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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재의 미디어 비평)윤 대통령이 ‘마사지사’를 간절히 원하는 이유
입력 : 2023-08-04 오전 6:00:00
장면#1. 2008년 7월 어느 일요일 오전, 이명박 대통령은 테니스를 즐기고 느닷없이 청와대 춘추관을 방문해 기자들을 만났다. 독도, 대일관계, 대북특사, 4대강 같은 큰 현안들이 대화 주제로 나왔다. 이 대통령은 ‘박근혜 대표 대북특사 검토’ 등 다음날 조간 1면에 나올 법한 말을 쏟아내고 갔다. 그러나 이런 내용은 어느 언론에도 보도되지 않았다. 이동관 대변인이 엠바고 ‘마사지’로 기자들의 입을 막아낸 덕분이다. 
 
장면#2. 2010년 1월 말 이명박 대통령은 영국 BBC와 인터뷰에서 “연내에 김정일 위원장을 만날 수 있을 것 같다고 본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이를 “연내라도 안 만날 이유가 없다”라고 고쳐 발표했다. 다음날 대통령은 CNN 인터뷰에서 “북한은 마지막으로 핵을 포기할 것인지 아닌지 답해야 하는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고 했다. 청와대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전략적인 결정을 내릴 때”라고 수정해서 국내 언론에 배포했다. 이동관 홍보수석은 “오해를 살 수 있어 ‘마사지’를 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으로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장면#3. 2010년 5월 말 제주에서 한중일 정상회의가 열렸다. 이동관 홍보수석은 ‘일본 총리가 정상회의에서 “만약 일본이 같은 방식(천안함 침몰)의 공격을 받았다면 한국처럼 냉정하고 침착한 태도를 유지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기자들에게 브리핑했다. 그러나 다음날 일본 언론은 ‘일본 정부는 이 같은 발언이 없었다고 전면 부정했고, 청와대가 이동관 수석의 발언을 정정하고 일본정부에 사과했다’고 보도했다.  
 
8월 중순께로 예정된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 청문회를 앞두고 반대 여론이 뜨겁다. 언론 관련 현업단체·시민단체들은 연일 ‘결사 반대’를 걸고 폭염 아래서 집회를 열고 있다. 언론학자들, 전직 언론인들도 격렬히 반대하고 있다. 야당의 반대는 다른 장관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하다. 한국기자협회가 두달 전 기자 1473명을 대상으로 물어본 결과 무려 80%가 ‘이동관 방통위원장 임명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그 중 62%는 ‘적극 반대’다. 미디어토마토 여론조사에서는 일반 국민 60%가 ‘반대’였다. 
 
이렇게까지 이동관 후보 임명을 반대하는 이유가 뭘까? 기자협회 설문조사 결과에 잘 나와 있다. 반대 이유의 80%(복수응답)는 ‘언론탄압에 앞장선 인물이어서’였다. ‘방통위 독립성 침해’(61.5%), ‘자녀 학폭 무마의혹’(58.5%)가 그 다음이었다. 이동관 후보의 공직 부적격 사유는 이것 말고도 굵직한 것이 여럿이다. 앞으로 청문회가 열리면 또 어떤 문제가 터져 나올지 모른다.  
 
이렇게 반대 여론이 높은데도 윤석열 정부와 여당이 밀어붙이는 이유는 또 뭘까? 여론의 눈치를 거의 보지 않는 대통령이라서? 뭔가 특별한 이유가 있어 보인다. 이 후보의 어떤 탁월한 능력을 귀하게 여겼을 것이다. 바로 ‘마사지 능력’이다. 앞의 여러 장면에서 봤듯이 그는  대통령이 어떤 말실수를 하더라도, 그 말을 마사지하거나 기자들의 입을 막아 보도되지 않게 하는 놀라운 능력을 갖고 있다. 이동관 홍보수석 아래서 배웠던 김은혜 대변인이 지금 그 자리에서 ‘바이든’을 ‘날리면’으로 마사지해 위기를 넘겼을 정도다. 
 
총선이 1년도 남지 않았다. 말실수와 망언이 유난히 많은 윤 대통령은 이 정도 마사지 전문가라면 방송과 통신을 쥐락펴락할 방통위원장으로 최적임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궁중 마사지사 덕분에 국민은 앞으로 ‘땡윤뉴스’를 들어야 할지도 모른다. 
 
김성재 전 한국언론진흥재단 이사
 
권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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