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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덕연 사태, 신종 수법 시세조종…금융당국 할 일 많아져"
(인터뷰)조두영 변호사,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입력 : 2023-07-31 오전 6:00:00
 
라덕연 사태로 자본시장의 민낯이 또 한 번 드러났습니다. <뉴스토마토>는 지난 26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에 위치한 조두영 법률사무소에서 조두영 변호사를 만나 최근에 벌어진 일련의 주가조작, 시세조종 사건 등 불공정 행위와 투자자들의 인식, 금융당국의 대응 등에 관해 의견을 들어봤습니다. 조두영 변호사는 검찰 출신으로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를 역임한 금융범죄 관련 전문가입니다. <편집자주>
 

조두영 변호사가 지난 26일 종로구 조두영 법률사무소에서 <뉴스토마토>와 인터뷰를 하고 있습니다.(사진=김한결 기자)
 
Q. 금감원과 한국거래소가 첨단 시스템을 이용, 시장을 철저히 감시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시세조종 등의 불공정 행위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주가조작이나 시세조종은 증권시장이 발달한 나라에서 근절되기 어려운 범죄입니다. 빈도나 적발 건수의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우리나라는 특히 온라인 주식거래가 활발하고 시장의 주가가 역동적이며 조작이 용이한 종목들이 상대적으로 많아서 시세조종이 사라지기 어렵다고 할 수 있습니다.
 
Q. 이번 라덕연의 CFD(차액결제거래) 사태처럼 이렇게 장기간 시세를 조종한 경우는 처음 봤습니다. 주가조작 규모가 크고 기간도 길었는데 어떻게 적발되지 않았을까요?
 
-본래 시세조종은 단기간 시세조종성 주문이 나오고 인위적으로 조작된 주가에 보유주식을 처분해 부당한 시세차익을 얻는 범죄입니다. 따라서 장기간에 걸쳐 진행하는 시세조종은 실질적으론 존재하기 어려운데, 이번 사건처럼 금융당국의 감시를 벗어나기 위한 방법으로는 가능하겠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주식시장에서 허수주문, 고가 매수주문, 시종가 관여주문, 물량소진 매수주문, 상한가 매수주문과 같은 ‘시세조종성 주문’이 발견돼도 그 자체만으로 시세조종이라고 판단하지는 않습니다. 해당 주문의 호가관여율이나 매매유인의 목적 등 제반 정황을 분석하죠. 시세조종성 주문은 금감원의 경우 매매분석프로그램을 돌리면 100% 적발되지만, 그 주문이 의도가 있는가를 분석하는 건 조사관의 능력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런데 라덕연 사태처럼 장기간에 걸쳐 우량주의 주가를 관리한 경우는 시세변동성이 크지 않아 금융당국이 주목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앞으로 금융당국이 할 일이 더 많아진 셈입니다, 
 
Q. 라덕연은 오히려 본인이 피해자라며 서울가스(017390), 다우데이타(032190) 회장을 사건의 배후라고 주장합니다. 의도가 있겠죠?
 
-제가 직접 사건을 조사하거나 수사하지 않았으니 정확한 사실관계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언론보도 내용으로 미루어 보면, 수사당국은 구속집행이 되어 재판을 받고 있는 라덕연 측의 시세조종이 존재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검찰 금융조사부에서 수사할 때나 금감원에서 부원장으로 재직하면서 많은 증권범죄를 봤는데요, 자신의 범죄가 적발되었을 때 이를 모면하기 위해 남에게 미루는 것은 특이한 현상은 아닙니다.
 
Q. 소위 유튜브 전문가들이 많아지면서 시세조종의 저변이 확대되는 분위기입니다. 최근 유명 슈퍼개미가 적발되기도 했습니다. 세상이 주가조작, 시세조종에 점점 무뎌지는 것일까요?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 그런데 앞서 언급한 것처럼 주식에 투자하는 사람은 저가에 매수해서 고가에 매도해 차익을 보는 것이 목적이고요, 그게 불법도 아니고 나쁘게 볼 일도 아니죠. 다만 그 정도가 지나치면 곤란하다는 겁니다. 욕심이 과하면 사망에 이른다는 도덕 교과서 말씀을 해드리고 싶네요. 
 
Q. 일반 투자자들이 정보를 얻기 위해 하는 일 중에 자신도 모르게 합법의 선을 넘는 경우가 많더군요. 증권범죄에 대한 처벌 수위도 논란이지만, 금융당국의 사전예방 노력도 필요하지 않나요?
 
-동의합니다. 사후 단속기능은 그나마 잘 정비돼 있는데 사전예방적인 기능은 거의 없거나 부실합니다. 금융당국이 좀 더 고민할 부분이겠죠.
 
투자를 위해서는 일정 정보가 뒷받침해야 하고 그런 투자정보를 얻는 과정에서 무리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 모든 행위를 불법이라 보기는 어렵고, 일부는 자본시장법 제178조의2 과징금 대상으로 한정돼 있습니다.
 
Q. 금감원, 검찰이 ‘잔챙이는 놔주고 큰 놈만 잡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당국의 느슨한 인식 때문일까요, 인력 부족의 문제일까요? 또 법원이 너무 관대하다는 지적도 많습니다. 
 
-검찰에서 오래 근무했고, 금감원에서도 자본시장조사 업무를 주로 담당해서 ‘잔챙이는 봐주고 큰놈만 잡는다’라는 인식은 없다고 장담할 수 있습니다. 검찰이든 금감원이든 ‘나쁜 놈은 전부 잡는다’만 있을 뿐이죠. 다만, 지적한 것처럼 인력 부족은 절감합니다. 
 
검찰은 개개인의 능력이 뛰어난 조직입니다. 서울남부지검을 금융수사중심청으로 지정해 자본시장합수단, 금융조사1부, 2부 등이 설치돼 있고 여기에 가상화폐수사부서까지 생긴다고 하니 바람직합니다. 
 
최근 금감원이 자본시장조사 부서 인력을 확충한다고 합니다. 만시지탄의 느낌은 있습니다. 이참에 금융위 업무와 직접적인 관련도 없는데, 자본시장조사단을 금감원으로 이전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범죄에 대한 형량 강화도 답일 수는 있겠죠. 하지만 사형제도가 범죄를 줄이는 효과가 거의 없는 것처럼 단순히 형량을 높인다고 해서 (주가조작이)근절되지는 않을 것 같고요. 시세차익으로 얻은 부당한 이득을 전액 환수하거나 그 이상의 재산상 불이익을 가하는 방법이 좋지 않을까요. 
 
Q. 증권사들은 이번 일로 손실을 본 것은 물론 각사의 장기 전략 추진에도 차질을 빚고 있습니다. 
 
-금융정책은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금융당국에서 어떤 제재를 가하면 이것이 금융시장에 시그널이 돼 일파만파 영향을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번에 라덕연 한 사람 때문에 증권사들이 위축됐는데요. 굉장히 안 좋은 현상입니다. 단기적으로는 사건이 있으니 그럴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론 금융위를 중심으로 금융정책이 일관성 있게 나아가야 합니다.
 
 
진행 김창경 기자 ckkim@etomato.com
정리 김한결 기자 always@etomato.com
김창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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