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위탁사의 행정처분 기준을 수탁사와 동일하게 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개정안이 입법 예고된 가운데 제약업계가 불만을 표출하고 있습니다. 수탁사가 제조나 품질 관리기준을 준수하지 않은 것에 대한 책임을 위탁사까지 전가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것입니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처는 최근 위탁사의 행정처분 기준 강화 내용이 포함된 '의약품 등의 안전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습니다. 의약품의 품질관리와 제조업체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선데요. 위탁사의 책임을 강화함으로써 품질 저하를 막고, 과거 비보존 ·바이넥스처럼 허가사항과 달리 임의로 의약품 제조가 이뤄지는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한다는 취지입니다.
그동안 의약품 제조 위탁사들은 임의 제조 등의 제조·품질관리기준(GMP) 위반 사항이 있는 경우 관리책임 미준수 등으로 위반 횟수에 따라 해당 품목 제조업무정지 등의 처분을 받았습니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수탁사가 GMP 규정을 위반하면 위탁사의 해당 제형 제조도 중지됩니다. 이전에는 위탁사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었지만 처분 기준이 강화되면서 동일 제형 제조 정지로 품목의 대부분을 생산하지 못할 수 있어 부담이 커지게 된 것이지요. 개정안이 시행되면 동반 처분이 가능해져 책임 분쟁 발생 가능성도 높아졌습니다.
제약업계에서는 품질 관리기준을 준수하지 않아 이뤄지는 행정처분은 타당하나 이에 대한 책임을 온전히 위탁사가 지도록 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입장입니다. 위탁사가 수탁사를 감시·관리하는 것은 한계가 있고 이는 위탁사가 할 일이 아니라 식약처의 영역이라는 것인데요. 수탁사의 제조공정을 일일이 들여다볼 수 없고, 대부분 서류를 통해 확인할 수밖에 없는데 작정하고 속이면 알기 어렵다고 항변합니다.
한 제약 업계 관계자는 "처벌 기준을 동일하게 하는 것은 의약품 생산 위탁이라는 문제 될 것이 없는 비즈니스 모델마저 위축시키고, 나아가 의약품의 공급망 악화까지 불러올 수 있는 과한 조치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관계자는 "벌어진 위반행위에 비해 처벌이 과도하면 의약품 생산 자체에 차질이 생기는 등 의약품 공급 등에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식약처가 규정 개정으로 위탁자에게만 책임을 강화하는 방식의 행정편의주의적 접근을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식약처 관계자는 "생산량이 줄어든다고 해서 품질이 떨어지는 것을 좌시할 수 없지 않느냐"면서 "위탁자가 수탁자 관리를 강화하고, 결국에는 제대로 (생산을) 하는 업체를 찾아가기 때문에 적정 요건을 갖추지 못한 수탁사는 자연히 정리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시 마포구의 한 약국. (사진=뉴시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