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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박효주, '행복배틀' 불편함에 감사했던 이유
입력 : 2023-08-04 오전 8:42:00
[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ENA '행복배틀' SNS에서 치열하게 행복을 겨루던 엄마들 중 한 명이 의문투성인 채 사망하고 비밀을 감추려는 이와 밝히려는 이의 싸움을 그린 서스펜스 스릴러입니다. 박효주는 완벽한 행복을 전시하며 모두에게 부러움을 사는 전업주부이자 인플루언서 오유진 역할을 맡았습니다.
 
박효주는 '행복배틀'이 끝이 나자 허한 느낌이 컸다고 했습니다. 그는 "시나리오를 받고 촬영이 끝나기까지 1년 정도 됐던 것 같다. 매주 수, 목요일만 기다렸는데 끝이 나니 아쉬움이 큰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박효주가 연기한 오유진은 '행복배틀' 2회 갑작스런 죽음으로 시청자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습니다. 그리고 '행복배틀' 이후 이야기는 누가 오유진을 죽게 만들었는지에 대한 범인을 찾는 방식으로 이야기가 흘러갔습니다. 더구나 오유진이라는 인물은 과거의 비밀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이런 캐릭터의 특성 때문에 박효주는 "정말 어려웠다. 오유진이라는 여자의 과거가 많았다. 이걸 가지고 1, 2부를 시작해야 하는데 연기를 시작하는 지점에서 이 여자가 과거의 일 때문에 어떤 상태인지를 계산을 해야 하는 부분이 많았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내 연기가 맞는 지 맞지 않은지 불안했다. 감독님도 내가 혼란스러워 하는 걸 아셔서 불러서 오유진의 전사 이야기를 많이 해줬다. 이 여자의 파란만장한 과거가 시청자들에게 동정을 얻게 하기 보다는 공감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오유진의 이야기로 진행되는 스토리다 보니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배우들이 연기를 하다 보면 전사가 어느 정도 드러난 캐릭터를 연기하기도, 때로는 전사가 전혀 드러나지 않은 캐릭터를 연기해야 합니다. 박효주는 각각의 장단점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는 "전사가 없다면 오히려 작품 안에서 그릴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진다. 하지만 반대로 혼자만의 해석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오유진처럼 전사가 많을 때는 어느 정도 표현을 할지 배우가 수용해야 하는 부분이 커진다. 장점이라면 우회하거나 벗어나게 되는 경우가 적다. 그저 전사를 받아들이기만 하면 된다"고 밝혔습니다.
 
박효주는 2회 만에 오유진이 죽은 것에 대해 "아쉽다.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면서 장수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농담을 던졌습니다. 그러면서도 "오유진이 굉장히 묵직한 한 방이 있었다. 그래서 도전하고 싶었다. 양보다는 질 같은 묵직함이었다. 연기적으로도 도전이었다"고 자신의 생각을 전했습니다.
 
'행복배틀'에서 오유진이 난간에 걸쳐 죽는 모습도 방송 이후 화제가 됐습니다. 무엇보다 오유진이 눈을 뜬 채 눈물을 흘리며 죽는 모습이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이에 대해 박효주는 "고민이 많았던 장면이다. 눈을 감고 죽는 장면과 눈을 뜨고 죽는 장면을 모두 다 찍었다"고 촬영 비하인드를 공개했습니다. 그러면서 "나는 눈을 감는 게 맞지 않냐는 생각이었는데 감독님이 뜨고 죽는 걸 원했다. 방송을 보니 감독님의 말이 맞았던 것 같다"고 했습니다.
 
ENA 드라마 '행복배틀' 박효주.(사진=와이원엔터테인먼트)
 
박효주는 지금까지 늘 어두운 역할을 맡아왔습니다. MBC 예능 프로그램 '라디오스타'에 출연하게 된 것도 인상만 쓰는 자신의 모습을 환기 시키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그는 "어두운 캐릭터가 체력 소모가 있고 힘이 드는 부분이 있다. 그런데 난 전 작품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다시 한 번 장수 하는 역할, 안 죽는 역할, 욕망이 별로 없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행복배틀'에서 나영 역할이 매력이 있다고 생각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되게 롤러코스터 같은 부부다. 남편이 바람을 피우는 건 드라마에서 보편적인 소재다. 그러다 보니까 대중이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그런 나영을 차예련이 매력적이게 잘 연기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박효주는 "워낙 형사 역할도 많이 하고 전 작품도 편안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새로운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박효주라는 배우에게 새로운 메뉴판이 생기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도전이었는데 많이 배웠던 시간이다"고 했습니다. 무엇보다 "지금 나이에 새로운 얼굴을 했을 때 얹혀진 모습이 재미있다. 새로운 얼굴을 보는 재미가 있었다"고 했습니다.
 
사실 박효주가 연기한 오유진이라는 캐릭터는 분량상으로 보면 그리 많은 분량을 출연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박효주는 많은 걸 배운 시간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이에 대해 박효주는 "직업을 오래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패턴, 익숙함이 소리 소문 없이 찾아온다. 그런 것들이 발가벗겨지는 순간이 온다. 현장에서도 오기도, 내 한계에 부딪칠 때도, 집에서 가만히 앉아 있다가 오기도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번 현장에서는 그런 것들이 있었던 것 같다. 해왔던 방식이 아니라서 달랐다. 이런 감정에 '뭐지' 하는 궁금증이 많았다. 쉽지 않은 무언가 불편이었지만 지나고 나니 오히려 불편함이 감사했다. 불편하지 않으려고 생각하게 된 나한테 '행복배틀'은 좋은 터닝 포인트였다. 많은 걸 배울 수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이런 감정을 겪는 현장에서 내가 연기에 대해 타협하지 않으려는 사람임을 깨달았다. 나를 거울로 되돌아 보게 하는 작품이었던 것 같다"고 했습니다.
 
끝으로 박효주는 "죽음으로 답답함을 드려 죄송하다. 한 사람이 죽는데 단순한 이유는 없다. 시청자들이 답답해 하고 궁금해 하는 것, 누군가의 죽음에 관심을 가지는 느낌 자체가 유진을 연기한 나에게 큰 위로가 됐다. '그래서 유진을 누가 죽였냐'에 대한 호소들이 나에게는 응원처럼 들렸다. 그래서 감사하고 고마웠다"고 전했습니다
 
ENA 드라마 '행복배틀' 박효주.(사진=와이원엔터테인먼트)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
 
신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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