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한솔 기자] 시민들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출동하는 구급대원들이 환자의 폭행과 폭언에 무방비로 노출되자 소방당국이 소방 활동 방해행위에 대해 면밀히 수사해 엄중히 처벌키로 했습니다. 정상적인 소방활동 수행을 방해하는 데 대해 엄정한 처벌의지를 드러낸 만큼 향후 반복적인 방해·폭행행위가 얼마나 줄어들지 주목됩니다.
26일 경기도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소방 활동 방해행위는 193건이 발생했고, 모두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돼 실형 37건, 벌금 78건이 확정됐습니다. 나머지 78건은 현재 법원 판결이 진행 중입니다.
(사진=뉴시스)
구급대원 폭행 늘어…대책마련 요구
'매 맞는 구급대원'은 비단 경기도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최근 3년 전국 119폭행 현황을 보면 2020년 196건, 2021년 248건, 2022년 287건으로 매년 증가 추세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2월 경기도 포천에서 손을 다쳤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급대원이 환자에게 폭행을 당했습니다. 응급치료를 하려는 구급대원을 발로 찬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성남에서도 출동한 구급대원이 환자에게 폭행당했습니다. 당시 도로에서 깨진 병으로 주변을 위협하다 손을 다친 사람이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급대원은 환자에게 얼굴을 맞는 등의 피해를 당했습니다. 경기소방은 곧장 소방기본법 등 혐의를 적용해 입건,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부천에서는 구급대원에게 폭언하며 병원 이송을 거부하고, 소방서에 100여 차례 전화를 걸어 악성 민원을 제기하는 등 구급 업무를 방해하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경기소방, 주취자 폭행 66.7%
경찰과 달리 119구급대원은 체포를 하지 않기 때문에 이같은 폭행 사례가 증가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직업의 특성상 술에 취한 시민들을 많이 접하다 보니 주취 폭행 사례가 늘어나기도 했습니다.
실제 올해 경기도 소방 활동 방해사건 33건 가운데 주취자로 인한 사건이 22건(66.7%)에 달합니다. 즉 3건 중 2건이 주취자에 의한 사건인 셈입니다. 그러나 주취 폭행 가해자들은 대개 폭행 사실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발뺌하는 게 대부분입니다.
현행 소방기본법 등에 따르면 화재진압·인명구조·구급활동을 수행하는 소방공무원을 폭행 또는 협박해 소방 활동을 방해하는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매년 늘어나는 구급대원 폭행에 결국 지난해 1월부터 구급이나 구조활동 등 소방 활동 방해에 대한 '형법상 감경 규정에 관한 특례'가 시행됐습니다. 음주나 약물로 인한 심신미약 상태에서 폭행 등 소방활동 방해를 저질러도 감경받을 수 없게 됐습니다.
구급대원을 폭행할 경우 결국 소방 공백을 초래하고, 이에 따라 응급환자가 발생할 경우 적절한 대응이 어려울 수 있기에 더욱 엄정한 대응이 필수적으로 보입니다. 조선호 경기도소방재난본부장은 "소방공무원 폭행 사건뿐만 아니라 반복적인 소방 활동 방해행위에 대해서도 면밀히 수사해 엄중히 처벌할 방침"이라고 말했습니다.
구급차. (사진=뉴시스)
수원=박한솔 기자 hs6966@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