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한결 기자] 금융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증권사들의 연체율이 급등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특히 신한투자증권의 경우 '미분양 무덤' 대구와 울산 지역 등의 사업장에 PF 대출을 시행한 것으로 나타나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금융당국자는 증권사 가운데 신한투자증권의 부실이 가장 크다고 짚었습니다.
증권사 PF 대출 연체율 상승세…어디까지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금융권 부동산 PF 대출잔액은 지난 3월말 131조원을 돌파했습니다. 이중 증권업계의 PF 대출잔액은 5조3000억원으로 보험(43조9000억원), 은행(41조7000억원) 등에 비해 큰 것은 아니지만 최근 연체율이 급등하고 있어 관계 당국과 시장의 우려가 더해지고 있습니다.
증권사들의 PF 대출 연체율은 2021년말 3.71%에서 지난해말 10.38%로 올라선 뒤 석달 만인 올해 3월말 기준으론 15.88%까지 급등한 상태입니다. 금융당국은 증권사의 부동산 PF 대출잔액이 자기자본 76조2000억원의 1.1%에 불과해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나 연체율이 가파르게 오르는 추세인데다 부동산 시장이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6월말 연체율은 얼마나 더 오를지 알 수 없습니다.
특히 증권사들 중에서도 KB증권과 신한투자증권이 실행한 대출채권의 부실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당국자는 "신한투자증권과 KB증권의 PF 대출 부실이 상당히 걱정되는 수준이다"라며 두 회사를 콕 찍어 언급했습니다.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KB증권은 지난해말 부동산 PF 신용공여 잔액이 2조131억원으로 업계 2위 수준이었습니다. 이로 인해 KB증권이 DCM(채권자본시장) 사업에서 돋보이 성과를 거두는 등 효자노릇을 했습니다. 하지만 부동산 침체가 화두가 된 이후론 걱정거리로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것입니다. 지난 20일 기준 KB증권의 PF 신용공여잔액은 2조2248억원으로 더 늘어난 것으로 추정됩니다.
신한증권 PF 사업장, 장기 미분양 다수
신한투자증권의 PF 신용공여는 20일 기준 4250억원으로 겉보기엔 대형사들에 비하면 심각해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규모에 비해 부실규모는 가장 크다는 것이 금융당국자의 설명입니다.
3월말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신한투자증권은 전국 24개 사업장에 4185억원에 이르는 PF 대출채권을 매입확약 방식으로 집행했습니다. 서울에서부터 제주도까지 호남권을 제외한 전국에서, 아파트, 주상복합, 오피스텔, 물류센터, 데이터센터 등 다양한 형태의 건설사업에 돈을 댔습니다.
문제는 부동산 침체가 심각한 지역에 PF 대출이 들어가 있다는 사실입니다. 신한투자증권이 PF 대출채권 230억원을 투자한 쥐피에스22제구차는 대구시 칠성동 대구역 센트레빌 더오페라 아파트를 짓는 사업입니다. 해당 단지는 지난해 10월초 분양에 나섰지만 그 당시에도 236가구 중 57가구가 미달됐습니다. 이후 10개월이 지난 지금도 미분양을 털어내지 못한 상태입니다. 건설사가 미분양 자료를 공개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 팔지 못한 가구 수가 적지 않아 보입니다.
130억원을 대출한 쥐피에스21제십삼차는 울산시 남구 신정동에 위치한 310가구 규모의 빌리브 리버런트 아파트 건설사업장입니다. 지난해 12월 말에 분양했으나 외면 받으며 미분양이 나왔습니다. 역시 분양 7개월이 지난 지금도 완판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습니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지방 부동산 시장 분위기는 썩 좋지 않은 상황으로 미분양이 줄지 않아서 쉽게 분양에 나서기 어렵다"며 "대구, 울산이 분위기가 특히 안 좋은 지역"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방 뿐 아니라 서울 사업장도 미분양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100억원 규모 대출채권을 발행한 스톤헷지제일차는 2호선 신설동역 바로 앞에 짓는 신설동역 자이르네 오피스텔입니다. 지난해 4월 분양했으나 고분양가 논란 때문인지 아직도 완판이 되지 않아 애를 먹고 있습니다.
한때 촉망받았던 물류센터 또한 최근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공실이 발생하고 있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처럼 신한투자증권이 자금을 댄 건설사업장이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는 것으로 파악돼 PF 대출 차환 발행에 차질이 생기진 않을까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신한투자증권 관계자는 "해당 사항에 대해서는 인지하고 있다"며 "현재는 매입확약이 돼 있는 상황으로 매입이 단행될 수준은 아니다. 면밀히 모니터링 중이고 앞으로도 계속 지켜보면서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금감원, 증권사에 연체율 안정적 관리 강조
금융당국은 증권사 부동산 PF 부실을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지난 20일 금감원은 오전 10시에 증권사 부동산 익스포져 리스크관리 강화를 위한 간담회를 열었는데요. 10개 증권사의 리스크관리총괄(CRO), 기업금융(IB) 담당 임원들이 참석했습니다.
금감원은 부동산 PF대출 연체율의 안정적인 관리를 강조했습니다. 황선오 금융투자 부원장보는 이날 "증권사 PF대출 연체율은 금융권 내 가장 높은 수준"이라며 "과도한 수준의 연체율이 지속될 경우 증권업계 전반에 대한 평판이 약화되면서 자금조달 비용이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충분한 손실 흡수능력 확보, 투자자 피해 발생 가능성 최소화 등을 증권사에 요청했는데요. 리스크 관리가 취약한 증권사에 대해선 별도 관리방안을 제출받고 CEO 개별 면담을 실시하는 등 집중 관리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날 참석자들은 부동산 PF와 해외 부동산 등이 이슈가 되고 있어 내부적으로 준비 중이라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시간적인 여유를 줄 것을 당부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부동산 시장이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만큼 규제 강화보다 자체적으로 대응할 시간을 요구한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몇 년간 부동산 PF는 증권사들에게 효자 노릇을 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부동산 시장이 경색되자 천덕꾸러기가 된 상황입니다. 증권사들은 시간을 요구했지만 금융당국이 언제쯤 칼을 댈지 향방이 주목됩니다.
표=뉴스토마토
김한결 기자 always@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