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계류된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사진=뉴시스)
“합병 위해 쓴 법률비만 1000억원이에요. 불승인이 날 거였다면 이렇게까지 시간을 끌지 않았을 거예요.”
최근 만난 대한항공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과 합병 시기가 당초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합병 불발에 대한 시각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한진칼은 2020년 11월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기로 하고 이듬해 모든 해외 경쟁당국으로부터 승인 받는 것을 목표로 했습니다. 하지만 합병 공식 발표 후 3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승인받아야 할 국가가 세 곳이나 남아있습니다. 세 곳 중 두 개의 국가는 글로벌 항공산업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가진 미국과 유럽연합(EU)입니다. 일본 승인도 받아야합니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를 품에 안는다고 했을 때 업계에선 노선 독점에 따른 항공권 가격 인상과 서비스 질 저하 등을 가장 먼저 그리고 많이 우려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대한항공이 아시아나를 기업결합한 시기 기점으로 10년 동안 가격 인상 제한 등의 조건을 달면서 승인을 내주었습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우려와 동시에 한반도 면적과 인구 대비 대형항공사(FSC)가 두 곳이나 되는 나라는 한국을 포함해 손에 꼽을 정도이기 때문에 하나로 통합하는 것이 소비자 편익과 한국 항공산업을 고려하면 더 유리하다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실제 2개 이상의 대형항공사(FSC)를 운영하는 국가는 인구 1억명 이상이면서 국내선 항공시장 규모가 자국 항공시장의 50% 이상인 국가 또는 GDP 규모가 큰 국가들입니다. 자국 내 항공산업 경쟁력 유지를 위한 기본적 환경을 갖춰야 2개 이상의 FSC를 운영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대한항공도 이런 이유를 들면서 2개의 FSC가 생존은 불가능해 이번 기업결합이 불가피하다고 누차 설명해왔습니다.
또 여객·화물 스케줄 다양화를 통한 선택의 폭 확대, 비용 절감을 통한 운임의 합리화, 규모의 경제를 통한 투자여력 확대에 따른 신규 취항지 증가, 화물 터미널 통합을 통한 물류 흐름 개선 등 소비자 편익이 증가된다고 합니다.
두 개의 FSC가 서로 경쟁하는 것이 소비자 입장에선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 있어 좋겠지만, 이미 양사의 합병은 9부 능선을 넘었습니다. 이르면 EU가 이달 말에 최종 결과를 발표할 예정입니다. 업계에선 승인이 날 것으로 보고있으며, EU 결과에 따라 미국도 이른 시일 내 승인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