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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법 바꾸고 예금전액 보장?…산으로 가는 예금자보호
예금 보호 한도 합리적 조정 논의 뒷전
입력 : 2023-08-11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금융시장 안정 대책 일환으로 추진하는 예금자보호법(예보법) 개정이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현행 예금 보호 한도 5000만원을 1억원 수준으로 올리자는 것이 예보법 개정의 핵심인데요. 예금 전액 보전이 필요하다는 정치권의 포퓰리즘 추종과 이참에 한국은행법을 개정해 통화당국의 권한을 키우자는 주장까지 버무려지면서 '배가 산으로 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새마을금고가 쏘아 올린 '전액보장'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예금보험공사는 현재 민관 합동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예금 보호 한도 상향 여부를 논의하고 있습니다. 이 논의는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를 계기로 촉발됐는데요. 현행 예금 보호 한도가 5000만원으로 23년째 같은 수준이라 1인당 국내총생산(GDP)을 고려해 1억원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습니다.
 
당국은 5000만원 한도를 유지하는 방안과 1억원 이상으로 상향하는 방안을 시나리오별로 논의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새마을금고 사태가 불거지면서 새 국면으로 접어들었습니다.
 
일부 부실 금고의 뱅크런(대량 현금인출) 현상이 벌어지면서 행정안전부는 새마을금고 출자금을 '전액 보상'하겠다는 대책을 내놓았는데요. 새마을금고가 전액 보상안을 내놓은 만큼 은행, 저축은행 등 예금자보호도 형평성을 맞춰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졌습니다.
 
정치권에서도 경제 위기처럼 긴급할 때 예금 전액을 보호하는 내용을 담은 예보법 개정안을 잇따라 발의했는데요. TF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 입장에서는 전액 보장이 어렵다는 현실적인 이유를 논리적으로 설명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행정안전부가 내놓은 새마을금고의 전액 보장 대책은 예금자보호기금을 통한 금융 지원이 아닙니다. 특정 금고 건전성에 우려가 있을 경우 자산과 부채를 인근 우량 금고로 이전해 5000만원 초과 예금을 전액 보장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는 내용인데요.
 
급융권 관계자는 "부실 금고의 예금채권을 인수 금고로 넘긴다는 계약 이전의 의미일 뿐"이라며 "예보법을 적용받지 않는 새마을금고와 은행, 저축은행의 예금 보호 한도 상향 문제는 별개로 봐야한다"고 말했습니다.
 
새마을금고에서 뱅크런(대량 자금인출) 사태가 벌어지면서 행정안전부는 금고 출자금을 '전액 보상'하겠다는 대책을 내놨습니다. 사진은 서울 소재 새마을금고 영업점 모습. (사진=뉴시스)
 
쟁점화 된 예보법 개정
 
여기에 예금 보호 한도 상향이 금융안정계정(금안계정) 도입과 패키지로 묶이면서 예보법 개정 자체가 정치적 쟁점화가 된 모습입니다.
 
금융위는 금융사 부실이 발생하기 전에 선제적으로 자금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금안계정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데요. 금융사가 채권을 발행하면 금융위 산한 예금보험공사가 지급보증을 제공하는 방식입니다.
 
금융위는 지난 2월 이러한 내용을 담은 예보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국회에서는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유동성 위기를 겪는 금융사에 선제적으로 자금을 지원하는 제도와 관련해 지원 주체를 금융당국이 아닌 한은으로 변경하는 법안을 준비 중입니다. 
 
금융위 산하 예보가 주도하는 금안계정 도입을 근본적으로 반대하는 겁니다. 의사 결정 체계를 견제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는 상황에서 금안계정을 도입하는 것보다 독립기구인 한은에 자금 지원 역할을 맡기는 게 낫다는 판단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 한은법을 개정해 긴급 자금 지원 대상 금융사를 비은행까지 확대하는 것만으로 금안계정과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한은법 80조는 금융기관의 신용공여가 크게 위축되는 등 금융기관으로부터의 자금 조달에 중대한 애로가 발생하거나 발행할 가능성이 높은 경우 영리기업에 자금을 지원할 수 있도록 돼있습니다. 한은이 유동성 공급을 위해 대출을 해줄 수 있는 금융기관은 은행으로 한정됩니다.
 
표면적으로 한은에서는 예보가 주도하는 금안계정 도입에 반대하지 않습니다만 비은행 감독 권한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한은의 역할 강화를 바라고 있습니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최근 공개적인 자리에서 "(한은이) 은행만을 대상으로 해서는 금융안정 목표를 달성하기가 어렵다"면서 한은의 역할 재정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금융안정의 중요성이 커진 만큼 한은 총재로서 못할 만은 아닙니다만, 한은법 개정 문제가 부상하면서 예보법 개정 논의가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모양새입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예금 보호 한도 조정은 예보법 시행령을 손질하면 되고, 당초 여야 이견이 없어 쟁점 사항이 아니었다"며 "금안계정 도입을 연계하고 최근에는 한은법 개정까지 얽히면서 발목이 잡힌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최근 공개석상에서 "비은행 금융기관에 대한 감독권이 없다는 이유로 (금융안정) 문제를 방치할 수는 없다"며 한은의 역할 재정립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사진=뉴시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이종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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