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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C, 또 인명사고…대국민약속 어디로?
계열사 샤니 공장서 끼임사고 발생
입력 : 2023-08-09 오후 4:25:51
 
[뉴스토마토 유태영·고은하 기자] 지난해 20대 여성 근로자 사망 사고로 여론의 질타를 받았던 SPC 계열사에서 또 다시 50대 근로자 끼임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SPC는 지난해 사고 후 허영인 회장이 대국민 사과를 하고 근본적인 안전대책 마련에 나선다고 밝혔지만, 정작 기초적인 수준의 안전사고 예방조차 실패했다는 지적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됐습니다.
 
지난해 10월 21일 SPC그룹 허영인(왼쪽 단상 가운데) 회장을 비롯한 계열사 대표자들이 서울 양재동 SPC 본사에서 SPL 제빵공장 사망사고와 관련, 대국민 기자회견을 열고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성남 샤니 공장서 끼임 사고 발생
 
지난 8일 낮 12시 41분 경기 성남시 중원구 상대원동 소재 SPC 계열 샤니 제빵 공장에서 50대 근로자 A씨가 작업 도중 이동식 리프트와 설비 사이에 끼이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A씨는 곧바로 병원에 옮겨져 수술을 받았으며 현재 중환자실로 옮겨져 회복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날 사고는 반죽 기계에서 일하던 A씨가 기계에 배 부위가 끼이면서 발생했습니다. A씨는 원형 스테인리스 통에 담긴 반죽을 리프트 기계로 올려 다른 반죽 통에 쏟는 일을 담당했습니다. 2인 1조 체제로 작업 중이던 A씨는 동료 근로자 B씨가 안전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작동 버튼을 눌러 사고를 당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SPC그룹 측은 “불의의 사고를 당하신 직원과 가족분들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라면서 “사고 발생 즉시 해당 직원은 당사 응급조치 및 119 신고를 통해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전 생산 라인을 곧바로 가동 중단했다”라고 밝혔습니다.
 
SPC 계열 사업장에서는 산업재해 사고가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지난해 10월 15일 경기도 평택 SPL 제빵공장에서 20대 근로자가 소스 교반기에 끼여 사망했습니다. 이 사고로 전국적인 'SPC 불매운동'으로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당시 경찰은 안전조치 의무를 다하지 못한 책임을 물어 강동석 SPL 대표이사를 포함한 공장 관계자 5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해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허 회장 대국민 사과 이후 안전사고 3건 발생 
 
사고발생 엿새 이후 허영인 회장이 대국민 사과까지 했지만 1년 만에 3차례 안전사고가 또 발생했습니다. 지난해 10월 23일 성남 샤니 제빵공장에서 40대 근로자가 기계에 손가락이 끼어 절단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또 지난달 12일에도 같은 공장에서 50대 근로자가 기계에 손이 빨려 들어가 손가락이 골절되는 부상을 당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지난해 10월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근로복지공단 자료에 따르면 SPC그룹 계열사 16곳에서 발생한 산재는 지난 2018년 106건에서 지난 2021년 181건, 2022년(8월기준)엔 133건으로 매해 증가하고 있습니다. 2018년부터 5년간 SPC에서 발생한 산재는 총 759건으로, 한 달 평균 13.5건에 달합니다. 
 
고용노동부는 작년 10월 28일부터 11월 25일까지 SPC그룹 18개 계열사의 58개 사업장을 기획 감독한 결과를 지난해 말 발표했는데요. SPC그룹 계열사에 대한 산업안전 분야 기획 감독은 12개 계열사 52개 사업장 중 86.5%(45개)에서 277건의 법 위반을 확인했습니다. 산업안전 분야 277건의 법 위반사항 중 기계·기구 위험예방 미조치는 36건(13%)이었습니다. 안전보건교육 미실시는 37건(13.4%)으로 적발됐고, 안전보건관리체제 및 안전보건관리규정 부적정 27건(9.7%), 출입구·비상구 등 작업장 환경 미흡 21건(7.6%) 등이었습니다.
 
노동부는 당시 6억여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식품혼합기 40대, 컨베이어 1대 등 총 44대를 사용 중지 조치했습니다. 26개 사업장 대표에 대해서는 사법 조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동일한 사업장에 안전사고가 반복되는 데에는 업체뿐만 아니라 고용노동부의 관리감독 책임도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보통 고용노동부에서 기획감독을 나가면 성과가 있어야 하기때문에 적발 건수와 과태료 부과를 최대한 많이 하게 된다"면서 "SPC처럼 동일한 유형의 사고가 반복되는 데는 고용노동부 책임도 일부분 있다고 보여진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사실상 유명무실한 중대재해법이 시행된 이후 산업안전이 더 후퇴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면서 "유사한 사고를 막기 위해선 중장기적으로 중대재해법을 폐지하고 산업안전보건법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SPC그룹의 잦은 산재는 허술한 안전 관리 시스템과 열악한 근무환경에서 비롯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또 지난해 재발방지 약속 이후에도 SPC 제조 공정에선 여전히 안전이 등한시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옵니다. 시민사회단체들이 연대한 ‘파리바게뜨 노동자 힘내라 공동행동’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SPC 계열사에서 끼임사고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사고에 대한 원인 조사를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영국 변호사(중대재해넷 공동대표)는 "샤니 공장에서 발생한 사고의 경우 같은 공장에서 유사한 사고가 반복되고 있는 것"이라며 "유사한 사고가 반복된다면 단순히 근로자의 부주의 같은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이나 구조상에 상당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제빵 공장이 건설업이나 중공업 현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위험한 현장으로 인식될 수 있다"면서 "하지만 실제로 끼임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위험 요소들이 있는 작업장이기 때문에 이제 끼임 사고와 관련해서 근본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와 관련해 SPC 관계자는 "현재 다친 근로자는 수술 후 회복 중인 상태로 알고 있다"면서 "지금은 경찰 조사를 성실하게 받고 환자 회복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유태영·고은하 기자 ty@etomato.com
유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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