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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입력 : 2023-07-25 오후 6:44:10
"엄마, 학교는 왜 가야하는 거야?"라고 묻는 아이에게, "응, 무조건 가야해"라고 답한 적이 있습니다. 의무교육이라는 얘기를 하려다 "학교는 건강하게 성장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곳이야"라고 덧붙였죠. 방학을 기다리던 아이가 학교의 필요성에 대해 의문이 생겼던 것 같은데, 답을 찾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단지 부모로서 '학교는 가야할 필요가 있는 곳'이라는 생각을 심어주고 싶었습니다.  
 
코로나가 한창 창궐하던 시기, 육아휴직 중이었습니다. 워킹맘 시절 엄마랑 같이 있고 싶어했지만, 어린이집에 보냈던 것이 한켠에 미안한 마음으로 남아있어, 이 시기만큼은 아이가 하고 싶은 대로 해줬습니다. 어린이집에서도 가정보육을 원하기도 했고요. 하루종일 살을 부대끼면서, 같이 책도 읽고 모두 학교에 가거나 회사에 간, 그래서 놀이터와 거리에 사람이 없는 시간에 나와 아이와 놀았습니다. 나름 엄마표 교육을 해보겠다고, 영어책과 한글, 창의교육 수학 교재까지 주문해 가며 아이와 하나둘 해나갔죠. 중간에 아이가 친구들이며 선생님 얘기를 하긴 했지만, '집이 최고 안전해' '그래 집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어, 엄마랑 일대일 교육인데 하물며 선생님보다는 잘 봐주겠지'란 자만심에 차 있었습니다.
 
서울 강동구 한 초등학교에서 신입생 어린이들이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있다. (사진=뉴시스) 
 
그렇게 아이와 일년을 부대끼며 생활하다 출근을 앞두고 어린이집을 다시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원체 활발한 성격이었기에 그간 공백은 크게 문제를 두지 않았습니다. 다 쉽게 적응할 거란 오만한 생각이 가득차 있었습니다. 하지만 친구들 무리에 들어가야 하는일, 친구들 사이에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일, 교실의 규칙을 따라야 하는 일, 규칙적인 생활을 해야 하는 점 그동안 아무렇지 않았던 일들이 아이에게 하나하나 과제로 다가온 모습이었습니다. 한글을 떼고, 영어가 늘고 일종의 성과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가장 기본적인 것을 엄마의 무지로, 아이는 잃고 살았던 겁니다. 
 
'내가 정말 알아야할 것은 유치원에서 다 배웠다'라는 책이 있습니다. 삶의 지혜는 대학 등 상아탑 꼭대기가 아니라 바로 유치원의 모래성 속에 있다는 내용이죠. 옳고 그름 등 근본적 가치관을 배우고, 상황 판단력을 키워 소통을 하며 자라날 수 있는 건, 어린시절부터 배운다는 겁니다. 지금 공교육 붕괴 중심에 학교가 자리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학교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곳입니다. 등교와 하교의 나날이 무수히 쌓이면서 생각의 크기를 우리가 살찌워왔듯, 지금의 아이들도 이러한 배움을 위해 필요한 장소인 겁니다. 건강하게 아이들이 자라날 수 있도록, 학교를 지켜줘야 합니다. 
 
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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