일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BT)에서 밀 선물 가격은 3%, 옥수수 가격은 1.4% 상승했는데요. 국제 곡물 가격이 국내 시장에 1~2분기 정도의 시차를 두고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중장기적 측면에서 국내 물가 추가 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정부의 수급 안정 방안이 절실하다고 조언했습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번에 호우 피해가 너무 심해 국내 작황이 상당히 좋지 못한 상황이다. 이미 시금치, 파 등 채소류는 50% 이상 급등했고, 서민들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며 "최근 물가가 2%대까지 내려갔는데, 이번 호우로 다시 급등할 것으로 보여 우려된다. 정부가 수급 안정을 위해 비축 물량을 푼다거나, 해외 수입을 하는 등 물가 안정을 위해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농산물 시장은 외생 변수에 의해 요동치기 쉬운 구조를 갖고 있다. 특히 자연재해로 인해 산지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제어하기란 쉽지 않다"며 "이 같은 상황에서 유통망 중간 상인들이 출고가를 조절·조작하는 행태가 종종 있는데, 이를 막을 필요가 있다. 정부가 상시적인 유통 채널 관리에 나서야 한다는 의미"라고 제언했습니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가 적상추를 구매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고은하 기자 acechung@etomato.com
김충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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