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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환자 진료 거부하는 병원
입력 : 2023-08-07 오후 6:19:54
"우리 병원은 코로나 환자는 받지 않습니다."
"네? 지금 환자 거부하시는건가요? 그럼 병원에서 코로나 환자를 받지 어디서 받나요?"
 
코로나 팬데믹 초기, 코로나 환자를 받지 않는 의료기관들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엔데믹이 된 요즘 놀랍게도 이런 일이 여전히 일어나고 있습니다. 
 
여름 휴가를 앞둔 시점 갑자기 코로나에 걸렸습니다. 한번 걸려도 봤겠다, 무증상이었기 때문에 별 걱정없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당시는 백신을 3차까지 맞은 직후에 감염되서 괜찮았나 봅니다. 이번에 무방비로 걸리니 39도 고열에 시달리고 온몸에 발진이 일어났습니다. 인터넷에서나 보던 감염병 발진이었는데 흡사 나병 환자피부처럼 무시무시한 모습이었습니다. 
 
가려움이 너무 심해 앉지도, 침대에 눕지도 못하는데 기침이 심해 밖에 나갈 수도 없다보니 방에 우두커니 서서 몸서리를 치며 뒹굴다 결국 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았습니다. 피부 발진이라 일반적인 이비인후과에 가면 분명히 피부과에 가라 할 것 같고, 그렇다고 갈만한 피부과를 검색해 봤는데 죄다 레이저, 시술 전문 클리닉이어서 갈만한 곳이 마땅치 않았거든요. 
 
겨우 찾아간 응급실에서 만난 의사는 20대 중후반쯤 돼 보이는 앳된 모습이었는데요. 고개를 갸웃갸웃하더니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알러지를 가라앉히는 주사 정도라며 이거라도 맞겠냐고 물었습니다. 너무 가려워 숨도 못쉬겠는 상황인데 태연한 질문에 화가 치밀었지만 얼른 맞겠다고 하고 맞았습니다. 
 
예상대로 링거는 전혀 효과가 없었습니다. 사실 알러지약은 코로나 확진 뒤 이비인후과에서 처방받은 약 속에 포함돼 있었기 때문에 이미 알러지약으로는 효과가 없을 것을 예상하고는 있었습니다.
 
링거를 다 맞은 뒤 의사는 더 이상 해줄 것이 없다며 필요하다면 피부과 진료를 받아보라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피부과 병동으로 연결시켜 달라고 했더니 "우리 병원은 코로나 환자를 진료하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그게 말이 되냐고 항의하자 원칙이 그렇다는 겁니다. 밖에 나가 갈만한 피부과를 찾아보라는 겁니다.
 
일단 그 병원 예약센터에 전화를 걸어 피부과 병동 당일 진료를 받겠다고 사정을 말하자 똑같이 코로나 환자는 진료를 안 한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진료 거부로 복지부에 신고하겠다, 지금 치료 못해 저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지금 전화받으시는 분께서 책임져야 할 것이다" 등 협박 수준의 말을 내뱉었더니 울 것 같은 목소리로 잠시 피부과에 문의해보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더니 가서 당일 진료를 사정해 보고 진료를 받으라며 황급히 전화를 끊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간 피부과에서 "응급실에서 보냈다, 예약센터에서 당일 진료 받으면 된다고 했다"로 박박 우기자 마지못해 받아줬습니다. 진료를 본 피부과 의사는 여드름 치료가 전공이었는데 마침 제 어깨에 있던 여드름 비스무레한 것을 보고 여드름 약을 하나 처방하겠다고 해서 알겠다고 하고 나왔는데요. 나오니까 또 레지던트로 보이는 사람이 오더니 신약이라 향후 효과에 대해 추적을 했으면 한다며 임상시험연구소(?)같은 곳으로 끌고 가는 것이었습니다. 그곳에 가니 또 다른 의사가 와서 얼굴 여드름을 체크해야 하니 마스크를 벗어달라는 요구를 하고 저는 얼굴에 여드름 없고 코로나인데 마스크 벗을까요? 라고 하니 소스라치게 놀라며 "잠시만요"라는 말을 남기고 떠났습니다. 
 
그렇게 복용약과 연고를 처방받아 집으로 왔습니다. 이날 하루 쓴 비용만 20만원 중반이지만 사실 약은 아무런 효과가 없었습니다. 괜히 보험사에 미안한 마음만 들더군요.
 
코로나 증상에는 여러가지가 있을 겁니다. 고열이 가라앉지 않는다면 폐렴으로 이어질 수 있고 그 경우 여러가지 치료법이 있겠지요. 코로나로 인한 피부 발진은 이미 인터넷에서도 검색이 많이 되는데 우리나라 상급종합병원 의사란 사람들은 여전히 무지에 가까운 수준이었고, 무엇보다 코로나가 상흔을 남기고 간 지 3년이 넘었는데 코로나 걸린 환자를 받지 않는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게 우리나라 상급종합병원의 현주소라니 정말 놀라울 따름입니다.     
 
코로나로 인한 피부 발진. 훨씬 더 심했지만 혐오스러울 수 있어 초기 사진만 첨부합니다.
윤영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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