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거짓말한 게 있으면 말씀해 보시라!”
정부가 입만 열면 세계 경제 탓만 하고 있다며 ‘국민 기만’, ‘입만 열면 거짓말’이라고 질타한 어느 의원의 쓴 소리에 경제 라인의 컨트롤타워 수장이 반박했던 대성을 기억합니다.
세계경제의 불황 탓에 우리경제도 어렵다고 시종일관 내세웠던 경제수장의 기백은 무슨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을 줄여 이르는 말)인지, 기괴한 경제관념을 ‘잔혹 희극’으로 넘기기엔 한심스러워 말이 안 나올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지난날의 잘못이나 허물을 깨달았던 걸까요. ‘세계경제 탓’ 소리가 쏙 들어갔습니다. 그 배경에는 6월 등장한 경제 전망 보고서가 한몫했다고 생각합니다.
절기로 따지면 이십사절기의 하나인 소만과 하지 사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내민 경제 전망 보고서는 한숨이 절망으로 바뀌는 순간이었습니다.
세계 경제성장률 자체가 굉장히 안 좋은 시기 거쳤고 갈수록 점점 좋아진다는 말만 믿던 국민들은 어수룩한 호구가 아닙니다.
OECD 보고서에 이어 하반기를 알리는 수문 앞에 정부의 ‘상저하고’ 난망은 국제통화기금(IMF) 보고서가 쐐기를 박았습니다.
주요국의 성장률 상향 조정과 대조적인 한국의 저성장 전망은 충격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우리나라만 지난해 7월부터 5회 연속 하향 조정하고 있으니 이쯤하면 경제 난맥의 풍토병화가 아닐런지요.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2분기 국내총생산 성장률을 봐도 개탄스럽습니다. 성장률은 소비, 투자, 수출·수입의 무역 지표를 대표적인 구성 요소로 분류합니다.
소비는 0.4%포인트 떨어졌고 투자는 0.2%포인트 하락세입니다. 수출과 수입은 각각 0.9%포인트, 2.1%포인트 빠지는 등 모두 마이너스 행보를 기록했습니다. 불황형 흑자에 기댄 0% 성장률로 사실상 최악입니다.
국내 총생산은 민간, 정부의 경제활동 총합을 의미합니다. 민간 부분의 역할인 ‘민간 기여분’은 1.1%포인트 상승에 머무를 뿐, 정부 기여분은 0.5%포인트 마이너스입니다.
현 정부가 오히려 성장률을 끌어내리는 걸 자행하고 있으니 니체의 철학 사상을 읽어야 해탈할 수 있을까요. 5월까지 정부 지출 55조원의 허리띠를 졸라맨 결과입니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정부 재정은 지출을 통해 경제를 방어하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더욱이 시장에 돈이 돌면서 온기를 살려 생산, 소비 등을 통한 세입 확보의 선순환 기능을 합니다.
하지만 ‘재정 지출’의 역할인 국가 의무는 하지 않고 불평등·양극화를 부추길 ‘부자감세’에 비판론만 키우고 있는 꼴입니다. 재정건전성과 감세를 동시에 추구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입니다.
특히 효과적인 재정지출이 중요하다는 조언을 내놓고 있습니다. 지속적인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과 반도체 감산, 가계부채 리스크, 부동산 침체, 여름철 기상여건에 따른 영향 등 경기 부담 요인은 복병처럼 산재돼 있습니다.
경제뿐만 아닙니다. 수면 아래 있던 금융위기급 혼란도 간과할 수 없는 게 현주소입니다. '역대급 위기'인 한국 경제의 해법을 위해 보이지 않는 정부 역할보다 '플러스' 기여분이 절실해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