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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부림 직후 신림은
입력 : 2023-07-25 오전 8:58:45
긴장과 안타까운 감정이 공존했던 신림역이었습니다. 
 
지난 21일 제가 20년 넘게 거주했던 관악구 신림에서 끔찍한 살인이 벌어졌습니다. 사건 발생 오후 2시7분, 불과 몇시간 전인 그날 오전에도 그 거리를 지나 지하철을 탔던 접니다. 흉기난동 피의자인 조모씨는 마지막 범행을 저지르고 스포츠센터 앞 계단에 앉아 있다 경찰에 검거됐습니다. 그날 저녁, 귀가하기 위해 버스 승차를 했던 곳입니다. 조씨의 범행 영상들이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급속도로 퍼져 영상을 보게된 저는 버스를 기다리면서 분노와 공포, 걱정과 안타까움, 긴장감 등 복잡한 감정들이 솟구쳤습니다.
 
주변 지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칼부림이 발생해 4명의 피해자가 발생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가족, 친구끼리 있던 단체 채팅방에는 피해 본 사람들이 있는 지 확인하는 메시지로 휴대폰이 덮였습니다. "몇시간 전에 지나간 곳이다", "몇분 전까지 차로 지나치고 있었다", "아침에 거기 스포츠센터에서 수영을 했다", "오늘 저녁에 여자친구랑 만나기로 약속한 거리"라며 본인들이 운이 좋았을 뿐 직접적인 피해 대상이 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충격에 휩싸였습니다.    
 
그러다보니 "한 동안은 다른 동네에서 보자", "몸 조심해", "방탄복을 입고 다녀야 할 정도"라는 등 우려가 담긴 말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 피해자가 끔찍하게 살해당한 장소는 추모장소가 됐는데, 사건 당일 금요일 저녁엔 "고인의 명복을 빈다"는 추모글이 써진 포스트잇과 국화꽃, 그리고 안타까운 표정을 짓는 시민들이 있었습니다. 다음날인 토요일엔 소주가 올라간 제사상이 들어섰고, 우산들이 여러 추모물품들이 비에 젖는 걸 막아주고 있었습니다. 바뀌지 않았던 건 그걸 지켜보는 사람들의 얼굴이었습니다.
 
일요일 오전엔 친구들과 운동을 마치고 점심을 먹었는데, 역시나 그 사건이 대화의 주제였습니다. 악마의 소행이라며 험한 말을 던지면서도 어떤 거리를 거닐 때마다 앞, 옆, 뒤, 주변에 낯선 사람들이 괜히 무서워 긴장을 늦출 수 없다고 말합니다. 아울러 정말 살기 힘든 사회가 됐다며 개탄했습니다. 
 
주말이 끝나도 불안감과 공포심은 없어질 기미가 안보입니다. 모 커뮤니티에 '수요일, 신림동에서 여성 20명을 살해하겠다'며 테러를 예고하는 글이 올라가면서입니다. 글 작성자는 흉기 구매 내역을 함께 첨부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경찰에 신고가 접수됐으며 게시글은 삭제됐습니다. 경찰이 수사를 착수했다고는 하지만, 축적됐고 오를 때로 오른 불안감에 신림역 근처 거주 주민들이 수요일 당일, 무서움에 떨 게 분명합니다. 조심해서 안전하지 못한 세상이란 현실이 무척이나 애통한 일입니다.
 
지난 21일 오후 서울 관악구 신림역 4번 출구 인근에서 칼부림 사건으로 사망자가 발생했다. 사진은 이날 밤 피해자가 숨진 장소에서 시민들의 추도글이 붙어 있는 모습. (사진=이승재 기자)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
이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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