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건의 파장이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전국으로 추모 열기가 번지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해당 학교로 온 근조화환만 1500여 개가 넘고, 강남서초교육지원청 등에 마련된 추모 공간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주말에는 교사 5000여 명이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 모여 '추모 및 진상조사 촉구 집회'를 열기도 했습니다. 그간 참아왔던 교사들의 분노와 서러움이 한꺼번에 폭발하고 있는 듯합니다.
교권 추락에 대한 문제 제기는 이미 여러 차례 있었습니다. 학생이 교사가 수업하고 있는 교단에 누워 휴대폰을 하고 있는 사진이 논란으로 번지기도 했고, 교사가 학생에게 폭행을 당했다는 소식도 간간이 나오고는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교사들은 교권 회복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부르짖었지만 우리 사회의 변화는 더뎠고, 끝내 안타까운 목숨이 희생됐습니다. 정치권 인사들은 지금까지 무엇을 하다가 이번 사건에 한 마디씩 보태는지 참으로 뻔뻔하기 그지없습니다.
이번 사건이 학부모의 지나친 악성 민원 때문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학부모 민원이 이번 사건의 원인이든 아니든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임은 분명합니다. 많은 교사들이 수업 등의 교육 활동이 아닌 이러한 부분으로 인해 병가를 내거나 교단에 있는 것을 포기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교사들도 누군가의 소중한 자식일 텐데 자기 자식만 생각하는 일부 학부모의 행태로 교단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아동학대 신고를 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도 교육 활동에 상당한 장애가 됩니다. 수업 중 난폭한 행동을 하는 아이를 제지하기 위해 끌어안은 것만으로도 아동학대 신고를 당한다고 하니 이쯤 되면 아동학대의 기준이 어디까지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르면 아동학대 민원이 제기되는 것만으로도 학교장은 즉시 수사기관에 신고하고, 해당 교사를 수업에서 배제하거나 직위를 해제해야 합니다. 교사들은 아동학대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이 부분도 이번 기회에 반드시 개선해야 합니다.
교육 기자로 교사들을 취재하다 보면 무너진 교권으로 인해 교육 활동을 하기 힘들다는 목소리가 매번 나오고는 했습니다. 해당 내용으로 몇 번 기사를 쓰기는 했지만 이런 일까지 생기고 나니 교육계의 목소리를 우리 사회에 잘 전달하지 못한 게 아닌가 하는 죄책감도 듭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현장 취재를 다니면서 눈물을 보지 않은 날이 없습니다. 기간제 교사로 일하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딸의 원통함도 함께 풀어달라는 아버지, 자신의 몸을 간수하느라 힘든 동료들에게 따뜻한 말 한 마디 해주지 못했다고 후회하는 교사 등 많은 이들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이 눈물의 절실함을 담은 제대로 된 교권 보호 대책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건의 파장이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의 모습.(사진 = 장성환 기자)
장성환 기자 newsman9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