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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도 시스템반도체는 포기해야 하나?
입력 : 2023-07-26 오전 8:42:53
삼성전자 3나노 파운드리 출하식. 사진=삼성전자
우리나라가 메모리 반도체 강국이 된 데는 지정학적 요인이 있었습니다. 바로 미국이 일본을 견제해줬기 때문인데요. 일본이 주춤한 사이 삼성전자는 메모리 1위로 성장했습니다. 미국이 일본을 견제한 것은 일본이 위협적인 도전자였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럼 왜 삼성전자는 내버려 뒀을까요. 메모리에 집중된 산업구조가 덜 위협적이라 판단했기 때문이겠죠.
 
그래서 한동안 미국이 시스템반도체를 장악해 세계 반도체 1위를 차지하고 일본은 반도체 장비 쪽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분야에서 시장을 나눠 갖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반도체 1위 인텔이 가끔 삼성전자에 추월당하는 일이 벌어집니다. 메모리 선두와 후순위간의 격차가 커졌고, 삼성전자가 비메모리에도 진출하면서 부피가 커진 현상입니다. 미국에게 한국은 더이상 반도체산업 가치사슬을 분담하는 파트너로만 보기 힘들어졌습니다.
 
그래서 TSMC를 따라잡기 힘든 것도 물밑에 미국의 힘이 작용하기 때문 아닌가 추정됩니다. TSMC의 수주물량 상당부분은 모두 미국기업들 것입니다. 상대적으로 삼성전자의 미국향 수주 비중은 점점 줄었습니다. 흔히 TSMC에 비해 이것저것 다하는 삼성전자가 고객사에게 위협이 되는 게 약점으로 지적됐습니다. 그런 배경에 국가적 이해관계도 포함되는 것이겠죠.
 
그 사이 중국이 비메모리 분야에서 무섭게 추격하면서 미국은 견제 우선순위로 중국에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삼성전자에게는 일단 겉으로는 우호적인 협력 제스처를 취하고 있습니다. 중국을 떨쳐내는 게 더 급하기 때문이죠. 일본도 중국에 대한 장비 수출을 규제하고 나섰습니다. 흔히 일본이 미국 편에 선 것이라 말하지만 일본 역시 도전당하는 게 숨막히는 건 다를 바 없습니다. 오히려 미국보다 중국과 지리적으로 더 가까우니 압박감도 클 것입니다. 미국의 경우 중국이 사회주의 국가이니 만약 산업 주도권을 뺏겼을 때의 위협성은 한국이나 일본에 비할 게 아닐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는 중국 다음으로 미국의 견제가 본격화 되기 전에 비메모리를 포기하는 게 나을까요. 견제가 힘들어 나중에 버리게 되더라도 도전해볼 가치는 있다고 생각됩니다. 적어도 한국은 미국과 같은 자유국가이기 때문에 우리의 도전과 성장이 미국이나 일본과의 냉전으로 번질 가능성은 적습니다. 그 도전할 기회는 중국 때문에 우리에 대한 견제가 느슨해진 지금이라고 봅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이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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