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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추에 '태풍·찜통', 나무도 사람도 쓰러져
입력 : 2023-08-09 오후 12:01:10
지난 8일은 '입추(立秋)'였습니다. 24절기 중 열세 번째 절기에 해당하죠. '설 입'자에 '가을 추'자를 써 여름이 가고 가을에 접어들었음을 알리는 절기입니다. 절기로 입추부터 입동(立冬)까지를 우리는 '가을'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입추 무렵에는 벼가 한창 익어가야 할 때입니다. 그래서 맑은 날씨가 이어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과거에는 입추가 지나서도 비가 5일 이상 계속 내리면 조정이나 각 고을에서 비를 그치게 해달라는 '기청제(祈晴祭)'를 올리기도 했다고 하네요.
 
지난 5월 말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한창 화제가 되었던 사건이 있었죠. 올해 7월에는 사흘을 제외하고 매일 비가 내린다는 비공식 일기예보 괴담이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궜었습니다.
 
경기 이천시 장호원에서 농사를 짓는 저희 할아버지도 손주들한테까지 전화를 돌려가며 "이게 사실이냐"고 묻기도 했었으니, 농사꾼들에게는 정말 '괴담'이었던 사건이었습니다.
 
다행히도 당시 일기예보 괴담은 기상청이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자료"라고 선을 그으며 일단락되었었죠. 기억을 되짚어보면 7월에는 비가 오지 않은 날이 더 많았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태풍이 온다네요. 제6호 태풍 '카눈'은 이런 우리 속도 모르고 한반도 '수직 관통'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그뿐만인가요.
 
슈퍼 엘리뇨 발생의 여파로 기온은 평년보다 높고 폭염 일수도 더 길어진 여름이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대표적인 사막식물인 선인장이 무더위를 이기지 못해 쓰러지고 있다고 하네요. 연일 최대 40도가 넘는 폭염으로 인해 전 세계는 온열질환으로 때아닌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무더위는 우리나라에서도 맹위를 떨치고 있는데요.
 
지난 5월부터 지금까지 국내에서 발생한 열사병 등 온열질환자는 1984명입니다. 작년 같은 기간 1323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500명 이상 많이 온열질환자가 쏟아졌습니다. 더위로 인한 사망자도 작년 같은 기간에는 7명이지만, 올해는 27명으로 거즌 4배에 달하고 있습니다.
 
입추 때는 벼 자라는 소리에 개가 짖는다고 하는데, 올해 가을은 우리에게 오기까지 준비가 더 필요한 모양입니다.
이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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