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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황양택 기자]
한화생명(088350)과 교보생명이 올해 자금조달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가운데 두 보험사의 서로 다른 양상에도 이목이 집중된다. 앞서 교보생명이 연금보험 판매와 신종자본증권 발행으로 자금을 마련했다면 한화생명은 최근 후순위사채를 발행했다. 각 시기 조달 여건과 필요성에 맞는 전략이 채택됐다는 분석이다.
한화생명 '후순위채' 5000억원 발행…금리·채권 시장 여건 고려
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제4회 무보증 후순위사채 발행 금액을 5000억원으로 확정했다. 만기일은 2033년 8월2일로 10년물이다. 발행 후 5년까지는 최초 이자율인 연 6.0%가 적용되고 5년 조기 상환권(콜옵션)이 설정됐다.
앞서 한화생명은 안정적인 재무건전성 관리를 위해 3000억원에서 최대 5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발행을 결정한 바 있다. 지난달 25일 시행된 수요예측에서는 국내 기관투자자 참여신청 23건에 자금 3330억원이 몰린 것으로 확인된다.
수요예측에 참여한 물량이 발행예정 금액을 초과하지 못했지만 기관투자자의 추가 청약 가능성을 고려해 발행총액을 증액했다는 것이 보험사 측의 입장이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증액 발행 5000억원은 기관투자자나 리테일의 추가 물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이라며 "일부는 리테일에서 소화하기 위해 주관사에서 가져가는 금액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사진=한화생명)
한화생명은 지난 4월 기발행 외화 신종자본증권 10억달러(장부금액 기준 1조673억원) 조기 상환을 완료했던 만큼 자본성증권의 추가적인 발행 필요성이 따랐던 상황이다.
후순위채 방식이 채택된 배경에는 올해 안정화되고 있는 금리 여건과 향후 채권 발행 시장의 전망이 함께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후순위채는 기본적으로 채권의 발행금리가 신종자본증권보다 낮게 설정되는 장점이 있기도 하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후순위채는 금리가 상대적으로 낮은 만큼 이자비용을 덜 부담해도 된다"라면서 "금리 안정화로 하반기에는 채권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려는 수요가 더 많아질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그렇게 되면 발행 경쟁이 치열해질 수 있기 때문에 결국 보험사 여건과 시장 상황을 봐가면서 시행한다"라고 말했다.
연금보험으로 유동성 확보 후 신종자본증권 발행한 교보생명
교보생명은 올해 상반기까지 자금조달 양상이 저축성보험과 신종자본증권으로 요약된다. 앞서 교보생명은 연금보험을 대거 판매하면서 유동성을 확보한 바 있다. 연금보험을 포함한 저축성보험은 일시납 형태로 상품을 판매할 경우 현금을 빠르게 마련할 수 있는 만큼 유용한 조달 수단이 된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초까지 금리 상승 여파로 경제 불확실성이 커져 채권 시장 등 보험사 유동성 확보의 길이 사실상 막혔던 상황인데, 저축성보험 일시납 판매가 이 시기 조달 수단을 대체했다.
교보생명의 경우 지난해 저축성보험 판매에 이어 올해 초에도 연금보험(1조6496억원)을 대거 판매했다. 지난 1월 기준 일반계정(개인보험) 초회보험료로 1조6556억원을 거둔 바 있다. 초회보험료는 보험계약 성립 이후 고객이 최초로 납입한 보험료다. 판매 당시에는 4% 중반이 넘는 금리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판매 시점에서 금리 조건이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있어서 많이 몰렸던 것으로 보고 있다"라면서 "한때 많이 팔렸던 것이고, 현재는 기존의 평균과 같은 수준이다"라고 설명했다.
(사진=교보생명)
지난해부터 이어진 지급보험금 유출 이슈가 올해 초 일단락되면서 유동성 확보 목적의 저축성보험 판매 역시 자취를 감춘 모양새다. 대신 새 국제회계기준 IFRS17 도입으로 K-ICS 비율 올리기가 과제로 떠올랐는데, 자금 확보 목적이 바뀌고 채권 시장이 안정화되면서 교보생명 역시 자본성증권 발행으로 눈을 돌렸다.
교보생명은 지난 5월 5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예정금액은 최소 3000억원으로 설정하고 수요예측에 따라 5000억원까지 증액한다는 계획이었는데, 4260억원이 신청됐으나 투자자들이 추가로 몰리면서 금액을 늘려 발행했다.
교보생명의 K-ICS 비율은 지난 1분기 기준 경과조치 전이 156.0%, 경과조치 후가 232.4%로 나타난다. 2분기에 자본성증권을 발행한 만큼 경과조치 전 K-ICS 비율 역시 기존보다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저축성보험은 유동성 확보 목적이었는데 지난해 관련 이슈가 발생했고 채권 발행도 힘들어지면서 보험사가 유동성을 마련할 전략이 없었다"라면서 "자금조달 금리는 사실 채권이 더 낮았다. 길이 막히면서 저축성보험을 판매했던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채권 시장도 안정됐고,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자본조달 길도 열리게 됐다"라면서 "K-ICS 문제 대두와 함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할 수 있는 시장 분위기와 여력이 생겼고, 올해 하반기 초에는 후순위채권 발행도 늘어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