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민우 기자] 국내 병원의 병상 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현재 증가세를 고려할 때 2027년에는 10만개 이상의 과잉 병상이 나올 것이란 분석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병상 수급 추계 결과를 근거로 시도별 '공급 과잉', '공급 조정', '공급 가능' 지역을 구분해 지역별로 병상 수를 통제합니다.
8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한국의 전체 병상 수는 2021년 기준 인구 1000명당 12.8개로 OECD 국가 중 1위입니다. OECD 평균 4.3개와 비교해서는 약 3배에 달합니다.
복지부는 현 추세가 지속될 경우 오는 2027년에는 10만5000개의 병상이 과잉 공급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일반병상의 경우 8만5000개, 요양병상은 2만개가 과잉 공급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OECD 1위 수준의 병상 수를 보유했지만, 병상 이용률은 2020년 기준 72.8%로 적정 병상 이용률인 85%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특히 중소병원에서 비효율적으로 병상이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유형별 병상 이용률을 보면 상급종합병원 93%, 500병상 이상 종합병원 85.3%, 100병상 이상 병원 68.8%, 30~99병상 병원 51.9% 순이었습니다.
보건복지부는 한국의 전체 병상 수가 2021년 기준 인구 1000명당 12.9개로 OECD 국가 중 가장 많다고 8일 밝혔습니다. 자료는 인구 1000명당 병상 수. (그래픽=뉴스토마토)
과잉 공급된 병상은 불필요한 의료 이용을 유발해 국민 의료비 상승에 영향을 미칩니다.
지난 2021년 건강보험 총진료비는 2011년 대비 2배 증가했습니다. 이 중 입원 진료비는 2.25배 뛰었습니다. 총진료비 중 입원 진료비의 비중은 10년 새 33.4%에서 37.1%로 늘었습니다.
이는 OECD 국가 평균 대비 압도적으로 높은 재원 일수에 기인합니다. 한국의 평균 재원 일수는 19.1일로 OECD 평균인 8.3일 대비 2.3배 높습니다.
병상 규모별 재원 일수를 보면 100병상 이상 병원 22.1일로 가장 오랜 기간 환자를 입원시켰습니다. 이어 100~299병상 종합병원 9.1일, 500병 이상 종합병원 7.1일, 상급종합병원 6.4일 순으로 집계됐습니다. 주로 규모가 영세한 병원에서 오랜 기간 환자를 입원시키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의료 공급의 불균형에 따른 지역 필수 의료의 공백 우려도 있습니다.
300병상 이상 대형 병원은 수도권·대도시에, 300병상 미만 중소병원은 주로 지방 중소도시에 주로 분포돼 있습니다.
시도별 인구 1000명당 병상 수를 보면 광주 23.4개, 전남 21.4개, 부산 20.5개, 전북 20.5개, 경남 18.9개 등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상급종합병원 병상의 경우 대구 1.9개, 서울 1.8개, 광주 1.3개, 부산 1.2개 등으로 대도시에 집중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의료 인력도 병상 인프라에 맞춰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에 집중돼 있습니다. 인구 10만명당 근무 의사 수는 서울 305.6명, 경북 126.5명 순으로 확인됐습니다.
보건복지부는 한국의 전체 병상 수가 2021년 기준 인구 1000명당 12.9개로 OECD 국가 중 가장 많다고 8일 밝혔습니다. 사진은 병상을 모니터링하는 의료진 모습. (사진=뉴시스)
이와 관련해 복지부는 이날 보건의료 체계의 효율성과 지역 완결성 제고를 목표로 한 '제3기 병상 수급 기본시책'을 발표했습니다.
시책을 보면 정부는 2027년 병상 수급 추계 결과를 토대로 지역별 병상 관리 기준을 마련합니다. 추계 결과에 따라 지역을 '공급 제한', '공급 조정', '공급 가능' 지역으로 구분해 병상 공급 불균형을 해소할 방침입니다.
의료기관 개설에 대한 사전 심의 절차도 도입합니다.
300병상 이상의 대형병원과 수도권 상종병원의 분원은 복지부 장관 승인을 거쳐야만 신설이 가능해집니다. 병상 확대와 증설 시에도 장관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100병상 이상의 종합병원은 시도 지자체별 의료기관개설위원회의 사전 심의·승인을 거친 뒤 기관장의 허가를 받아야 신설이 가능하도록 관련 의료법을 개정합니다.
시도 또는 시군구 환자 이동 등을 고려해 지역별 진료 네트워크도 구축합니다. 지역 내 필수 의료 서비스 제공이 원활하도록 권역 책임 의료기관을 두고 진료 네트워크를 구성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합니다.
간호 인력 지원 수가도 개편해 병원이 간호 인력을 많이 배치할수록 재정 지원을 많이 받을 수 있도록 합니다. 간호등급제 하한선도 강화해 병원이 법적 인력 기준을 준수할 수 있도록 유도할 계획입니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병상 과잉 공급 현상이 지속되면 보건의료 체계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다"며 "병상을 체계적으로 관리함과 동시에 무분별한 병상 증가 방지를 위한 의료법 개정 등을 신속하게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보건복지부는 한국의 전체 병상 수가 2021년 기준 인구 1000명당 12.9개로 OECD 국가 중 가장 많다고 8일 밝혔습니다. 자료는 복지부가 공개한 병상관리 기준. (그래픽=뉴스토마토)
세종=이민우 기자 lmw383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