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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길 먼데…전기차 성장세 '주춤'
상반기 전기차 성장세 10%대 그쳐
입력 : 2023-07-25 오후 3:58:56
 
 
[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고성장세를 보이던 전기차 판매가 올 들어 주춤하고 있습니다. 국내 대표 전기차 모델인 현대차(005380) 아이오닉5와 기아(000270) EV6 판매량이 줄었고 2년 넘게 걸렸던 출고 기간도 1개월로 단축됐습니다. 반도체 부품 수급난이 풀리고 완성차 업체들의 대대적인 투자로 공급은 늘었지만 수요가 받쳐 주지 못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분석됩니다.
 
현대차 아이오닉 5.(사진=현대차)
 
25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아이오닉5 판매량은 9534대로 전년동기대비 32.8% 감소했습니다. 같은 기간 EV6는 1만653대로 11.3% 줄었습니다. 2021년 출시 이후 상반기 기준 판매량이 감소한 건 올해가 처음입니다.
 
두 대표 모델에 부진으로 수입차를 포함한 상반기 국내 전기차 판매량 증가율도 13.7%에 그쳤습니다. 지난해 상반기 75.6%와 비교하면 큰 폭으로 성장세가 꺾였습니다. 전기차 비중도 8.4%로 0.2%p 줄었습니다.
 
수요가 줄자 출고기간도 대폭 줄었습니다. 7월 기준 아이오닉 6의 출고 기간은 1개월입니다. 지난 1월 16개월에서 1년 이상 줄었습니다. 특히 고객 출고 보류, 취소분 등을 반영하면 즉시 출고도 가능한 상황입니다. 아이오닉 5와 EV6 역시 각각 4~5주로 짧아졌습니다. 최근 출시된 EV9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처럼 전기차 수요가 감소세를 보이는 이유는 정부에서 주는 보조금이 줄면서 소비자 부담이 늘었기 때문으로 보이는데요. 정부는 2025년까지 단계적으로 전기차 보조금을 줄일 방침입니다. 2025년께 내연기관차와 전기차 가격이 비슷해져 대등한 경쟁이 가능할 것이라고 본 것이죠.
 
하지만 글로벌 공급망 붕괴에 따른 배터리 주요 원자재 가격 인상 등으로 전기차 가격이 오히려 오르고 있다는 게 문제입니다. 전기차 가격이 내연기관차와 비슷한 수준이라면 보조금이 필요 없지만 전기차 가격이 오르는 상황에서 보조금을 축소해버리면 소비자들은 전기차를 택할 동기부여가 떨어지게 됩니다. 실제 서울의 경우 올해 책정된 보조금 소진율이 44%에 그쳤습니다.
 
양재완 한국자동차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배터리 원자재 가격 인상 등으로 전기차 원가 상승 압력도 존재한다"며 "2025~2026년으로 예상돼 온 내연기관차-전기차 가격 동등화가 지연될 수 있고 일부 국가에서는 그간의 판매량 급증세가 꺾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현대차그룹 전기차 충전소 '이피트'.(사진=현대차)
 
또 전기차의 강점인 '경제성'이 약해지고 있습니다. 한국전력(015760)은 지난 5월16일부터 전기요금을 ㎾h당 8원 올리면서 전기차 충전료도 인상이 불가피해졌는데요. 공공 전기차 충전사업자인 한전은 이미 100㎾ 미만 아파트용 전기차 충전료도 ㎾h당 8.8원 올렸습니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급속 충전기를 운영 중인 환경부도 전기차 충전료 인상을 검토하고 있죠.
 
전기차 충전료는 지난해 9월 특례 할인 종료와 함께 일제히 인상된 바 있습니다. 현재 100㎾ 이상의 급속충전기 요금은 ㎾h당 347.2원으로 2020년173.6원에서 꾸준히 올랐습니다.
 
전기차 화재와 '주행 중 동력 상실' 등 잦은 리콜도 소비자들의 불안 심리를 자극하고 있습니다. 특히 전기차 화재의 경우 피해가 내연기관차 보다 막대합니다. 전기차 화재로 우려되는 건 배터리 '열폭주'인데요. 배터리팩이 손상되면 내부온도는 1000도까지 치솟습니다. 배터리관리시스템(BMS) 소프트웨어가 배터리 온도가 높아지지 않게 관리하는 역할을 하지만 배터리에 손상이 발생하면 무용지물이죠. 
 
결국 소비자들은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넘어가기 전 하이브리드차로 눈을 돌리고 있는데요. 올 상반기 하이브리드차 판매량은 15만1108대로 전년동기대비 42.9% 늘었습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하이브리드차는 친환경을 지향하면서 연비는 좋고 중고차 가격도 높게 받을 수 있는 등 여러 가지 장점이 있기 때문에 당분간 많이 판매될 것"이라며 "다만 앞으로 전기차의 단점이 사라지고 보급 대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전기차의 득세 정도에 따라 하이브리드 차의 수명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
황준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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