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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스 유럽 부동산펀드, 대규모 손실 불가피…투자자 '분노'
수익증권 1000원→101원 폭락…'디레버리지' 효과 원금 날릴 판
입력 : 2023-08-04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신대성 기자] 이지스자산운용의 유럽 부동산펀드가 대규모 손실 위험에 직면했습니다. 임대차 재계약 실패로 대규모 공실이 예정돼 기한이익상실(EOD) 위기에 처했습니다. 자산 매각 또는 리파이낸싱도 녹록치 않아 대규모 손실을 피할 수 없을 전망입니다. 해당 공모 펀드에 참여했다가 대규모 손실 위기에 처한 투자자들은 회사측의 늦장 대응과 불성실한 대응에 강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지스자산운용의 독일 오피스 부동산펀드 '이지스글로벌부동산투자신탁229호(이하 이지스229호)'의 가치가 연일 추락하고 있습니다.
 
이지스229호는 2018년 10월 국내에서 공모 펀드를 설정해 독일 프랑크푸르트 핵심업무구역에 소재한 '트리아논' 오피스빌딩을 매입, 보유 중입니다. 최초 인수금액은 6억8385만유로(약 8890억원)입니다. 이 빌딩의 가치는 한때 9000억원을 넘기도 했지만 지난해말 기준으론 15% 이상 하락한 상태입니다. 
 
투자자들은 지난 2021년 초 임대공간의 60%를 차지하던 임차인 데카뱅크가 이전하며 감정평가액이 하락했고, 지난해는 캐시트랩까지 있었는데도 펀드기준가가 계속 850원 부근에 있는 사실을 이해할 수 없다고 강조합니다. 한 투자자는 "(디레버리지 효과로 인해)감정평가액이 15% 하락하면 대출금을 뺀 에쿼티(펀드) 가치는 30% 이상 떨어졌을 텐데, 이걸 반영한 기준가를 고시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작년에 펀드 기준가를 보고 수익증권을 매수한 게 잘못이었다"라고 자책했습니다. 
 
이지스229호처럼 펀드 설정 후 중도환매가 불가능한 폐쇄형 펀드는 최소한의 환금성 확보를 위해 펀드의 수익증권을 증시에 상장시켜 거래할 수 있게 합니다. 최초 펀드 기준가와 같은 1000원으로 상장되며 그 후로는 투자자들의 거래에 따라 시세가 변합니다. 물론 펀드자산의 가치를 감안한 시세가 형성됩니다. 이지스229호 수익증권은 트리아논 빌딩에 관한 소식이 전해지면서 7월28일 101원까지 추락했습니다. 3일 현재 250원까지 반등했지만 그래도 원금의 4분의 3은 날아간 것입니다.    
 
이지스자산운용은 2021년 6월경 감정평가액이 15% 정도 하락한 후 지금까지도 여전히 펀드 기준가를 850원 정도로 고지하고 있습니다.
 
부동산펀드를 운용하는 운용사들은 매년 해당 자산의 감정평가를 진행한 결과를 기준가에 반영합니다. 이지스229호의 경우 매년 8월에 반영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에도 하루아침에 기준가가 1000원대에서 800원대로 뚝 떨어져 투자자들을 놀래켰습니다. 이번 감정결과 역시 이달 중에 반영될 전망입니다. 얼마나 더 하락할지 아직은 알 수 없습니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아직 해당 펀드의 회계감사가 완료되지가 않아 작년말 감정가로 반영된 것은 아니다"며 "회계감사 후에 시장 상황을 반영한 객관적 근거(가치평가보고서) 등을 토대로 내부 평가위원회를 조속히 진행해 기준가를 현재 상황에 맞게 반영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상황이 안 좋다 보니 투자자들의 불만은 다른 곳을 향하기도 합니다. 또 다른 투자자는 "펀드 운용을 이렇게 망쳐놓고도 투자자가 지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묻기 위해 전화를 해도 받지를 않는다"며 울분을 토했습니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펀드상품을 설명하고 판매하는 역할은 증권사나 은행"이라면서 "직접 방문하는 분도 있는데 회사가 워낙 작다보니 리테일 영업처럼 고객을 다 대응하기는 어렵다"고 해명했습니다.  
 
이지스자산운용 전경(사진=신대성 기자)
 
트리아논빌딩은 2만722평 규모, 46층에 달하는 오피스 빌딩입니다. 면적의 60%를 사용하던 핵심 임차인 데카뱅크가 본사를 이전하기로 결정하면서 대규모 공실 위험에 처했습니다. 이들의 계약기간은 내년 6월까지입니다. 
 
빌딩 자산가치 하락으로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위태로워진 것도 문제입니다. 트리아논 빌딩의 LTV는 인수 초기(2018년) 57.8%에서 2020년 말 63.1%, 2021년 말 66.3%, 2022년 12월 71.7%로 상승했습니다. 펀드는 대출금 일부를 상환해 LTV 비율을 69.1%로 낮추기도 했지만 기한이익상실(EOD) 위험을 피하지는 못했습습니다. 대주단들과 펀드 LTV를 65% 미만으로 유지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해 독일 현지 계좌에 캐시트랩이 발동된 상태입니다.
 
이지스운용 관계자는 "LTV를 낮추라고 요구했던 700억원 중 저희가 150억원 정도 투입할 의사가 있었고, 나머지 550억원은 국내 기관에게 추가 출자를 받으려고 했는데 불발돼서 상황이 녹록치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장기간 난맥상이 지속되면서 대주단의 담보 실행에 따른 '자산 임의매각'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 경우 운용사가 자산 매각과 관련한 의사결정에 참여하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월세를 재원으로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말을 믿고 펀드 공모에 참여했던 투자자들은 어떤 식으로든 대규모 손실은 피할 수 없을 전망입니다. 국내 운용사들의 해외 부동산 투자 사례가 많아 이와 같은 피해가 뒤따를지 주목됩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위치한 트리아논 빌딩.(사진=이지스자산운용)
 
신대성 기자 ston9477@etomato.com
신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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